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

주불전 및 소장 문화재 조명

 

19세기 조선후기 전각 아닌

17세기 불전으로 가치 높아

온전히 남아있는 경판 역시

국어학 연구에 귀중한 성보 

한글·한자·범어가 함께 기록돼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신흥사 소장 <진언집> 경판 인경본.

19세기 조선후기 건축물로 인식됐던 속초 신흥사 극락보전이 그간 알려진 바와 달리 17세기 조성 불전으로 그 가치가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특히 1649년 창건 이래 화재나 전쟁 등으로 상흔을 거의 입지 않았고 창건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보물급 건축물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지난 11월21일 국립중앙박물관 제2강의실에서 ‘설악산 신흥사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손신영 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설악산 신흥사 극락보전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건축적으로 거의 주목된 바가 없었던 이 전각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손 연구원에 따르면 신흥사 극락보전의 경우 19세기적 요소만 부각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관련 기록과 현존 양상 등을 살펴 창건 당시 평면에 18세기 이후 공포형식과 장엄이 더해진(중창) 건물로 재조명했다. 1649년 창건 이후 5회에 걸친 보수와 2회의 단청 등으로 세기별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극락보전과 유사한 평면구조와 지붕 및 공포형식을 보이는 건물은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과 동화사 대웅전으로 이미 보물로 지정됐다.

손 연구원은 또 1640년대 말부터 1650년대까지 신흥사에서 대대적인 중창을 계획하면서, 당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많은 불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님 장인들을 한꺼번에 초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손 연구원은 “신흥사 극락보전은 기단과 계단 조각에서부터 화려한 꽃살문과 격조 있는 공포와 단청에 이르기까지 건축요소 하나하나가 주목되는 아름다운 불전”이라며 건축사적 의미가 크다고 피력했다.

이 뿐 아니라 극락보전 기단과 계단에 새겨진 부조조각은 건축물의 가치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이 조각은 신흥사 사적기에 의해 1761년이라는 조성 연대도 정확히 알 수 있다. 계단의 소맷돌(돌계단 난간) 하단에는 용을 조각하고, 극락보전 기단 우측 탱주에 사각형 공간을 구획지어 위에는 모란을 아래는 사자상 등을 조각했다. 이런 조각들이 함께 구성된 예는 여느 사찰에서 찾아보기 힘든 양식이다.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큰 것으로 드러난 신흥사 극락보전.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흥사 소장 경판(經板) 역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희귀 문화재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총 25부 269매의 경판을 앞으로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자로 나선 유근자 동국대 교수는 신흥사 소장 목판본이 조선후기 인쇄술을 보여주는 자료임과 동시에, 당대 사찰 경전 간행 불사와 스님들의 생활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했다. 경판 표기 방식은 세 종류로 구분되는데, 첫째 한자본, 둘째 한글·한자 병기본, 셋째 한글·한자·범자(梵字) 병기본이다. 이런 표기 방식 때문에 신흥사 경판은 조선시대 국어학 연구에도 유용한 자료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신흥사 경판 가운데 밀교계 의식집인 <제진언집>과 불교와 민간신앙 결합체인 <불설광본대세경>에 주목했다. 이 두 종류의 경전은 결본 없이 온전히 모든 경판이 남아있다. <진언집> 경판을 살펴보면, 이 경전을 간행하게 된 연유, 조성연대와 장소, 시주한 사람 명단, 경전을 새긴 각수 등이 기록돼 있어 당시 신흥사의 경전 간행 불사 상황을 잘 알려주고 있다. <불설광본대세경> 경판은 총 61매로 완질로 남아있으며, 조선후기 민간 신앙화된 불교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도 당시 스님과 유학자들의 교류 상황을 알 수 있는 <대원집> 판본, 스님들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의식집인 <승가일용식시묵언작법> 등도 주목해야 할 자료로 꼽았다.

[불교신문3158호/2015년1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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