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학교 본관 앞에서 단식 시작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 미산스님이 오늘(11월30일) 동국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단식 정진에 들어갔다.

스님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라는 호소문을 통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의 입장에 서기 위해 저는 오늘부로 동국대 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한 학생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우리 모두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절실히 바란다”고 밝혔다.

미산스님은 “한 달 보름째 단식중인 김건중 학생과 그를 염려하며 동조 단식중인 교직원들이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행정 책임자들의 노력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오는 12월3일 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스님은 동국대 본관 앞 김건중 부총학생회장 단식천막 인근에서  단식 정진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미산스님이 발표한 호소문 전문.

동국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호소문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겨울입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정수리에 꽂히는 죽비처럼 저를 일깨운 것은 영하의 칼바람이 아니었습니다. 벌써 47일째 물과 소금으로만 연명하고 있는 한 학생의 눈빛이었습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해를 넘기도록 장기화되고 심화되는 구성원간의 갈등과 분열이 정상화되는 것! 하지만 사태를 책임을 져야 할 누구도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서서히 스러져가는 그의 생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의 모교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학인 동국대학교입니다. 모두가 하나 되는 화엄의 세계를 추구하는 학문의 전당인 바로 그곳에서 어쩌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동국대학교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저로선 더더욱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부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분명 생명부터 살리고 보자 하셨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런 뒤, 이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과 해법을 모색하는 지혜를 촉구하지 않으셨을까요? 저는 오늘부터 소신공양의 심정으로 단식 수행정진에 돌입합니다. 무엇보다 한 달 보름째 단식중인 김건중 학생과 그를 염려하며 동조 단식중인 교직원들이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학업매진과 연구라는 본연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행정 책임자들의 노력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의 입장에서 서기 위해 저는 오늘부로 동국대학교의 이사직을 내려놓습니다.

지금처럼 구성원간의 분열 상태가 계속되고 혹여 직무대행 체제와 같은 이사장 장기 공백의 상황까지 온다면 동국대학교의 퇴행은 불가피합니다. 아울러 우리 종단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결국 이 땅의 불교를 황폐화시키고 말 이러한 상황에서 저 하나의 단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시작하겠습니다. 제게 이 단식은 공감이고 기도이고 명상이고 철야 정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제 일상의 방식으로 부처님의 길을 따르려 합니다. 적어도 한 학생의 생명이 위태로운 이 지경에서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는 계기라도 되길 절실하게 바랍니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바랄 뿐입니다.

2015년 11월30일

미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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