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명 교수가 말하는 ‘상담 이렇게 하세요’

 

부산대 경제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여 년 동안 금융기관과 패션회사 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각 기관에서 리더십과 소통에 대해 강의했다. 1000시간이 넘는 코칭교육을 이수했고, 코칭현장에서 7000시간 이상 강의를 했다.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코칭 방정식> 등의 저서가 있다.

“내 경험으로 상대 재단 말고

철저하게 상대 입장에 서야”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 들어주는

생각 갖도록 대하는 것이 중요

수평적인 태도로 상대 인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대화’ 

“상담자가 결론을 내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상담입니다.” 10년 넘게 공공기관, 대학교, 기업 등에서 리더십과 소통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코치<사진>는 상담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시설 기관장 연수와 조계종 교육원 주최 연수 과정에서 코칭 기법과 상담에 대해 강의해 호평을 받고 있는 김 교수는 “내담자를 예단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도와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내담자가 방문했을 때 그의 행동을 살펴보고,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말의 속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김 교수는 “스님에게 상담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고민은 각양각색인데, 스님 입장에서 미리 짐작해 답을 내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방을 내놓기 이전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어떻게 오셨습니까’라며 방문 이유를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판단중지, 즉 전문용어로 ‘에고리스(ego-less)’가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자세라고 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입니다. 나의 경험에 의해 상대방을 재단하지 말고, 철저하게 상대의 입장에 서야 합니다.”

여성불자가 사찰에 와서 “우리 남편이 애를 먹여서 못살겠어요”라고 하소연을 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때 만약 “당신 남편뿐 아니라 세상의 대부분 남자들이 부인 속을 상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이니 이해하고 살라”거나 “당신 남편이 전생의 빚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니 금생에 풀어라”라고 말해준다면 상담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이같은 답은 스님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바로 답을 전하기보다는 먼저 ‘아 그래요. 힘들겠군요’라고 그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난 후에 상담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명 교수는 상담 기법 가운데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상대방 말의 핵심을 간결하게 요약해 말해주는 패러프레이징 기법을 통해 내담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담자가 사용하는 단어를 가급적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패러프레이징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쓴 단어를 그대로 써주는 ‘언어의 한 방향 정렬’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쓰는 단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그대로 함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상담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상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줄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면서 “상담자는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고 내담자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고, 내담자의 말을 패러프레이징 하는 것이 상담의 방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과정에 대해 김 교수는 “샤워하기 전에 옷을 벗어야 하는 것처럼,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즉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상담자는 아무런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진짜 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김종명 교수는 “재판을 받기 위해 상담하러 온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면서 “해결책을 주거나, 조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상담에서 충고나 조언은 비난과 동의어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상담하는 스님이나 코치의 해답이지 상담하러 온 사람의 해답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만약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하면 상담은 무조건 그르칠 수밖에 없다”면서 상담자는 상담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진정으로 내담자를 돕고 싶은지, 두 번째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내담자의 가능성을 진정으로 믿는지, 세 번째 상담에 임하는 ‘나’의 진정성을 믿는지 등 3가지 마음 점검과제를 제시했다.

이같은 내용을 명심하고 상담을 하면 내담자는 90% 이상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다고 한다. 김종명 교수는 “상담을 하는 이들은 잘난 척을 하면 안 된다”면서 “상담자는 단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기법을 지니고 있을 뿐이지, 답을 직접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수평적인 태도로 상대의 감정과 마음을 그대로 알아주고, 정말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합니다.”  

■ 김 코칭 교수의 ‘상담 키워드’


명상하기 전에 참선을 통해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하라. 내담자의 고민에 대한 예단을 중지하라.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가 사용하는 단어를 가급적 바꾸지 말고 요약하여 알아주라.

그를 정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확인하라.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돕고 싶은지 살펴라. 상담해주는 나를 스스로 믿는지 돌아보라. 상대가 성불할 수 있다는 수평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고민의 해법을 먼저 제시하지 마라.

[불교신문3157호/2015년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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