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전 대통령과 불교’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사진>의 공과가 확실했던 만큼 불교와의 인연 또한 확연히 갈린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후보 당시 불교계 민심을 얻기 위해 불교방송 지방방송국 설립 허가, 수도권지역 불교종합병원과 불교회관 설립 지원, 사찰 토지의 초과이득세와 종합토지세 면세 및 전통사찰보존법 등 불교관련 법규 중 불합리한 조항 개정 또는 폐지, 중앙승가대학의 정식인가 대학 승격, 군승제도개선, 경주고속철도 동국대 경주캠퍼스 통과노선의 변경 등 7개 불교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여느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공약 이행도가 높았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불합리한 조항 개정 또는 폐지’ 공약은 불교 관련 국가 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사찰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됐다. 김영삼 정부는 불교계의 가열찬 요구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전통사찰보존법, 자연공원법, 문화재보호법, 지방세법 시행령, 환경보전법 시행령 등의 법령 개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부산, 광주, 대구, 청주불교방송 개국을 통한 전국방송망을 구축했으며 중앙승가대의 정규대학 승격, 군승 정원 확대 등 숙원사업도 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신교 장로 출신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종교 편향적 인사와 개신교 강요, 훼불 사건에 대한 미온 대처 등으로 인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김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있었던 ‘불상 훼손 사건’이다. ‘불상 훼손 사건’은 17사단 전차대대가 군법당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법당 안에 모셔져 있던 불상을 파괴한 채 산 속에 방치한 사건이다. 당시 불교계는 사건 은폐를 시도했던 국방부에 거세게 항의하며 관련자 처벌과 공개사과 등을 주장했고 김 전 대통령은 관련자를 해임시키고 스님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유감을 표명해야했다.

김 전 대통령의 종교 편향으로 인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고위공직자들을 대동해 공개 예배에 참석하는가 하면 개신교 장병을 참석시키기 위해 예배 당일 당직자들을 불자 장병들로 교체하는 이른바 ‘국방부 예배 사건’ 등으로 지탄을 받았다. 이외에도 군 장교들에게 개신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는 등 불교계와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으며 거센 항의가 잇따르자 김 전 대통령은 1996년 경색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불자모임인 청불회를 조직, 청와대와 불교계의 소통창구로 활용했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금융실명제 등 개혁성과는 인정할 만하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종교차별 행위를 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있어서는 대통령답지 못했다”며 “당시 대통령 뿐 아니라 정부 고위직 관료들도 ‘예배를 반드시 가야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개신교 성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많은 불자들이 상처받았다”고 평가했다. 

[불교신문3157호/2015년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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