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객 소동파

노치허 지음 / 명문당

중국 최고 시인 소동파

참선으로 마음 깨치고

자연과 참마음 소재로

다수의 명시 남겨…

 

“살다보면 어떤 일도

겪을 수 있는데 굳이

추하고 아름답고,

달고 쓰고를 다툴

필요가 있느냐”

 

유학자이면서 불교학자인 노치허 부산 천산학당 원장이 소동파의 시 세계를 연구해 출간했다.

중국 최고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동파 소식(1036~1101). 그의 시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돌아보는 책이 <선객 소동파>다. 유학자인 노치허 부산 천산학당 원장은 소동파의 문집에 나온 2700여 수의 시를 분석하고 “참선수행을 통해 마음을 증득한 선지(禪旨)의 미가 뛰어난 시 35수를 가려뽑아” 소개하고 있다.

소동파의 마음이 담긴 여러 편의 시에서 불교적 가치를 추구한 그의 삶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소동파가 56세 때 잠시 조정에 돌아왔을 때, 왕진경에게 “지난 5년간 황주 유배생활은 다만 꿈이었을 뿐, 개념치 않는다”는 의미로 답한 시다.

“나의 인생, 잠시 이 세상에 기댄 것일 뿐/ 무엇이 화가 되고 복이 되는 것인가/ 화와 복 모두 거칠게 잊음과 같지 아니하리/ 어찌 어젯밤의 꿈을 따라가겠는가.”(1091년)

이에 대해 노치허 원장은 “참마음은 언제나 적연부동이다. 불이나 물, 사생 등 어떠한 경우의 변화에서 불변이다”고 해석한다.

조정에서 물러났을 때 소동파의 발걸음은 주로 산중 사찰을 향한다. 또한 ‘사생(死生)과 화복(禍福)’에 대해 “살다보면 어떤 일도 겪을 수 있는데 굳이 추하고 아름답고, 달고 쓰고를 다툴 필요가 있느냐”는 삶의 관점을 여러 시를 통해 표현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난, 억울한 옥살이, 갖가지 불행 등 어떠한 일도 겪을 수 있다. 이렇게 살거나 저렇게 사는 것, 어느 것이 나은 삶인가. 참나를 알지 못하는 삶이 불행한 삶이 아니겠는가. 인생이 꿈인 줄 알았다면, 꿈 밖의 소식을 알아서 그 즐거움을 누려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노치허 원장의 해설이 시에 담긴 뜻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이 책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동양철학을 두루 섭렵한 저자가 소동파 시의 배경을 다양하게 분석,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동파가 48세 때 지은 ‘수여월호(水與月乎 객이 또한 저 강물과 달을 듣는가)’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그보다 앞선 시대를 살었던 왕유(701~762)의 ‘향적사를 찾아’와 소동파의 시심을 비교한다.

“길 모른 채 향적사 찾다가/ 몇 리를 걸어 구름 깊은 봉우리에 들었네/ 고목 속으로 길은 사라졌는데/ 깊은 산속 어디선가 종소리 들려오네/ 샘소리는 괴석에 부딪쳐 해맑게 피어나고/ 햇빛은 솔숲에 차갑게 빛나네/ 해질녘 고요한 연못가에 앉아/ 선정에 들어 번뇌를 없앤다.”(過香積寺, 왕유)

“수여월호에서 소동파는 ‘천지도 일찍이 한 순간도 그대로일 수 없고, 그 변하지 않는 이치로 이를 본다면 물(物)과 아(我)가 다함이 없음이라’며 불생불멸의 이치와 부증불감의 원리를 시로 풀어냈다”는 노 원장은 “왕유는 구름 깊은 산중에서 어디선가 들리는 종소리를 듣고 홀연히 자성에 계합한다. 소동파가 유일하게 존숭하는 시인의 오도송이다. 마음공부란 스스로의 마음을 밝히는 것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밝히면 성인의 마음과 다르지 아니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고 평했다.

노치허 원장은 소동파가 불교의 수행을 하게 된 것을 ‘유배생활 20년’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배를 통해 지혜가 밝은 선사를 찾아 ‘무심(無心)’을 배웠으며, 그 영향으로 그는 시에서 세속의 벗과 세상에서 살면서도 자연에서 늘 소요할 수 있었다는 것. 저자는 “동파의 무심경지가 잘 나타난 선시를 통해 독자들도 소동파의 맑은 마음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소동파 선생은 15세 때 인생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인생이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도연명의 글을 읽고는 명예를 추구하거나 권력에 아첨해 입의 풍족을 도모하기 보다는 그저 창자만 달래더라도 만족하는 소박한 농부의 삶을 생각했다. 19세 때 장자를 읽고 무심이란 말에서 감동을 받은 그는 28세에 왕팽거사를 만나 불법을 배우고나서 사상의 변화를 맞았다. 가친의 뜻에 따라 관료로 나섰지만, 45세에 황주에 유배된 뒤, 온힘을 다해 간경과 좌선에 힘써 49세에 개오했다.”

저자는 그런 모습을 소개하며 “소동파의 시가 선적인 내면을 지닌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깊이 있는 시를 통해 불자들이 불교의 대의를 아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 원장은 또 내년 초 주역에 대한 해설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선사인 영명연수선사(904~976)는 공자에 대해 전생에 부처님을 모셨던 가섭존자가 환생한 분이라고 했다. 그만큼 공자의 가르침은 불교의 사상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이를 의도적이거나 잘못 해석할 경우 유학에 대한 오해가 생긴다”며 “주역과 여러 고서의 참뜻을 불교적 관점에서 밝혀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152호/2015년1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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