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오성일

 

독한 맘만으론 못 버티지

이 집서 새끼들 자랄 적 생각에

웃음 나서 사는 거지

 

밥그릇보다 약봉지가 많은 집

밥보다 약을 많이 먹은 여자 혼자 누워

천장에 누운 육 남매 자장자장 다 재우고

오늘도 마지막 밤을, 잠드는 집

 

 

곧 폐가가 될 것처럼 낡은 집이 한 채 있습니다. 그 집에서 어머니는 오늘도 홀로 낮과 밤을 지내십니다. 그 집에서 어머니는 여섯 식구의 딸과 아들을 꽃나무처럼 키우셨습니다. 그 자식들 키운 보람으로 어머니의 마음밭에는 웃음이 자라고 피어납니다.

이제 어머니는 연로(年老)하셔서 아픈 데가 많습니다. 생기와 활력이 사라져 가을 끝의 마른 풀처럼 되셨습니다. 어머니의 몸은 모래 위에 선 누각과도 같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오늘밤에도 조용히 노래를 부르듯이 소리를 내셔서 자식들을 한 사람씩 한 사람씩 가만가만히 재우십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어머니와 낡은 집은 소등(消燈)을 하고 잠에 빠져듭니다.

[불교신문3143호/2015년10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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