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스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위한 세미나서 강조

한국의 전통산사 7곳이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오른 가운데, 하나하나의 사찰을 종파나 신앙형태를 대표하는 곳으로 부각시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려나가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찰건축의 구성형식을 신앙형태와 결합시켜 분류한 연구가 있는데, 조선시대 사찰은 크게 미타신앙계, 미륵신앙계, 화엄계, 법화계, 통불교계 사찰로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준에 따라 7곳의 사찰에 적용하면 중복 없이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흥선스님은 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가 지난 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흥선스님은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7곳의 사찰을 선정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각 계열을 대표하는 곳으로 부각시킨다면 왜 하필 일곱 군데인가 하는 문제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에 따르면 현대 한국의 산중사찰들은 조선후기 형성된 가람을 큰 변화 없이 물려받았다. 중요한 점은, 조선후기 형성된 사찰 건축 구성형식이 새로운 특별한 요소가 가미된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 물려받은 여러 종파적 특수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조선전기 숭유억불 정책으로 의미 있는 조영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웠기 때문에 사원건축의 역사는 위축과 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조선전기 사원건축에서 새로운 건축형식의 출현은 일어나지 않았고, 고려의 가람 구조와 형식이 유지되면서 그 전통조차 희미해져 가는 과정을 밟게 된다.

흥선스님은 “고려시대 사원은 종파성이 반영돼 종파마다 다른 건축적 특성들이 발현된 가람을 운영했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며 “조선전기 사찰들을 분석해보면 종파 혹은 종파의 신앙형태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법주사는 미륵신앙계로, 마곡사는 화엄계, 부석사는 미타신앙계, 봉정사는 미타신앙계, 선암사는 법화계, 대흥사는 통불교계로 묶을 수 있다고 밝혔다. 통도사만 이 분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신앙형태에 따라 나타난 건축적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타계 사찰은 극락정토 사상을 건축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주불전은 아미타불을 봉안한 극락전, 무량수전, 안양전 등이 되는데, 영주 부석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흥선스님은 “조선전기 사원건축은 고려시대 사원건축의 양상을 보존해 후대에 전승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산사, 산속의 또 다른 생명체…탁월한 보편적 가치 지녀”

이날 학술대회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한국의 전통산사'란 이름으로 등재된 사찰 7곳의 유산으로서 가치가 구체적으로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 가운데 어떠한 항목을 충족시키는지 살피기 위해 마련됐다.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한중일 3개국의 사찰 입지 비교를 통해 한국 산사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발표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성격이 다른 개방형 구조를 띠고 있다. 사찰 건물은 경내 일정 면적에 집중 배치돼 있으며, 이런 사찰군은 계곡이 흐르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지형의 고도와 방향, 경사 등을 고려해 건축되고 있다. 사찰 내부는 흙을 밟으며 다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차별화 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중국의 경우 사찰이 산정상부에 위치해 있고 바닥이 돌로 돼 있어 정원 개념이 없고, 정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일본은 사찰 경내에 인공정원을 조성했다”며 “우리나라는 자연산지를 정원으로 인식해 자연과 완벽하게 동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지닌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일본 사찰과는 다른 우리나라 사찰 특색으로 일주문을 들었다. 우리나라 일주문은 목조인 반면, 중국은 대개 석조로 일본은 일주문 자체를 볼 수 없다. 이러한 산사의 가치는 유네스코 등재기준의 Ⅳ(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 총체) 나 Ⅴ(환경이나 인간의 상호 작용이나 문화를 대변하는 전통적 정주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찰의 경우 건축물의 부실화와 경내 곳곳에 보이는 고딕체 아크릴 안내판 등은 경관미를 해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시정이 요구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숲속 산사는 산속의 또 다른 생명체”라며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사찰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는 바로 이 점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라고 피력했다.

한편 잠정목록에 오른 한국의 전통산사는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양산 통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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