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300여 대중 동참, 참회문 결의문 낭독

해인총림 해인사의 원융화합과 수행정신 회복을 발원하는 참회법회가 봉행됐다.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향적스님)는 8월27일 오전 10시 대적광전에서 방장 원각스님과 주지 향적스님을 비롯한 300여명의 스님이 동참한 가운데 ‘해인총림 수행정신 회복을 위한 참회법회’를 거행했다. 이날 법회는 최근 주지 추천을 놓고 빚어진 갈등을 참회하고 수행도량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불전을 향해 장궤합장(長跪合掌)한 해인총림 대중은 주지 향적스님이 낭독한 참회문을 통해 “선현들의 공덕과 은혜를 망각한 작금의 후학들은 풀과 나무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총림을 파행과 갈등의 장으로 만들고 말았다”면서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해인총림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참회했다.

이어 “원융살림과 육화(六和)정신으로 승가공동체의 본래모습을 회복할 것이며, 총림정신의 구현 주체자로서 주어진 모든 역할에 성심껏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양(利養)과 명리(名利)를 향한 승려가 아니라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고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참 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발원했다.

명종 5타에 이어 불전에 삼배를 올린 동참 대중은 방장 원각스님을 참회주(懺悔主)로 청한 후 주지 향적스님의 참회문 낭독, 방장 원각스님의 유시, 유나 관도스님의 결의문 낭독 등의 순서로 법회를 봉행했다.

방장 원각스님은 유시를 통해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로 총림의 위상이 실추되었다”면서 “산승(山僧)도 대중과 함께 불조(佛祖)에 참회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각자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정진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유나 관도스님은 해인총림 대중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해인총림 대중은 결의문에서 “방장 벽산원각 대선사는 총림의 최고 어른이시며, 총림 대중은 그 존엄과 법(法)에 의지하고자 한다”면서 △율정정신과 선종의 수행가치 내면화와 체화 △수행가풍과 화합 깨트리거나 명예 실추시키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음 △수행, 교육, 포교에 매진 △대중 청규 실천 적극 동참 등을 다짐했다.

해인총림 해인사는 이번 법회의 의미에 대해 “참(懺’)은 지나간 허물에 대한 반성이요 ‘회(悔)는 미래를 향한 다짐”이라면서 “내일을 위한 발원의 자리”라고 밝혔다.

 

제불보살과 역대조사 및 사부대중께 올리는 해인총림 참회문

 

신라의 순응 이정 양대 조사께서 802년 해인사를 창건하신 이래 고려의 희랑 균여 대사, 조선의 학조 신미 사명 대사 등 한국불교의 대선지식들께서 가야산에 주석하시면서 불일증휘 법륜상전(佛日增輝 法輪常轉)의 1200년 성상(星霜)을 빛내 왔습니다.

 

그런 정신은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져 대한불교조계종이 출범하면서 1967년 수행공동체을 지향하는 해인총림(海印叢林)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여법(如法)한 수행을 통한 화합 공동체는 부처님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이 땅 위에 구현하고자 선대의 어른스님들은 불철주야 위법망구(爲法忘軀)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현들의 공덕과 은혜를 망각한 작금의 후학들은 풀과 나무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던 총림을 파행과 갈등의 장(場)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해관계와 감정적 대립의 극단적 충돌로 인하여 의식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아예 총림을 외면하거나 은둔을 자청하며 그 뿌리마저 옮겨가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급기야 총림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민망할 만큼 그 위신과 권위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악구(惡口)와 양설(兩舌)로 집안의 허물을 밖으로 드러냄을 주저하지 않는 사자 몸속의 벌레가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총림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해인총림을 걱정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부처님과 역대선지식 그리고 방장스님의 증명 하에 신명을 다해 발로(發露) 참회코자 합니다.

잠시나마 보살적 삶보다 중생적인 삶을 우선으로 추구한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잠시나마 공동체의 명예와 이익보다 개인적 명예와 이익을 먼저 생각했던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잠시나마 수행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에 더 의미를 두었던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잠시나마 이슬 같은 명리(名利)때문에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망각했던 허물을 발로참회 하옵니다.

 

바퀴가 깨어진 수레로는 절대 먼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이제 멈춘 수레를 고쳐 다시 진리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총림대중은 뼈를 깎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진정한 총림의 구성원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는 2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스스로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수행자로서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선종의 종조(宗祖)이신 육조 혜능(慧能)선사는‘참회’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 참(懺)은 지나간 허물에 대한 반성이요, 회(悔)는 미래를 향한 다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리는 참회를 위한 법회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발원의 자리입니다.

원융살림과 육화(六和)정신으로 승가공동체의 본래모습을 회복할 것이며, 총림정신의 구현주체자로서 주어진 모든 역할에 성심껏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니다.

이제 이양(利養)과 명리(名利)를 향한 승려가 아니라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고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참 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이렇게 참회하고 발원하오니, 제불보살과 역대조사께서는 이 법석을 증명하시옵고 저희들을 가호해 주옵소서.

 

불기 2559(2015)년 8월27일 해인총림 참회제자들은 우러러 고하옵니다.

 

결의문

해인총림은 성철 고암 혜암 법전 원각 대선사로 그 법통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방장 벽산원각 대선사는 총림의 최고어른이시며, 총림대중은 그 존엄과 법(法)에 의지하고자 합니다.

첫째. 총림대중은 불교적 가치와 율장정신 그리고 선종의 수행가치를 내면화하고 체화(體化) 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둘째. 총림의 수행가풍과 화합을 깨뜨리거나 총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말과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원융살림과 화합정신에 기초하여 총림의 본래 기능인 수행과 교육 그리고 포교에 매진하겠습니다.

넷째. 일상이 곧 수행임을 알고 대중청규 실천에 적극 임하겠습니다.

불기 2559(2015)년 8월27일 해인총림 대중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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