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요론 1~3권

김기추 지음/ 비움과소통

‘한국의 유마’라 칭송받았던 백봉 김기추(1908~1985) 거사가 불교에 귀의한 것은 50세를 넘은 때였다. 세속에 살면서 수행을 시작했지만, 용맹정진은 매서웠다. 이후 후학지도와 포교에 전념한 김기추 선생은 많은 지식인들을 불교로 인도했다.

부산서 태어난 선생은 20세때 부산청년동맹 위원장을 맡아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일제의 눈을 피해 만주로 갔다가 만주의 감옥에 갖혀 죽음을 눈앞에 뒀다. 그때 김기추 선생은 벽면 가득히 관세음보살을 적으며 염송을 했는데, 그 영험이었을까, 독실한 불자였던 일본인 간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거사가 불교와 만난 것은 1963년, 심우사 주지 춘성스님을 만나서였다. 당시 ‘무(無)’를 화두로 받고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보름간 용맹정진을 하는 등 수행에서 큰 성취를 이뤘다고 한다. 당대 큰스님이었던 춘성스님은 “거사의 몸으로 무상대도를 이룬 유마거사”라고 불렀다고 전해온다.

김기추 선생은 ‘새말귀’를 제창했다. 화두수행이 출가자를 위해 창안된 것이라 현대인에게 적합한 수행방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또 “가업을 잇더라도 잘못된 이익을 탐하지 말라” “세상의 법도와 함께 가더라도 대도를 버리지 말라” 등 재가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열가지 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백봉거사 입적 30주년을 기념해 비움과소통출판사가에서 내놓은 <선문염송요론>은 백봉 김기추 선생이 고려때 수선결사를 이끈 진각 혜심국사의 선문공안을 설명한 내용이다. 1125칙의 공안 가운데 석가모니부처님에 대한 화제 30가지, 직계제자들의 화제 41개, 그리고 여러 조사의 화제 32개를 수록했다. 또 혜능스님에서 혜충국사에 이르는 화제 등 시대별로 화제를 나눠 총 15권의 <선문염송>을 펴낸 바 있다. 한자로 된 혜심국사의 <선문공안>을 번역하고, 그 내용에 대해 짧게 설명을 달았다.

“대각련이 송하되, 손에 가득히 들고서 물어 봤으나 모두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네. 뱃주인이 재주와 지혜가 많아서, 곤륜에게 보배를 가려오라네./ 사람들은 제각기가 가득히 지니고 있는 보배구슬을 모른다. 불에 들어 아니 타고, 물에 들어 아니 젖는 보배구슬이다. 모르기 때문에 배를 끌고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는 명수 선주로 하여금 구슬을 잘 가려 오도록 하여야 한다는 비유니, 내가 한마디 일러라. 선주는 어디 있는가. 바로 눈앞에 있고 코 밑에 있느니라.”

김재경 비움과소통 사장은 “한자가 섞여 있어 현대인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백봉 거사의 원고를 그대로 담아 영인본으로 남기고자 했다”며 “이번 3권 발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15권 전체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불교신문3131호/2015년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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