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허 용성 효봉스님 사상 고찰

자장스님 김시습도 연구주제로

 

올 하반기에도 많은 불교 박사가 탄생한 가운데, 한국 근현대 불교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스님들을 주제로 한 박사 논문들이 잇따라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의 ‘용성선사 역해 <금강경> 연구’, 부산 문수사 지원스님의 ‘효봉 원명의 선사상 연구’, 홍현지 박사의 ‘경허 성우의 중도불이 사상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으로 불경을 우리말로 옮기는데 힘쓴 용성스님(1864∼1940)의 <금강경>을 고찰했다. 용성스님이 한글로 번역한 각 번역본의 구조와 이들 번역이 지닌 특성을 조명했다. 지원스님은 “용성스님은 수차례에 걸친 한글번역과 이를 책자 형태로 발간해 대장경의 한글번역에 모범을 보여주었다”며 “기존 해석과 다른 구조를 통해 경전이 담고 있는 다양한 내용 파악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부산 문수사 주지 지원스님은 조계종 초대 종정으로 현대 한국불교 정립에 큰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술적 연구는 미진했던 효봉스님의 선사상과 실천행을 연구주제로 다뤘다. 특히 정통 간화선 수행자로 동시에 보조사상을 선양한 스님의 사상적 위치는 그간 모순적인 관점에서 고찰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두 사상이 스님 삶에서 모순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하나인 선(禪)이 시대에 따라 그 강조점이 달라진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홍현지 박사는 경허스님이 도달한 깨달음의 경지인 돈오돈수와 중도불이(中道不二)의 상관성을 중도불이의 이론적 요소와 실천적 요소로 나눠 고찰했다. 홍 박사는 “경허스님은 한국선불교 불씨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한국불교 사상사에서 원효와 더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불교에서 중심인물로 꼽히는 스님들을 다룬 논문도 눈여겨 볼만하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자현스님은 ‘자장의 전기 자료 연구’를 통해 자장스님의 전기 자체를 규명하기보다, 자장스님 전기 찬술자들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에 주목했다. 신이(神異)함으로 가득한 스님 생애는 그간 연구의 한계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스님은 신라가 상대에서 중대로 넘어가는 변혁기를 산 인물로, 입당(入唐)해 선진불교와 교류하며 국제적 안목을 키워 이후 신라불교와 국가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 자현스님은 “자장은 신라인이지만 그 영향 만큼은 아직도 현대를 압도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번 박사학위로 일반대학원 박사학위 4개를 취득한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철우스님은 ‘설잠 김시습의 선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님은 ‘화엄석제’ ‘일승법계도주병서’ ‘연경별찬’ ‘심현담요해’ 등 설잠스님의 저술에 나타나는 불교사상을 불성론(佛性論)의 관점에서 구명했다. 이를 통해 설잠스님 사상은 선교일치를 통해 중생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이었으며, 생활선(生活禪)의 제창이었음을 피력했다. 탄호스님의 ‘석도화상의 일획사상 연구’는 청대 초기 회화양식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한 석도스님의 화어록(畵語錄)을 선사상으로 재해석한 논문이다. 스님이 밝힌 일획이라는 것은 결국 만획이며, 만획이 곧 일획이다. 이는 선종에서 말하는 일심(一心)이며 불성이고 실상인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석도스님은 깨달음의 근본표현을 일획으로 귀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휴정의 선시에 나타난 불교사상 연구’로 동방문화대학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서예 씨는 스님의 사상에 대해 순수 선문종풍만 선양한 것이 아니라, 정토, 화엄사상도 품고 있는 원융종풍의 선사상이라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간화선, 이론적 체계화 가능

템플스테이 특화프로그램 필요

 

간화선 수행과 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한 논문들도 있다. 서찬영 박사는 ‘재가불자들의 간화선수행 체험에 관한 내러티브 연구’로 창원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간화선 수행으로 화두타파의 체험을 이루고, 일상 속에서 변화된 삶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과정을 내러티브(인간 경험을 이해하려는 탐구양식) 탐구법으로 기술한 논문이다. 서 박사에 따르면 수행 참여자들은 간화선에 돌입하면서 서서히 종교적 정화현상을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확고한 깨달음의 의지와 선지식의 지도로 화두체험에 다다르게 된다. 서 박사는 A선원에서 7개월여에 걸쳐 간화선 수행집중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진하고 있는 불자 1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서 박사는 이 연구를 계기로 간화선 체험들 속에서 일반화가 가능한 현상들을 발견해 이론적 체계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김성수 씨는 ‘가정폭력피해 쉼터여성을 위한 글쓰기명상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 연구’라는 논문으로 서울불교대학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쉼터여성들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명상을 안내해온 김 박사는 글쓰기 명상이 심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드러내고 효과성을 입증했다. ‘집착, 언어성 분노행동, 공격성, 자존감’ 등 6가지 요인을 통계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예비연구에서 가해남성 집단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해 실험을 실시, 연구의 독창성을 확보한 점도 돋보인다. 더불어 서용석 박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심신치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제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특화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 법화경 범본·한역본 비교 연구

선종 제2율장 청규 조명 ‘눈길’

 

<법화경>의 산스크리트어본을 기본 텍스트로 한역본과의 비교 대조 작업을 토대로 그간 한역에만 의존했을 때 중시되지 않거나 누락된 맥락을 새롭게 밝혀낸 논문도 나왔다. 하영수 금강대 박사는 ‘법화경의 삼보 구조에 대한 해석학적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을 통해 <법화경>이 제시하는 삼보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소개했다. 특히 <법화경> 여래수량품의 부처님의 무한한 수명이라는 교설은 곧 ‘붓다의 끝없는 보살행’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 끝없는 보살행이라는 교설에는 부처님의 초월적 능력 뿐 아니라 깊은 자비가 표현돼 있다는 설명이다. 하 박사는 “이는 범어본에 입각한 것으로 기존 한역본에서는 번역되지 않았다”며 “법화경이 불교 근간을 이루는 ‘삼보’와 붓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지혜’와 ‘자비’를 온전히 구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하 박사는 금강대가 배출한 첫 번째 박사 학위자이기도 하다.

중국 선종 제2의 율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청규를 조명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신해스님의 ‘청규에 나타난 습의 연구’는 인도에서 계율이 전래된 이후 중국 한국 일본의 청규 변천사를 살펴본 후, 청규에 나타난 습의를 고찰한 논문이다. 특히 한국불교 청규는 고려 보조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으로부터 비롯돼 역사적 굴곡을 지나오면서 근현대 여러 종류의 청규가 만들어졌음을 밝혀냈다. 주목되는 점은 현재 동아시아 삼국의 선원청규는 각 개산조나 혹은 선원을 개설한 조실 안목으로 마련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명지 박사는 중국 역대 왕조의 사리봉안에 대해 조명했다. 오 박사는 중국불교에서 사리봉안이 갖는 큰 의의에도 불구하고, 왕조들이 행한 불교정책을 논하는 가운데 그 일부로써 사리봉안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지적하며 현존하는 관련 유물들을 고고학적, 미술적, 건축학적 측면에서 비교 고찰했다. 이를 통해 오 박사는 “중국에서의 사리봉안은 인도와 다르게 순수 불교신앙에만 의한 것이 아닌 왕권 유지를 위한 한 방편으로 활성화시킨 면도 없지 않다”며 “한국과 일본 역시 왕조들에 의해 먼저 사리가 수용되고 신앙되면서, 왕권강화를 위해 이용된 일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연 박사는 ‘자이나교의 다면론(多面論)에 대한 불교의 비판 연구’는 ‘타트바상그라하 스야드바다’라는 문헌을 중심으로 자이나의 다면론 개념과 비판내용, 이후 자이나 문헌에서 다면론에 대한 해명 등을 통해 다면론이 논리적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검토했다.

 

■ 힌두교계통 초기신중 기원문제

도상해석에 새로운 논거 제시

 

불교미술 분야에서도 두 명의 박사 학위자가 배출됐다. 김성훈 박사의 ‘초기불교 힌두교계 신중도상의 연구’는 현재까지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힌두교계통 초기신중의 기원문제와 유통경로, 그리고 적용관계를 밝힘으로써 불교미술 도상해석에 새로운 논거를 제시한 논문이다. 신중은 대승불교 전개과정에서 수용된 신들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나 수호신을 지칭한다. 논문에 따르면 신중은 힌두교가 번성한 인도의 내지보다는 인도 서북부지역을 중심을 불교에 수용됐으며, 불교가 동쪽으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추가로 수용되는 등 지속적인 변모를 보이고 있다. 김 박사는 “불교미술에서 힌두교계 신중상은 자비로운 모습의 불보살과 다르다. 이같은 특징은 호법과 수호 기능을 갖는 신중 역량이 제고됐으며, 힌두교 원래 도상도 참고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희 박사의 ‘돈황 막고굴과 한국 화엄경변상도의 비교연구’는 돈황 막고굴의 29개 굴내 화엄계 불화와 한국 화엄계 불화를 비교 고찰한 논문이다. 기존 연구 성과 대부분이 작품 주제나 형식에 대한 단순 분석이나 시대구분에 머무르고 있을 뿐 작품의 양식특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김 박사는 돈황과 중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불교미술의 관계를 고찰했다. 김 박사는 “화엄계 불화는 중국 돈황 막고굴서 태동돼 한반도로 전래됐다”며 “이런 특징은 통일과 균제미, 호화로운 채색으로 나타나며, 송광사, 선암사, 쌍계사의 화엄변상도 모습에서도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131호/2015년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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