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의 더프라미스 후원자

불교TV 출연한 묘장스님

국제구호활동 이야기 듣고

곧바로 후원하겠다고 전화

미얀마 중학교 건립불사에

1억원 희사하며 희망 전해

 

딸 소개로 아프리카 어린이

16년 넘게 ‘1대1 결연’ 후원

지진 피해 입은 네팔인 위한

보건소 건립에도 후원 계획

박효의 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약하나마 보시행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서원했다. 아랫사진은 박 씨가 1억원을 후원해 지난 1월 열린 미얀마 예뽀예레중학교 준공식 모습.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큰 힘을 얻고자 한다면 음식을 나누어 주라. 단정한 얼굴을 얻고자 한다면 의복을 나누어 주라. 안락을 바란다면 수레를 보시하고, 밝은 눈을 얻고자 한다면 등불을 보시하라. 또한 모든 것을 보시했다고 말하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아울러 진리를 중생에게 가르쳐 주면 그것이야말로 보시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보시라 할 것이다.” <시하득대력경>에 따르면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시던 부처님께서는 한 불자가 보시의 공덕에 대해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강원도 횡성군에 거주하고 있는 박효의(78세, 법명 무상행)씨는 자비나눔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불자다. 16년에 걸쳐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1대1 결연 후원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움에 목마른 미얀마 시골지역 중학생들을 위해 1억원을 쾌척함으로써 그 아이들이 미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특히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인을 위한 보건소 건립에 힘을 보태겠다는 원력을 이미 세워 놓고 좋은 아이템을 찾고 있는 중이다. 수차례에 걸쳐 정중히 사양하던 박효의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자비나눔 행렬에 동참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에 생각을 바꿔 지난 7월21일 인터뷰 장소인 서울 조계사를 찾았다. 

박효의 씨의 하루일과는 오전시간대에 불교TV와 불교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도 동참비를 내달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서울 정릉 봉국사를 자주 찾으며 불교에 입문한 박효의 씨는 <법화경>도 2차례 사경할 만큼 불심이 깊다. 5년 전인 2010년 남편인 김귀달 전 전북대 사학과 교수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박 씨는 2012년 아무런 연고도 없던 강원도 횡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1남2녀의 자녀를 모두 키워 독립시킨 박 씨는 텃밭을 가꾸면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히 매일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불교TV와 불교방송은 박 씨에게는 자연스레 둘도 없는 도반이 됐다. “불자인데다가 아무래도 혼자 편안하게 살다보니 불교TV와 불교방송을 끼고 살지요. 나이가 드니 자꾸 잊어 버려서 TV를 매일같이 보면서 불교를 배우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박 씨는 불교TV 열린마당에 출연한 더프라미스 상임이사 묘장스님의 국제개발구호활동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불교TV를 통해 묘장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구미 도리사로 전화한 박 씨는 묘장스님과 직접 통화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미약하나마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묘장스님이 미얀마 이라와디주 예뽀예레중학교 재건축 불사계획을 설명하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자 박 씨는 흔쾌히 불사비 1억원 전액을 보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뽀예레중학교는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40년 된 기존 학교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도 340여 명의 학생들은 학업을 이어가며 희망을 키워온 곳이다. 박 씨의 후원으로 불사에 들어간 더프라미스는 노후된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교실 4칸, 연면적 344㎡규모의 새로운 학교 건물을 세우고 책걸상도 교체했다.

박 씨가 1억원을 후원해 지난 1월 열린 미얀마 예뽀예레중학교 준공식 모습.

지난 1월 열린 예뽀예레중학교 준공식에 자신의 딸과 손녀와 함께 찾은 박효의 씨는 전교생에게 학용품 세트도 선물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후원한 뒤 말로만 듣다가 실재로 학교와 아이들을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죽어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잘 지었더군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인데도 인근 마을주민은 물론 장관님까지 나오셔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애들 선물은 챙겼는데 선생님 선물을 못 챙겨 미안했어요.” 박 씨는 더프라미스 후원 이전에 다른 몇 곳에 후원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16년 동안 매달 3만원씩 후원하던 단체에도 몇 차례 찾아가 후원 의사를 몇 차례 밝혔는데도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에는 불교단체에도 직접 찾아가 후원 의사를 밝혔지만 연락드리겠다는 답변 이후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묘장스님은 후원 의사를 전하자마자 곧바로 ‘횡성으로 찾아 가 추진중인 사업계획을 설명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묘장스님을 만류한 뒤 며칠 뒤 자신이 서울에 올라와 더프라미스 사무국을 찾았다. “더프라미스와 인연이 되려고 그런 것인지 다른 단체에 직접 찾아가 후원 의사를 밝혔음에도 연락이 오지 않더군요. 심지어 횡성에서 경상도 지역까지 찾아갔는데도 성사되지 않아 제 스스로한테 문제가 있었는지 반문하기도 했지요. 결과적으로는 더프라미스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맺게 돼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씨가 이처럼 보시행을 펼치게 된 데는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삶의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박 씨 또한 예전에는 돈을 아끼고 모아서 노년에 편안하게 살자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 남편이 교수이긴 했지만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 조차 사지 않고 한푼, 두푼 알뜰히 모으며 살아왔다. 특히 심장이 좋지 않던 남편이 10년 넘게 병원을 다녔지만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평생 모은 돈 가운데 1원도 가져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재에 빽빽이 쌓아둔 수많은 책과 각종 자료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제자는 물론 대학조차도 가져가지 않아 횡성으로 이사하면서 전부 폐기처분했다. 이를 통해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돈과 명예 등 모든 것을 놔두고 갈 수밖에 없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겠다고 서원했다. 1대1 결연 후원을 맺어온 아프리카 어린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졌지만 박 씨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로 생각을 접은 뒤 새로운 방법을 찾다가 미얀마 중학교 건립을 후원하게 된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남편의 죽음앞에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어요. 그러다가 나도 죽으면 내 물건과 돈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가져가지도 못할 돈을 쌓아만 둘 게 아니라 뜻깊게 쓰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보시행에 동참하게 됐지요.”

박 씨의 보시행은 1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 씨는 지난 4월 네팔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인들을 위해 보건소 건립을 후원하겠다는 서원을 세워 놓았다. 현재 네팔에서 활동중인 더프라미스 활동가가 10월달에 귀국하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듣고 후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또한 거액을 후원하는 경우, 자녀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박 씨의 아들, 딸은 어머니의 보시행에 흔쾌히 동의했다. 또한 몇 곳의 단체에 후원하던 딸의 소개로 박 씨도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동국대 한의학과에 재학 중인 손녀도 용돈을 아껴 후원을 펼침으로써 3대가 함께 보시행을 펼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박 씨는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여생을 어려운 이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고 부처님 전에 서원했다.

“부처님께서 제가 갈 길을 제시해주셨듯이 저의 도움이 필요한 곳과 인연을 잘 맺어 주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날까지, 돈이 허락하는 날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뜻깊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떻게 보면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 만큼 큰 힘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박효의 씨는 …

 

1938년 10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난 박효의 씨는 서울 무학여고를 졸업한 뒤 1남2녀를 둔 주부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남편인 고(故) 김귀달 전 교수(전북대 사학과)가 지난 2010년 별세하자 2012년 강원도 횡성으로 옮겨 노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박효의 씨는 매일 오전시간대에는 불교TV와 불교방송을 시청할 만큼 독실한 불자다. 또한 불교계 국제개발구호단체인 더프라미스를 통해 미얀마 오지마을 중학교 건립불사비로 1억원을 쾌척함으로써 지난 1월 340여 명의 미얀마 예뽀예레중학교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사(校舍)와 학용품을 선사해줬다. 아울러 박 씨는 네팔 보건소 건립 등 기회가 된다면 어려운 이웃나라를 돕고 싶다고 서원한 만큼 보시행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불교신문3130호/2015년8월2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