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명찰

김해 은하사를 무대로 한 영화 ‘달마의 놀자’의 한 장면

사찰은 우리나라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수려한 자연 풍광 속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는 배우들의 서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때문에 스크린에 담긴 사찰의 모습은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영화 속 도량을 찾아 힐링의 기회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2010년 성지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여덟 번의 감정’은 서울 유명 갤러리 큐레이터인 주인공을 통해 남자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 생성, 변화, 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 속 주인공과 그의 여자 친구가 처음 부산 외곽으로 데이트를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영축총림 통도사다. 이곳은 국내 삼보 사찰 중 하나로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특히 이들은 세 개의 별과 하나의 반월이며 마음을 형상화한 ‘삼성반월교’를 넘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통도사에서 촬영된 영화 '여덟번의감정 '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다녀가 더욱 유명해진 안동 봉정사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찰이다. 특히 봉정사 영산암을 무대로 많은 영화가 앞다퉈 나왔다. 1989년 로카르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주경중 감독의 ‘동승’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동승’과 봉정사의 인연이 눈길을 끈다. 주 감독이 3년간 수많은 사찰을 돌던 끝에 가장 아름다운 사찰 중 하나로 손꼽은 사찰이 바로 영산암이다. 영화 속 스님들의 삶을 진짜 수행자들의 삶처럼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영산암이 간직하고 있는 회화적 아름다움에서 비롯됐다.

소양호의 운치를 품고 있고 있는 춘천 청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속 도량이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은 청평사의 보물인 ‘회전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이 회전문을 기억한다는 내용의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은 고려 광종 24년(973) 중국 후당 승려 영현선사가 백암선원(白巖禪院)을 창건한 것을 시작으로 보현원 문수원 문수사를 거쳐 조선 명종 때 보우스님의 중창과 함께 청평사로 개칭했다. 회전문의 ‘회전’은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줄임말로 윤회의 이치를 상징한다.

사찰에 머물며 불교를 이해해가며 조금씩 변해가는 조폭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달마야 놀자’의 무대인 김해 은하사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영화는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2001년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산사의 아름다움 또한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경남의 명산 신어산 자락에 자리잡은 은하사는 서기 42년 김수로왕 세우고 인도에서 온 허황후가 오빠 장유화상과 더불어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던 원찰이었다. 인도에서 온 장유화상이 이곳에 동림사와 서림사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은하사가 바로 전에 서림사였다. 신어산이 과거 은하산이라 불렸던 까닭에 절 이름이 현재의 은하사로 바뀌었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세운 범종루와 설법전을 비롯해 전각 바로 아래 깨진 독에 물을 가득 채웠던 연못 등 영화에 등장한 여러 풍경들은 또 다른 볼거리다.

.영화 ‘여덟 번의 감정’에 등장하는 영축총림 통도사의 ‘삼성반월교’.

[불교신문3129호/2015년8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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