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논란 관련 입장문 발표

미군 시설에 보관 중이던 살아있는 탄저균이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로 배달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단체 14곳이 오늘(7월28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탄저균 실험 중단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촉구했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대한불교청년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불교계 승·재가 단체 14곳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치명적인 탄저균을 살아있는 상태로 반입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과 주한미군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기지 내 생물학무기 실험실 폐쇄와 책임자 엄정 처벌, 주한미군의 탄저균을 활용한 실험 및 훈련의 전면 중단을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측 발표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임을 직시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전반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안보라는 미명하에 국가 주권을 침해당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데 있다”며 “분단을 빌미로 이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재발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한미군은 지난 5월28일 미국 유타 주의 한 군 연구소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 오산 공군기지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배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불교계 단체 입장문 전문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안보는 없습니다.

지난 5월 28일, 미국 국방부의 발표를 통해 알려진 ‘주한미군의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사건’이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여러 의혹은 제대로 해명되지 않고 있다. 어제는 한국전쟁 중단이 선언된 정전 62년을 맞는 날이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이번 탄저균 반입사건이 전쟁문제와 결코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불교계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탄저균은 감염되면 치사율이 80~95%에 이르는 고위험성 병균으로 도심 상공에 100kg이 살포되면 100~3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쟁에 이용될 시 강력한 생물학무기로서 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탄저균의 개발, 생산, 저장, 취득, 비축은 ‘생물무기금지협약’에 의해서 금지되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도 가입되어 있다. 이토록 위험한 탄저균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페덱스’라는 택배로, 한국 정부와는 사전 협의도 없이 국내로 반입한 것은 미국측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 처사로써 규탄받아 마땅하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자체 진상보고서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으며 용납될 수 없는 실수”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 치명적인 세균인 탄저균이 어떤 이유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배송되었는지 그 원인은 규명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최근 2년 동안 탄저균뿐만 아니라 10만배나 독성이 강한 보톨리눔 등을 이용한 ‘쥬피터 프로그램’이라는 생물학무기 실험 프로젝트를 국내 곳곳의 주한미군 기지 실험실에서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주한미군 사령관이 ‘쥬피터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을 생물학무기 실험장으로 삼는 위험천만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치명적인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반입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미국과 주한미군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주한미군 기지내의 생물학무기 실험실의 폐쇄와 책임 관련자의
엄정한 처벌 및 주한미군의 탄저균을 활용한 실험 및 훈련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미국측의 발표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하여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해야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안보라는 미명하에 국가주권을 침해당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분단을 빌미로 이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재발되어서는 안된다. 하루빨리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일에 우리 불교계 단체들은 정진해나갈 것이다.


불기 2559(2015)년 7월 28일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대한불교청년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광주전남불교NGO연대,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북불교네트워크, 좋은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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