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 권위 위해 불가피” 부처님 당시 더 엄격

“수행 승가공동체 생활 힘들기 때문”

사미사미니 자격심사 ‘갈마’ 때 판단

조계종 승려법 제8조는 종단의 스님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을 열거하고 있다. △실질상 속세관계를 끊지 못한 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형법상 피의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 △난치 혹은 전염성이 있는 질병에 걸렸거나 정신 또는 신체조건이 승가로서의 위신상 부적당한 자 △파렴치범의 전과자 △종단 미등록 사설사암을 보유한 스님의 직계제자 등이다.

청정비구(淸淨比丘)의 기본은 독신이므로 배우자나 자녀를 거느려선 안 된다. 이혼을 하고 친권을 포기하면 무방하다. 또한 신용불량자라면 빚부터 갚고 와야 한다. 범죄자 신분이거나 중범죄 전력자도 고결해야 할 승단에 응당 발을 디딜 수 없다.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 항목에서 나타나듯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면 그것도 결격이다. 눈에 띄는 것은 ‘신체조건이 승가로서의 위신상 부적당한 자’인데, 장애인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볼썽사나울 정도로 심하게 문신을 새긴 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불구자’라고 명확하게 못 박지 않은 데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섞여 있다. 물론 엄밀히 이야기하면 장애 정도에 따라 출가를 허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여부(與否)는 예비승에 해당하는 사미와 사미니 자격을 심사할 때 ‘갈마(羯磨)’를 통해 가른다. 조계종 계단위원회가 갈마의 주체다. 계단위원 덕문스님(영축총림 통도사 율원장)은 “손가락 한마디가 없는 정도는 괜찮고 문신의 경우엔 수술을 통해 많이 지웠다면 용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단, 눈에 보이는 부위의 심한 흉터와 여성의 눈썹문신은 통과가 어렵다. 합리적으로 처결하되 기본전제는 건강하고 온전한 신체란 전언이다.

실제로 입산(入山)을 받아달라는 장애인 불자들의 청원이 간간히 제기된다는 게 종단 인사(人事)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러나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장애가 있는 경우엔 종단으로 출가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조계종 ‘출가’ 사이트는 “수행생활이나 승가공동체의 대중생활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거절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친절한 말투지만 석연치는 않은 느낌이다.

수행이란 결국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눈이 멀었거나 팔다리가 없다고 해서 수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2조(祖) 혜가는 외팔이였다. 어쩌면 거동이 버거운 도반(道伴)을 도우며 일정한 불편을 감수하는 게 진정한 대중생활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출가를 한 이후에 장애를 입은 경우는 문제 삼지 않는데, ‘차마 못할 일’이지만 여하튼 형평성에 어긋나는 관행이다.

사실 부처님조차 장애인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외려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했다. 율장에 의하면 수행할 수 없을 만큼의 장애는 물론이거니와 정상인과 비교해 조금만 달라도 거부했다. 몸에 얼룩이 있어도 머리카락과 털이 없어도, 심지어 좌우 어깨가 기울었거나 심하게 찢어진 눈을 가졌어도 불합격이었다. 신(神)을 숭배하는 여타 종교와 달리 출가수행자란 인간을 귀의의 대상으로 삼는 불교이므로(승보, 僧寶), 신중하게 엄선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님이 벼슬은 아니겠으나 성직자에 준하는 권위를 지녀야 한다는 주장도 수긍이 간다. 전 조계총림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도일스님은 장애인 출가와 관련한 언쟁과 불만을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 “정말로 불법을 좋아하고 수행하려고 한다면 굳이 출가의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불교신문3124호/2015년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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