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군법당 안국사 ‘철거 위기’ <하> 쟁점과 대안

상무대로 유명했던 광주 무각사

사령부 장성으로 이전했지만

연병장 터였던 사찰 온전히 남아

현재 지역 최대 법당으로 성장

 

“훌륭한 미관과 입지 지닌 안국사

허무는 일 시민 삶의 질에도 손해”

안국사 존치위원회가 지난 6월29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권순학 경남지사장 gyonam108@ibulgyo.com

 

군법당은 군법당 이전에 법당이다. 곧 부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종교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간 창원 안국사의 사례처럼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군부대 이전으로, 철거될 위기에 처한 군법당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존치됐을 경우 이전보다 훨씬 값지고 이롭게 쓰인 전례는 대단히 많다. 비단 불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났다. 안국사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광주 무각사는 제2의 도약을 이룬 모범이다. 1971년 창건된 무각사는 본래 ‘상무대’로 유명한 육군전투병과교육사령부의 군법당이었다. 광주광역시는 1994년 현대판 ‘엑소더스’를 치렀다. 상무대 자리에 신시가지를 일으키면서 도시의 서쪽으로 문명의 대이동이 이뤄졌다. 사령부는 전남 장성으로 이전했지만 연병장 터였던 무각사는 온전히 남았다. 300명이 법회를 볼 수 있는 대웅전은 지금도 광주 최대의 법당이다. 무엇보다 사찰을 둘러쳐서 대규모의 시민공원이 조성된 상태다. 최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열었다.

남산 인근의 서울 충정사도 미래가 기대된다. 1980년 12월 세워진 절은 1991년 수도방위사령부가 남현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군포교 전진기지로 활용됐다. 예비역 장성들의 신행도량이자 사랑방으로 쓰이던 충정사는 지난 1월 종단에 등록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내외국인이 즐겨 찾는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에 위치한 만큼 포교조건이 유리하다.

이밖에도 육군특수전사령부 및 제3특전여단 호국사자사는 종단 집행부가 주변의 땅을 사들이면서 위례신도시 포교거점으로 일신할 전망이다. 영외 군법당이었던 육군군수사령부 금련사와 해군본부 통해사, 공군사관학교 및 공군대학 보라매법당 역시 군부대가 떠났지만 지금껏 건재하다. 결국 안국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창원시는 택지개발을 위한 설계상 안국사 터가 말 그대로 노른자여서 폐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보존하겠다는 안국사 존치위원회는 건립 당시의 ‘확약’을 회심의 카드로 내놓았다. 1989년 안국사를 지을 때 “법당을 사용하지 않게 될 경우 대한불교조계종으로 불하한다는 조건을 군 당국에서 제시했다”는 것이다. 존치위원회는 6월29일 기자회견에서 “건립 당시 창원 구룡사와 통도사, 범어사 등은 안국사가 영구히 보전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시공사인은 은하주택 김성필 회장의 어머니인 수련화 신도회장의 보시와 불자들의 정성을 모아 건립불사를 일으켰으며 건립 후 국방부에 기부채납하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지난한 힘겨루기로는 해결이 요원하리란 게 군승과 지역 스님들의 중론이다. 창원시는 다른 지역에 종교부지 500평을 불교계에 분양해 주는 것으로 ‘민원’을 털어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광주 무각사의 사례를 본떠 안국사 부근을 공원화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더 이익이 되리란 목소리도 있다. 안국사 주지로 복무했던 남장 김갑영 법사는 “39사단이 옮겨가는 함안에 군법당을 신축한다지만 현재의 안국사만한 건물을 다시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훌륭한 미관과 입지를 지닌 안국사를 허무는 일은 시민들의 삶의 질에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설계변경을 포함한 창원시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되는 형국이다. 아울러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역불교계의 평판만 깎아먹을까 우려된다. 부지의 소유권이 창원시로 넘어가는 9월까지 자료와 논리를 충분히 준비해, 진지하고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불교신문3124/2015년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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