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천 동국대일산한방병원장

지난 10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 집무실에서 만난 정지천 원장은 종립대학병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전국의 스님과 불자들의 깊은 애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서산대사의 선시로 알려져 있는 이 시는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애송한 시로도 유명하다.

정지천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의 이력에는 동국대 한의학과 1기, 모교 한의학과 출신 첫 교수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다. 동국대 한의학과 산증인인 정 원장의 꿈은 서울 시내에 ‘동국대 서울한방병원’을 개원하는 것.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길을 남겨주고픈 생각에서다.

현재 서울시내 대학 부속

한방병원은 경희대 동신대뿐…

정지천 원장은 어릴 적부터 위장계통이 안 좋고 허약체질로 인해 한의원을 자주 찾았다. 어린 나이에도 한약을 잘 먹던 정 원장이 예뻐 보였던 당시 한의원 원장은 환자가 구름같이 몰려들어도 진료순서를 앞당겨주고 진료비 할인 특혜도 줬다. 정 원장의 할아버지도 뒤늦게 의생, 즉 한의사가 됐을 뿐만 아니라 정 원장의 아버지도 처음으로 학과가 개설된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의학과 진학을 권유해 자연스레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개교했고 한의학과에서 1기생 40명을 모집했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지원하게 됐지요. 어릴 적부터 한의원을 자주 찾았을 뿐만 아니라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제 몸을 제대로 알게 돼 체질에 맞춰 음식을 먹고 생활하다보니 건강도 좋아졌어요. 적성도 잘 맞더군요.”

한의학과 1기로 입학한 정 원장은 수석 졸업에 이어 인턴과정과 석사과정을 모두 1기로 마쳤다. 동국대 한의학과 1호 박사도 정 원장의 몫이 됐다. 1991년 5월 모교 한의학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동국대 한의학과 교수로 임용되는 영광도 차지했다.

1996년 동국한방병원 진료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1997년 6월, 37세의 나이로 동국한방병원장 소임을 맡기도 했다. 서울 상경 시 ‘500평도 채 되지 않던 작은 병원을 확장 이전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정 원장은 IMF사태에도 불구하고 동국한방병원을 동국대 강남한방병원으로 확장 이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정 원장은 TV와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며 본인은 물론 동국대 한방병원을 널리 알렸다. 특히 1997년 봄부터 시작한 MBC 라디오 출연은 20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6개월 정도를 빼고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다.

또한 1998년부터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에 70여 차례 출연하며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기여했다. “1기, 1호 등 각종 수식어가 부담스럽긴 하지요. 하지만 저로 인해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쉽고 빠르게 길을 걷을 수 있고 한의학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선배로서 기꺼이 최선을 다해야지요.”

“‘복을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복을 지으라’는 어머니 말씀

제 법명인 자안(慈眼)처럼

열심히 자비행 실천하고

동국대 한방병원을 통해

동국대 한의대가 명실상부하게

한의학 연구와 진료

교육의 구심점 돼야죠”

독실한 불자인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사찰을 찾던 정 원장은 동국대에 진학하며 불자로서의 본격적인 삶을 살게 됐다. 한의학과 개설 첫 해에는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지도교수를 한의학과 교수가 아닌 불교학과 교수가 맡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그 지도교수가 바로 고(故) 목정배 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였다.

그로 인해 정 원장은 목 전 교수로부터 불교수업을 들으며 경주지역 사찰도 자주 찾아 자연스럽게 불교와 인연을 맺어가게 됐다.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 때에는 가까운 사찰을 찾아 참선수행을 했으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심취했던 <금강경>도 늘 가까이에 두고 공부했다. 또한 한의학과에 진학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펼치겠다’는 서원도 본과 2학년 때부터 실천해 나가고 있다.

정 원장은 본과 2학년 때인 1982년 한의학과 의료봉사동아리 ‘동현회’ 결성에 앞장선 뒤 1984년 1월부터 여름, 겨울방학 때마다 무료진료활동을 펼쳤다. 졸업 후에도 의료봉사를 갈 때마다 짧게는 단 하루라도 의료봉사에 동참하며 후배들을 격려했을 뿐만 아니라 교수가 된 뒤에는 동현회 지도교수로서 20년 넘게 의료봉사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동국대 경주한방병원불자회장에 이어 조계종 한의사불자연합회장을 역임하며 회원의 불심 증장은 물론 의술이 필요한 곳을 찾아 무료진료활동도 정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의사와 환자로 첫 인연을 맺은 계성스님(전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이 한의사불자연합회 결성을 제안한 게 계기가 돼 한의사불자연합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2대 회장 소임을 맡아 3년간 불자회를 이끌기도 했다.

2009년 출범한 한의사불자연합회는 서울 조계사에서 매월 1회, 화성 용주사에서 매월 2회, 반갑다연우야팀과 연합의료봉사로 매월 1회 시행하고 있다.

또한 169.5cm의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좋아했던 정 원장은 10여 년 전, 우연하게 인연을 맺은 동국대 농구부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학 농구 4강에 들어선 동국대 농구부가 대학 농구 최강이 되길 발원하며 기고문과 방송 출연료 등으로 농구부를 후원하며 틈날 때마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 응원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복을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복을 지으라’, ‘어려운 살림에 자식 키우느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를 거의 못했으니 당신 몫까지 배로 하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 법명인 자안(慈眼)처럼 열심히 자비행을 실천해 나가야지요.”

정 원장의 꿈은 서울시내에 동국대 한방병원을 건립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동국대 한의대가 명실상부하게 한의학 연구와 진료, 교육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1989년 서울 방배동에서 역경사업진흥회 건물을 임대해 동국한방병원으로 개원한 뒤 동국대 강남한방병원,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으로 각각 확장 이전함에 따라 10년 넘게 서울 시내에는 동국대 부속 한방병원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내에 대학 부속 한방병원이 있는 곳은 경희대 와 동신대뿐이다. 정 원장은 동국대 한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동국대 서울한방병원을 개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을 키워나가는데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부속 한방병원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150병상 이상의 제반 여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은 개원 10주년에도 여전히 71병상 규모다. 정 원장은 한방병원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탕제의 건강보험 미적용을 손꼽았다.

입원비와 침, 뜸, 부항, 과립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탕약은 건강보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탕약이 건강보험 혜택에 포함된다면 일산한방병원의 활성화는 기본이고, 한의학의 발전, 더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제가 병원장을 맡고 있는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이 성공해야지요. 그 다음으로는 제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서울시내에 동국대 한방병원을 개원하겠다는 원력을 세웠습니다.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하나 둘 준비하다보면 부처님의 가피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전국의 스님과 불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정지천 원장은 …

1961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정지천(법명 자안)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은 경주고를 거쳐 동국대 한의학과 1기로 입학한 뒤 동국대에서 1호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 1기 과정을 수료했다. 한방내과 전문의인 정 원장은 1991년 5월 모교 한의학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동국대 한의학과 교수로 임용되는 등 동국대 한의학과 역사의 산증인이다.

아울러 서울 동국한방병원장과 강남한방병원장, 동국대 서울캠퍼스 보건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5월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 겸 동국대 부의료원장으로 임명돼 한방병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동국대 경주한방병원불자회장과 조계종 한의사불자연합회장 등을 역임할 만큼 불심 깊은 교수이자 한의사다. 저서로는 <명문가의 장수비결> <어혈과 사혈요법> <신장이 강해야 성인병을 예방한다> 등이 있다.

[불교신문3122호/2015년7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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