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멸빈됐던 전 총무원장 의현스님이 지난 6월18일 재심호계원에서 공권정지 3년 판결받은 것을 두고 종단 안팎이 어수선하다. 1994년 대학생 신분으로 개혁에 동참했던 한 재가자는 소식을 듣고 “어리둥절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승·재가단체들은 잇따라 비판성명을 냈다. 이런 반응들을 보니 재심호계원 판결의 여파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근현대 조계종사를 정리할 때 분수령이 되는 사건을 꼽자면 정화운동과 종단개혁이다. 정화불사의 결과로 청정비구승단의 전통을 잇는 조계종단이 자리매김 했고, 1994년 종단개혁을 거친 끝에 비로소 지금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다. 사부대중이 동참해 아래서부터 이뤄진 종단개혁은 한국사는 물론 종교사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성과다. 개혁대상자였던 스님에 대한 판결을 하면서 재심호계원은 개혁에 동참했던 이들은 물론 지금 종단을 구성하는 종도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재심호계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은 ‘과거 종단사에 대한 평가’를 말했다. 종단 차원의 과거사 평가가 진행되는 속에서 사면도 진행돼야 한다는 스님의 주장은 당연한 얘기지만, 지켜지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화불사나 종단개혁도 종단사에서는 성과만을 이야기하지만 이면에는 반성해야 할 일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평가 속에서 사면과 화쟁도 있지 않을까. 국가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 화해를 시도했던 것처럼 종단도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를 바르게 정리해야 화쟁과 화합도 가능하다. 의현스님에 대한 결정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면 지금처럼 논란이 야기되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는 5차 의제를 변경해 의현스님에 대한 안건을 다룬다고 한다. 과거사에 대한 바른 평가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자리가 돼야지, 재심호계원 판결에 대한 명분을 제공해주는 공간이 돼선 안 될 것이다.

[불교신문3119호/2015년7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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