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열풍 (上) 현황

<금강경>을 공부하는 사찰이나 불교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금강선원과 본지가 공동주최한 ‘금강경 강송대회’의 개인전 암송 모습.

금강경독송회, 하루 7독으로 시작

법보시, 문화유산보급 ‘신심 고취’

바른법연구원, 전문 실천도량 두고

‘인재양성 위한 교육모델’ 모색

<금강경> 공부를 통해 불자로서의 신심을 증장할 뿐만 아니라 <금강경>속에 담긴 가르침을 오늘날에 맞게끔 되살려 우리 사회를 변화, 발전시키려는 사찰·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1973년 발족한 금강경독송회(지도법사 김재웅)는 <금강경>을 공부하는 대표적인 수행단체다. 금강경독송회는 매일 새벽과 저녁시간을 활용해 <금강경>을 7독하고 ‘미륵존여래불’ 염불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선행하고 ‘마음살림살이’를 실현하고 있다. 또한 법보시운동을 통해 <금강경>을 50만권 넘게 법보시 했으며 매년 1000만원을 아름다운동행과 좋은벗들 등을 통해 자비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와함께 금강경독송회는 불교계를 뛰어넘어 지난 2005년부터 ‘한국의 정신과 문화 알리기 사업’을 통해 한국의 위인과 문화유산을 내외국인에게 알리고 있다. 한국의 위인과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8종의 책자를 각국 언어로 번역한 뒤 외국인에게 70만권 넘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000번이 넘는 강의를 통해 40여 만명에게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를 알리면서 애국심과 사명감을 고취시켜 나가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바른법연구원복지재단(이사장 김원수)은 <금강경>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한 수행결사체다. 바른법연구원복지재단은 원당법당을 ‘금강경 수행도량’으로, 무료급식소인 하심정(下心亭)을 ‘금강경 실천도량’으로 삼고 <금강경> 수행과 더불어 대사회적인 실천을 함께 펼쳐나가고 있다. 바른법연구원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마다 법회를 열어 <금강경>을 공부할 뿐만 아니라 매달 1차례씩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16일부터 19일까지 평창 용평리조트 그린피아콘도에서 열리는 금강경연구원 세미나는 <금강경>을 통한 새로운 교육모델을 모색하겠다는 서원으로 세운 금강경 수행자들의 집중수행프로그램이다. 세미나는 3박4일 동안 합숙하며 매일 <금강경>을 7~10독할 뿐만 아니라 분임별 주제를 선정해 토의하며 토의결론을 참가 대중에게 발표하며 담금질하게 된다.

분임별 토의는 일상생활에서 일체유심조의 활용, <금강경>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재양성 교육법, <금강경>과 생활의 적용, <금강경> 공부와 선지식의 필요성, 마음공부와 공경심, <금강경> 공부를 통한 사고방식의 변화, 난제(難題)는 본래 없다, 아인슈타인이 반할 <금강경>식 공부법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며 결론을 도출해 발표하게 된다.

김원수 이사장은 “<금강경>을 통한 새로운 교육모델을 개발해 운영한다면 세계 최고의 인재 양성의 산실인 미국 하버드대학마저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선원 강송대회 만일결사 진행

조계사 저녁예불 기해 ‘일만 독송’

봉은사 전등사 ‘3년 대정진기도’

은적사는 ‘적멸보궁 사경순례법회’

서울 금강선원(선원장 혜거스님)은 지난 2011년부터 ‘금강경 강송대회’와 함께 ‘보살사상 만일결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금강경 강송대회는 금강선원과 불교신문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오는 10월17일 탄허기념박물관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수행수기 등 3개부문으로 진행된다.

또한 보살사상 만일결사는 염불, 독송, 참선 중 한 가지 수행법을 선택해 만일 동안 수행 정진할 뿐만 아니라 ‘1수행, 1바라밀행, 1봉사’를 함께 실천함으로써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하기 위한 결사체다.

한국불교 1번지인 서울 조계사(주지 원명스님)는 2014년 8월부터 ‘금강경 일만 독송 일일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독송법회는 매일 오후6시 대웅전에서 갖는 저녁예불시간에 <천수경> 대신 <금강경>을 독송한 뒤 간화선으로 정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수행의 생활화를 위해 회향일 없이 정진하고 있는 독송법회는 100일마다 주지 원명스님이 법문을 통해 수행력을 점검해주고 있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학스님)는 지난 3월부터 3년 동안 ‘금강경 독송 3년 대정진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가정의 행복과 중창불사의 원만성취를 발원하며 입재한 <금강경> 기도는 기도기간 동안 동참자들이 각 가정에서 매일 3독씩 <금강경>을 독송하며 매달 음력 보름 오후1시부터 봉은사에서 다함께 <금강경> 3독 정진을 갖고 있다.

강화 전등사(주지 범우스님)는 지난 2012년 10월 입재해 ‘금강경 독송 3년 대정진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정진기도는 매일 각자 집에서 <금강경> 요약본을 3독하면서 매월 1차례씩 사찰에 모여 함께 갖는 주·야간 합동 독송과 매주 갖는 일요법회 때마다 <금강경> 강독과 독송을 통해 금강경을 통한 마음수행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전등사는 <금강경> 독송과 강독에 이어 <금강경>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고 실천하는 신행조직으로 ‘금강행자’와 지혜의 등불을 전할 수 있는 ‘전등행자’를 결성해 나가고 있다. 대구 은적사(주지 원일스님)는 지난 4월3일부터 8주 동안 ‘금강경 산림법회’를 펼친데 이어 ‘5대 적멸보궁 금강경 사경순례법회’를 봉행한다.
 

■ 왜 ‘금강경’ 인가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본다면 곧바로 여래를 보리라”

최상승 깨달음 간명하게 정리

종단 ‘소의경전’ 수많은 해설서

“금강경 공부는 본래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일…”

“본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은 금강경과 전등법어(傳燈法語)로 한다.” 조계종 종헌 제3조의 내용이다. 곧 <금강경>은 종도(宗徒)라면 응당 믿고 따라야 할 ‘소의’의 가르침이자 검증된 가르침이다. <화엄경>에 비해 훨씬 짧고 <반야심경>보다 구체적인데, 최상승의 깨달음을 간명하게 정리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예로부터 수많은 불자들이 애독하는 동시에, 공부에 일가견을 이룬 스님들이 한번쯤은 역서(譯書)를 내고 싶어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금강경은 600부 반야부 경전 가운데 577권 째에 해당하는 경전이다. 현재 통용되는 한문본은 역경의 대부였던 구마라습이 한역한 것이다. 특히 중국 선종의 5조 홍인스님이 6조 혜능스님에게 자신의 의발(衣鉢)과 함께 전하면서 동아시아 불교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 발간된 주석서만 무려 2000여 가지에 이른다. 당나라 규봉종밀스님 등 다섯 선지식의 소(疏)를 합한 <금강경오가해>가 백미다. 이즈막에도 매년 평균적으로 10권 이상의 해설서가 출간될 만큼 꾸준히 확대재생산 되는 고전이다.

한편 금강경이란 명칭은 본래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의 준말이다. ‘금강(金剛)’이란 매우 견고해 그 어떤 것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다이아몬드를 상징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강경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상(相)을 타파하라는 것이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은 본래 허망한 것이다.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본다면 곧바로 여래를 보리라.” 금강경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화두인 사구게(四句偈)다.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삼천대천세계를 칠보(七寶)로 가득 채운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사구게를 전한 공덕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억만금의 재산보다도 값진 사구게는 대승불교 교리의 골수인 공(空)을 가르치는 설법이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정운스님은 “<금강경>은 무상(無相), 무주(無住), 무아(無我)의 관점으로 공의 실천적 측면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나’라고 하는 허상을 극복하면 진정한 보살이 되며 겉으로 드러난 형상에 집착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아 참다운 무아를 체득하라는 것이 금강경의 선(禪)사상”이라는 지적이다.

일정한 조건(인연)에 의해 생겨난 것들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게 마련이니, 저항하기보다는 관조하며 욕심 부리지 않고 자족할 때 참다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위로는 반갑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 같으며, 이슬 같고 또한 번갯불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는 경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마음의 해방’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以生其心),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대강백(大講伯)으로 존경받는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스님은 저서인 <신(新) 금강경 강의> 서문에서 “금강경을 공부하는 것은 자기가 본래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일”이라며 “우리들이 본래 지니고 있는 지혜를 깨달아 그 능력을 한껏 펼치며 살아갈 때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무비스님과 어깨를 견주는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 역시 <금강경 이야기>에서 “특히 금강경은 내 마음속에 느껴지는 무상을 달래주는 좋은 법문이었다”며 “이 경을 통해서 나는 무상을 뛰어넘고 영원을 기약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의 덕목인 ‘내려놓음’과 ‘받아들임’의 정신을 최초로 설파한 책이 금강경인 셈이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3116호/2015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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