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하안거 재가수행 현장 ② 부산 홍법사 - 사경

부산 홍법사 어린이회 자모회원들이 주지 심산스님과 자리를 함께 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을 한 글자씩 정성껏 옮겨 적는 사경(寫經)으로 꾸준하게 신행 생활을 하는 30~40대 여성 불자들이 있다. 부산 홍법사 어린이회 자모 신행 다짐반의 불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2013년 3월부터 100일 단위로 사경 수행을 이어오고 있는 홍법사 자모 신행 다짐반 불자들은 올해는 주지 심산스님의 권유로 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수진스님)가 마련한 ‘하안거 재가안거수행’에 동참했다.

7번째 사경 수행을 하는 동참자들은 매일 스마트폰을 이용해 ‘네이버 밴드’에 정진한 내용을 올리며, 서로를 격려하고 점검한다. 사진은 물론 사경 과정에서 느낀 소회도 메모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진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길을 함께 걷는 도반들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틈틈이 경전을 옮겨 적으며 부처님 가르침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수행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6월22일 밴드를 통해 어떤 마음으로 사경을 하는지 질문을 했다. 10여명이 넘는 불자들이 솔직한 마음을 댓글로 달았다.

“개인의 발원을 넘어 가뭄해소, 메르스 환자 완치 등 대중을 위한 기도를 매일 할 수 있어 좋습니다.”(하지연) “너그러운 마음,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겼고 일상에 감사함을 느낍니다.”(김유미) “무뚝뚝한 사춘기 아이들이 오늘 엄마 사경 안하나? 무심코 던지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 때도 있습니다.”(임경선) “지금 이순간부터라도 약한 맘 다잡고 열심히 기도 정진하겠습니다.”(최명숙) “몇 번의 100일 기도를 끝낸 지금 기도의 힘을 알아가려 합니다.”(이미건) “이제 겨우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쁨과 평안함을 얻었습니다.”(전경희)

사경노트.

홍법사 자모반 불자들은 사경 수행을 통해 많은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김윤례 불자는 “가랑비에 옷젖듯 기도함으로써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민갑연 불자는 “ 기도전과 비교하면 여유도 생기고 훨씬 더 많이 행복하다”고 했다. 조정윤 불자는 “부처님 법을 알고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진수정 불자는 “주위를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아이를 마음도 커졌다”고 밝혔다.

자모반 불자들은 100일 기도를 회향하면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에게 점검을 받는다. 김경숙 홍법사 어린이청소년교육연구소장은 “누군가 의지를 잃을 때 손 내밀어 주고, 디딤돌 되어 주고, 서로 맞잡고 의지하며 가자”면서 “이 순간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홍법사 어린이회 자모반의 사경 수행은 재가안거수행의 구체적인 사례로 새로운 신행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심산스님이 전하는 말

“재가안거를 시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분위기’에 따라 ‘밀려서’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흐름이 점점 익어지고 내용을 채워가면 재가불자들의 신행 문화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모반 불자들의 사경 수행은 의미가 크다. 실제로 매일 사경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을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사경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옮겨 적는 그 순간마다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삶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힘들고 어렵더라고 계속해서 정진하길 바란다.”

 

[불교신문3116호/2015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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