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관광여행의 문제점 개선
청정성도 지켜내는 사찰연계상품

지난 1일 동화사 통일대불전에는 하안거 결제를 맞아 결제법회가 한창이었다. 수좌 스님들을 비롯한 사부대중으로 법당은 가득 메워졌다. 활짝 열린 문으로 이따금씩 고개를 배꼼이 들이밀어, 법당안의 광경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살펴보는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름 경건한 마음으로 살펴보고 낮은 소리로 대화를 나눴지만, 그들을 구별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서울도 아닌 대구, 그것도 시내가 아닌 팔공산에서 마주하니 신기할 뿐이다. 다만 이들의 한국여행 일정에서 사찰관광이 지금 같은 곁다리가 코스가 아닌 주요일정, 더 나아가 한국사찰순례를 위한 여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중국 사천성 불교협회 관계자들의 강원권 팸투어 장면. 한국불교체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바다를 볼 수 있는 동해안 일주기차.

연간 352만명까지 증가했던 일본관광객은 지난해 228만명까지 감소했다. 일본인이 빠져 나간 자리를 그 이상으로 메워준 건 중국관광객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613만명으로 이들은 침체된 국내경기에 큰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업계에서 벌어지는 출혈 경쟁으로 여행의 질이 너무 낮아지고 쇼핑센터만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3년 자국민 관광객의 권익보호를 위해 ‘여유법’을 시행했다.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소위 ‘마이너스투어피’를 없애, 자국민들이 외국 쇼핑에서 바가지 쓰는 것을 줄이는 자는 취지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중국현지에서 판매되는 한국관광상품의 평균가격은 30만원, 소요경비는 50만원 정도다. 여행사는 한국관광을 진행하며 인당 최소 20만원 이상의 별도 수입을 올려야하는 악순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혼탁한 사바세계 그 자체이다.

제도 정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한국관광상품의 일정에 청정한 산사의 템플스테이를 포함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저질쇼핑이 끼어들 틈이 없다. 해당사찰은 6~7만원의 실비를 받고, 양질의 숙소와 식사 그리고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한국여행상품보다 비쌀 이유는 없다. 다만 이동거리가 멀어져 교통비용이 다소 늘어날 뿐이다.

여행상품 개발에서 다양한 홍보를 통해 모객 등 핵심 영역은 온전히 여행사의 몫이다. 관련여행사들은 중국관광객의 3박4일 일정 안에 템플스테이1박2일을 연계하는 코스를 주력상품으로 기획하고 있다. 명보항공 최미향 이사는 “사찰연계상품은 한국정신문화를 체험하는 만큼 이후의 일정에도 질 낮은 쇼핑의 반복을 지양하며,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산사에서 진행된 바디스캔 명상체험.

이는 진입장벽이 낮은 여행업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중국의 젊은 불교 인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 사찰연계관광은 기획단계 정도에 머물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질 낮은 쇼핑을 배제할 경우 여행상품 판매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해, 청정한 산사의 템플스테이 취지를 살리면서 적정 이윤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국내관광과는 달리 가이드가 중국과 한국불교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극복되기는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와 중국어가 자유로운 조선족 출신 가운데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 종단 차원에서 인증을 해준다면 안정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해 조기에 해결될 수도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관광의 다양성과 깊이 있는 문화를 알리기 위한 사찰연계 관광상품의 체계적개발의 필요성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2008년 일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한국33관음성지 순례사업’을 전개했다. 일본 불자들은 관음도량을 좋아하고, 33은 88과 함께 선호하는 숫자라고 한다. 계층도 분명히 했다.

불교에 관심 많은 일본의 단카이세대가 그들이다. 단카이세대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한일관계가 냉각되고, 엔화 약세의 장기화가 겹치면 일본 방문객의 숫자는 급감한다. 이에 기대 만큼의 성과는 얻을 수 없었지만 33관음성지에 외국관광객을 비롯해 누구나 좋아할만한 사찰이 대부분 들어 있고 외국인을 위한 사찰의 정보나 그 내용물이 정비되는 계기가 됐다.

33관음성지순례의 대장정을 모두 마친 일본 불자들.

중국 관광객의 증가에 맞물려 ‘한국 33관음성지’ 프로그램은 단카이세대에서 요우커로 중심 타깃을 변경하고, 여기에 맞춰 새롭게 꾸며지고 있다. 우선 이들이 입국하는 경로에 따라 사찰순례 코스를 달리한다.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인들에게는 강원권의 낙산사, 신흥사, 월정사를 추천한다.

이들은 이후 서울을 경유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기를 선호한다. 청주공항을 통한 입국시에는 법주사와 수덕사 순례가 가능하며, 속리산 단풍축제기간과 법주사 연계코스를 추천한다. 인천 혹은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올 경우는 서울 조계사를 기준으로 보문사, 봉은사, 용주사, 신륵사 등 보다 많은 사찰을 들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사천성 불교협회 스님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강원권 팸투어(새로운 지역 상품개발 차원에서 진행되는 여행)가 진행됐다. 중국 서부 내륙지역인 사천성 관계자들은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해 바다가 보이는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서 기도하고 정동진 바다기차 체험 코스를 선호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이승연 담당자는 “평소 바다를 접하지 못하는 지역특성이 그대로 한국사찰순례에서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팸투어 이후 낙산사를 재방문한 중국순례단은 4팀에 이른다. 당시 방문했던 스님들이 중국 신도들을 이끌고 다시 찾은 것이다. 중국 스님 1~2명에 신도포함 20여명 내외의 규모다. 6월에 방문예정인 또 다른 중국순례단은 낙산사에 특별히 <육조단경> 강의를 요청했다고 한다. 중국인을 대상의 한국사찰순례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는 대목이다.

■ 기고 / 이동현 아미타여행사 대표 

한·중 사찰의 연결고리

중국의 불교성지를 가보면 근래에 대규모의 불사가 완료되었거나, 아직 진행 중입니다. 특히 이곳의 스님들은 한국의 선불교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합니다.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30여 년 동안 종교가 단절되었던 시기가 있어서 1700여년 불교의 맥이 온전히 이어져 내려온 한국의 선불교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젊은 스님의 비율이 높고, 유럽의 젠 센터 등에서 수행한 경우도 있어 진취적이기 까지 합니다.

이 스님들과 젊은 신도를 대상으로 여러 번의 한국사찰순례를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신라의 왕자인 김교각 스님이 지장보살로 모셔져 있는 중국 구화산의 스님과 관계자분들은 자신들이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하고 있는 김교각 스님께서 신라 왕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신라의 유적들과 사찰들을 보기위해 경주를 방문합니다.

김교각 스님의 고향인 경주에서 지장보살의 고향을 밟았다는 환희심을 나타냅니다. 또한 문수보살의 성지인 중국 오대산에서 온 스님과 관계자들은 중국 오대산과 같은 한국의 문수성지인 한국의 오대산을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중국 선종사찰 지역에서 오신 분들께서는 전남 화순의 쌍봉사를 찾아 남전보원스님의 제자인 철감선사의 인연을 시공을 뛰어넘어 찾아가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중국불교와 한국불교는 역사적으로 서로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연결고리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스님들과 불교관계자들은 한국의 사찰과 한국불교의 문화를 몸소 체험해 보고 싶어 합니다.

한국사찰여행은 아직 초창기라 중국의 현지사찰과 연결고리가 있는 한국사찰을 선호하는 개별맞춤 여행의 성격이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사찰의 청결함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높은 완성도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 됩니다.

또한 묵묵히 하심하는 자세로 한국사찰을 알리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템플스테이 관계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배려심을 감사하며 자신들의 고향으로 웃으며 떠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볼 때 무한한 불심을 느끼게 됩니다.

[불교신문3110호/2015년6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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