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스님 ‘30년 수행’의 기록

 
스님의 일기장

현진스님 지음 / 담앤북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지기도 이기기도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처럼

굴곡 있는게 삶이다

 

겨울 지나야 봄꽃이 피듯

인고의 과정 무시하고

성급하게 피지 않는다

단박에 되는 일은 없다

 

노력과 반복이 삶의 질서를

완성해 주는 것이다

30년 출가 생활을 통해 느낀 수행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한 수필로 엮은 현진스님.

“글쓰기를 한 지 어느덧 20년이 됐습니다. 2년마다 한 권 꼴로 책을 펴냈는데, 꾸준히 글을 써온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20년 전 원고지를 채우던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 작가로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스테디셀러 <삭발하는 날>로 널리 알려진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이 지난 11일 서울 화쟁아카데미에서 열린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글쓰기 20년을 정리하며 펴낸 책 <스님의 일기장>에 대한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올해로 출가 30년을 맞는다는 현진스님의 신작 <스님의 일기장>은 자신의 수행과 글쓰기 인생을 정리하며 펴낸 산문집이다. 책에는 스님이 일기에서 뽑아 처음으로 공개하는 글과 그 동안 발표한 글들 가운데 ‘먼지 속에 놓아두기엔 아쉬운 내용’을 짧은 문장으로 다듬은 것도 있다. 책에 실린 143편의 글에는 현진스님이 수행과 일상에서 발견한 ‘깨달음’의 순간을 비롯해 사랑, 돈, 종교 등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또 불교경전과 선사들의 말씀, 동서양의 경구에서 길어 올린 지혜도 담겨있다.

“봄꽃들은 겨울을 이겨 내고 봄을 맞이한다. 인고의 과정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피지 않는다. 무엇이든 단박에 되는 것은 없다. 노력과 반복이 삶의 질서를 완성해 준다”,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조건과 형태가 화두여야 한다. 그래서 차 마실 땐 차만 마시고, 밥 먹을 댄 밥만 먹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가위바위보 대결과 같다. 한번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짧고도 강렬한 문장은 독자들에게 긴 울림으로 다가온다.

현진스님이 글쓰기와 인연을 맺은 건 1992년 해인사 승가대학 학인 시절 ‘월간 해인’의 필진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월간 해인’은 성전스님, 원철스님 등 불교계에서 내로라하는 문사들을 배출한 포교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진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에서 수학하던 시절 ‘월간 해인’에 ‘취문일기’를 연재하며 글쓰기와 인연을 맺었다”면서 “당시 반응이 좋아 2년 동안 연재하게 됐고, 그때 쓴 글을 모아 출간한 것이 <삭발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현진스님은 이후에도 ‘월간 해인’을 비롯해 불교신문, 동아일보 등 불교계 안팎 여러 매체에서 글을 연재하며 내공을 다져왔다. 스님은 “그동안 수행 길에서의 다양한 사연과 서투른 수상(隨想)이 행간마다 배어 있는 글을 써 왔다”면서 “출가 여정의 흔적과 기록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특히 현진스님이 1993년에 펴낸 첫 산문집 <삭발하는 날>은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절집의 일상과 수행 생활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 등 10여 권의 책을 통해 소소하면서도 치열한 선방의 속살을 보여 주며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지혜를 일깨워 줬다.

현진스님의 글은 쉽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체 역시 간결하다.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구구절절한 수사보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비유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쉽고 간결하며 담백한 현진스님의 필치는 ‘좋은 문장’에 대한 스님의 남다른 소신에서 비롯됐다. 스님은 “글쓰기 20년을 정리하면서 문장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면서 “어려운 구절을 나열하고 현학적인 내용을 중복하는 것만이 좋은 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이한 문장이지만 남녀노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명문(名文)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현진스님은 글쓰기 외에도 다양한 문화포교로 지역사회와 소통해 왔다. 2000년대 초 해인사 포교국장으로 수련회와 템플스테이 등을 기획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청주 관음사 주지 당시 ‘트로트 산사음악회’를 열어 불자는 물론 불교에 관심이 적던 지역주민까지 절 마당으로 끌어안았다. 8년 동안 주지 소임을 맡으며 관음사를 청주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사찰로 일군 스님은 지난 2012년 청주 성모산 자락에 ‘마야사’를 창건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반농반선(半農半禪)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를 펴냈다. 단순하고 소소하게 하지만 간절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이 책은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구 문광부 우수도서)’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님은 최근까지 서원대학교 강사와 법주사 수련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충북 경실련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신문3107호/2015년5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