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평화론’

좋은 사람으로 사는 법

틱낫한 지음

유항란 옮김 / 김영사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 행복과 평화를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틱낫한 스님은 “우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이 서로 연결된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가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망각하고 “마치 옥수수 씨앗에서 태어난 것을 잊어버린 옥수숫대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과 급변하는 근현대사를 목도한 스님의 철학과 불교적 해결방안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행복과 괴로움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이와같은 비이원적 사고는 세계 윤리에 기야할 불교의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다. 악이 없으면 선이 있을 수 없다. 악이 존재하기에 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는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괴로움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존재한다. 괴로움을 피하려고 하기보다 왜 괴로움이 생기는지 본질을 봐야 한다는 스님은 “내 안에 내재하는 폭력성과 화, 걱정과 우울, 스트레스는 괴로움을 낳는다. 이는 나를 파괴할 뿐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괴로움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행복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마치 병균에 감염된 후에 이를 극복할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스님의 가르침은 사성제와 팔정도의 가르침이 잘 정리돼 있어 읽는데 부담이나 어려움이 없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수행의 길로 이끈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아침에 일어나 회사나 학교에 가고, 일을 하고 집에 와 텔레비전을 보고 잠을 자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명상수행을 통해 바른 견해를 가지고 오늘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내가 보는 세상은 분명 이제까지 본 세상과 다를 것이다.”

마치 급하게 흐르던 시냇물이 호수에 도달하듯,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도 잔잔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스님은 그동안 1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 많은 저서를 통해 스님이 전하고 싶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실상은 같다. 마음을 보라는 것이다. 내 안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먼저 치유하고 세상을 보면, 내가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고, 그 힘은 세상을 변화시켜 낸다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을 몰아내고 지구 온난화와 경기 침체와 같은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우리 내면에 품고 다니는 고통스런 감정부터 잘 다뤄야 합니다. 안그러면 도리어 한층 더 많은 괴로움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부처님은 사회적 불평등, 가난, 굶주림으로 인한 괴로움에 관심이 많으셨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첫 설법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우리 몸과 마음에 평화가 결여된 사실을 제일 처음 다루셨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1942년 17세 때 출가했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반전 연설과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1980년대 초 베트남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해 보르도 지방에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를 건립해 이끌어 오고 있다.

[불교신문3107호/2015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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