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통해 ‘본래 그 자리’ 깨달아야”

총림 공부는 대중과 지내면서
눈 밝은 공부인 나오도록 하고 

세상은 관계 속에 사는 것이니

‘본래 마음’ 회복하면 

세상과 소통하고 행복해져… 

 

진정한 소통 평화 원한다면

옳고 그름을 다 내려놓고 

비어있는 그곳에서 판단하시길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은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본래 성불임을, 그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각스님은 해인총림 방장 추대법회 하루 전날인 지난 6일 해인사 퇴설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소통과 조화를 통한 깨달음의 공부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특히 스님은 “본래 그 자리인 나의 성불을 깨달아 부족할 때 참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자들에게 공부방법과 해인총림의 향후 운영방안 및 전국선원수좌회의 현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스님은 “일 년에 두 번 결제기간 동안 500여명 출·재가자들이 한철을 나며 가장 많은 대중들이 결제에 드는 선원 강원 율원의 종합 수련체가 해인총림”이라며 “효봉스님의 가야총림과 성철스님의 해인총림 설립으로 총림 중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크다”라고 말했다. 또 “총림의 공부는 대중들이 같이 지내면서 눈 밝은 공부인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총림은 여법하게 운영해 공부인이 나오도록 수행환경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총림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스님은 은사 혜암스님의 상징적인 법문 ‘공부하다 죽으라’는 가르침과 관련해 “참선이 중요하니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사소한 일도 가벼이 생각마라’는 일깨움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1967년 수계 당시 해인사에서 공부 방사가 없어 조사전도 선방이었고 선열당도 선방이라서 대중이 나눠 정진하고 차담 시간에야 분유타서 마시며 서로 만날 정도로 치열한 공부 분위기였다”면서 “당시 혜암스님이 유나 소임을 살 때도 대중들이 큰방에서 공동 생활했으며 심야에도 ⅓의 스님이 참선을 계속할 정도로 열정 속에서 살며 누군가의 잘못이 있으면 대중공사로 혼내고 심지어 내보내는 엄격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수행 풍조와 관련 “근래는 개인 생활이 강해지는 시대적 경향이 있어 그런지 각방 쓰는 분위기가 수행의 걸림”이라면서 “소통과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다 내려놓고 비워있는 그곳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부의 방법에 대해 스님은 “옳고 그름을 다 내려놓은 깨끗한 곳에서 모든 것이 비춰지듯이 본래 마음도 그렇기에 부처님이 49년을 설하시면서도 아무것도 설한 것이 없다는 말씀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끝없는 갈등이 벌어지는 보수와 진보도 미리 정해 놓고 싸우니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며 보수와 진보를 서로 내려놓은 상태에서는 소통이 가능하며 그래서 선불교는 살불살조(殺佛殺祖)로써, 조사의 노예가 되지 않고 우리가 소통하며 더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깨달음에 대해서는 “깨달음은 부처임이 만든 것이 아니고 깨달음 그 자체가 법이라서 수행자를 도사라고 부르는 것이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참선해야 하며 수행자는 안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전국선원수좌회를 통한 수좌들의 역할과 관련 “수좌 복지가 열악해서 점차 개선하고 있다”면서 “최근 수좌회 모임을 통해서도 수좌들이 모범적으로 수행 풍조를 이끌고 해인사도 정진 시간에 산행하는 것을 절제하는 등 형식을 통해서 발심하는 수행풍토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한다”고 말하고, ‘대중이 공부를 절반시킨다’는 용어를 통해 수행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담스님의 탈종사태와 관련해선 ‘공감’을 강조하며 “공감이 되고 마음에서 우러나야 사람 마음을 사게 되고 공감이 이뤄진다”면서 “힘에 의존하지 않으면 화합에 문제가 없고 부처님 제자로서 화합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부처님오신날 대중에게 전할 메시지와 관련 “과학이 발달돼서 편리한 세상이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고 할 수 없고 계층 간 국가 간 종교 간의 진보 보수 대립 갈등과 시비가 생기고 있다”면서 “불난 집의 불은 꺼야 하듯이, 근본 바탕을 거울에 비치면 모두 드러나는 원리로 본정신 본마음을 찾아야 한다”도 말하고, 그 방법에 대해 “내 입장에서 판단하지 말고, 본래의 바탕에서 본래의 정신을 회복해야 모든 일이 이뤄지고 개인이나 계층을 넘어 소통이 된다”고 말했다. 소통과 조화를 강조한 스님은 “지구촌은 세계일화, 한 꽃과 같기에 근본이 통한다”면서 “생과 사가 따로 없으나 몸에 집착하면 생과 사가 있게 되는 것”이라며 “세상은 관계 속에 사는 것이고 본래 마음을 회복하면 세상이 소통하고 행복해 진다”고 말했다.

마음을 내려놓는 방법과 관련 스님은 “마음을 내려놓으려면 내가 본래 성불이라는 그걸 깨달아야 하고, 본래 그 자리를 깨달아야 한다”면서 “그것이 잘 안될 때 참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자료 검색도 하고 있다”면서 향후 스마트폰을 통한 젊은 세대와 소통과 조화를 위해 SNS소통과 관련 “그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47년 태어난 스님은 1966년에 해인사에 입산, 1967년 혜암스님을 은사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고 이후 구족계를 수지했다. 지리산 칠불암 상무주암 남해 용문사 통도사 극락암 송광사 상원사 봉암사 범어사 불국사 등 제방선원과 토굴에서 정진했으며, 거창 고견사 주지를 지냈다. 백련불교재단 이사, 조계종기본선원 운영위원, 선원수좌회 공동대표이면서 2003년부터 해인총림 유나 소임 중 지난 3월7일 해인총림 산중총회에서 제9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 해인총림 방장 추대법회 

사부대중 1500여명
‘참 공부인’ 가르침 받아 

 

해인총림 9대 방장 벽산당 원각스님 추대법회가 지난 7일 대적광전 앞마당에서 봉행됐다. 추대법회에서 원각스님은 “수행자는 오직 홀로 서 참 공부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각스님은 법어에서 “출가자는 시비득실과 간택증애(揀擇憎愛)를 떨치고 고봉정상에 독좌하는 것”이라며 “홀로 서지 못하면 참된 공부인이 아니니, 출가 대장부는 대응분에 독좌할 뿐 다시는 유치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독좌 대응할 수행자라야 천상천하 유아독존하여 비로정상을 활보할 수 있다”며 “만냥의 황금도 다투면 부족함이요, 서푼 황금이라도 양보하면 남음이로다”고 말하고 주장자를 세 번 내려치고 하좌했다.

해인총림 방장추대위원회 공동위원장 향적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법전대종사 열반 이후 산중총회에서 9대 방장으로 벽산당 원각대선사를 만장일치로 추천 결의했다”면서 “해인총림 대중은 방장 스님을 중심으로 대중화합과 원융살림으로 정화 세대의 사상을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계승해 수행과 교육의 중심도량이 되겠다”고 말했다.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은 축사에서 “간화선의 완성을 이룬 벽산당 원각스님은 대자유인으로 대중을 지도하는 큰 스승으로 제자들이 방장을 뛰어넘도록 제자들을 지도해 줄 것”이라며 “사부대중은 방장 스님의 수행력 아래 화합 정진하면 한국불교가 날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축사에서 “해인총림은 면면부절한 수행가풍으로 엄격한 계행을 유지해왔고 많은 종장들이 한국불교의 수행과 계맥을 이어왔다”면서 “수행정신의 총화인 해인총림에 원융화합의 공덕을 내려 청백가풍이 유지되도록 방장 스님의 지도 아래 우리 종단 최고의 총림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적광전 앞 탑마당에서 봉행된 추대법회에는 쌍계총림 방장 고산스님, 고불총림 방장 지선스님, 임수경 박대출 국회의원 등 사부대중 1500여명이 참석했다.

[불교신문3105호/2015년5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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