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연속기획 ‘행복으로 가는 길’
5ㆍ16 간화선 무차대회⑨ 세계 불교수행 역사와 현황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기원 간화선 무차대회’가 열리는 오는 16일 광화문 광장에는 20만명의 시민들이 외호하는 가운데 전세계 19개국 불교지도자 300여명이 참석한다.

세계불교 역사상 보기 드문 전세계 수승한 종교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간화선 무차대회는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참뜻을 눈으로 확인하는 평화와 상생의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간화선무차대회에 앞서 세계 주요국가 불교수행의 역사와 현황을 짚어봤다.

2600년 전 인도에서 태동한 불교는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쳐 동서양의 다양한 민족에게 전파됐다.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펼쳐진 불교부터, 티베트 몽고 등 중앙아시아, 일본과 타이완 유럽과 미주지역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은 다양한 방편으로 꽃피워왔다.

미국 유니온신학대학 학생들이 참선삼매에 들었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찬이고 기독교를 전공하고 있지만 불교에 매우 우호적이다. 특히 불교수행이 지향하는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다. 지난 2011년 9월 한국 스님들은 이들과 함께 법회를 봉행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의 모국(母國) 인도. 인도불교는 10~12세기 이슬람교도의 침입으로 자취를 감췄다. 인도불교가 다시 살아난 시기는 19세기 말이다. 스리랑카 출신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라(1864~1933)가 시작한 대각회운동은 불적을 부흥하고 성전을 출판하는 등 지식인층으로부터 불교의 관심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인도불교가 급성장한 시기는 1951년 암베드카르(1891~1956)의 신불교운동에 의해서다. 그러나 암베드카르의 사후에는 인도불교 부활의 움직임도 답보상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상좌부 불교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스리랑카는 11세기에 미얀마, 13세기에 태국, 14세기에 캄보디아로 각각 불교를 전파했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포르투갈의 침공을 받아 불교는 배척당했고 이어 네덜란드가 지배하면서 승단의 법통이 끊어졌다. 스리랑카는 이후 17세기 초에 미얀마에서 17세기 후반 태국으로부터 다시 법을 전해받았다.

이어 영국이 통치하던 1873년 구나난다를 대표로 하는 스님들이 불교비판을 일삼던 선교사들과 벌인 종교논쟁 이른바 ‘빠나두라의 논쟁’에서 불교측이 크게 승리하면서 스리랑카인들은 불교에 대한 자긍심을 되찾았다. 1950년 세계불교도연맹이 결성되어 콜롬보에서 제1회 세계불교도회의가 개최됐고 스리랑카 불교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전국적으로 일요불교학교를 개설한 사원이 잇따랐고 위빠사나 명상센터들이 도시 근교 곳곳에 세워졌다.

중국은 북방불교를 전파한 중심국가다. 중국의 불교는 수당의 시대에 이르러 교학의 황금시대를 이룬다. 이 시기에 교상판석을 중심으로 종파불교가 성립되어 각 나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송대에 이르러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법난과 폐불사태를 겪으며 ‘어용화’되면서 호국사상을 낳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근대 중국불교계에 선풍을 진작시킨 고승들의 활약은 컸다.

일본 중국 ‘禪’ 서구로 전파

선불교 서양철학 접목시켜

신앙·이론·종교적 가치보다

학술 철학적 정신세계 집중

독일엔 500여 단체 활약

쉬윈(1840~1959), 에카이(1852~1922, 징안(1851~1912), 라이궈(1881~1953) 등은 근대시기 무너진 선풍을 일으킨 주요 선지식들이다. 특히 쉬윈은 참선의 대중화 노력으로 생활선 개념을 제기했다. 그는 <법음> <선> 등의 잡지를 펴내면서 일반인들에게 선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서구에 본격적으로 불교를 전파한 일본불교 역시 주목받을만 하다. 일본불교는 13세기 가마쿠라 시대에 꽃을 피웠다. 헤이안 시대부터 귀족불교에서 민중불교로 변화를 보인 일본불교는 이 시기 중국으로부터 임제종 조동종 계통의 선이 들어와 일본선종이 창종됐고 일련이 법화종을 개교했다.

에도시대 와서 일본불교는 다시 국가불교체제로 전환되어 불교교학과 종학발전 확립의 계기가 됐는가 하면 명치유신을 맞아 배불론자들에 의해 폐불훼석의 운명을 맞기도 했다. 엄격한 종파불교를 자랑하는 일본불교는 현재 7만5000여개의 사원과 포교소를 중심으로 전일본불교회에 가입한 중요한 59개의 종파가 활약하고 있다.

일본불교를 서구에 전파한 두 사람의 스즈키가 있다. 한 사람은 19세기 말 미국에 건너간 뒤 불교 경전을 영역, 일본 불교를 서구에 알린 세계적인 불교학자 스즈키 다이세쓰다. 또 한 사람, 스즈키 순류는 1960년대 미국에 선 수행 공동체를 개설한 스님이다.

그가 개설한 공동체는 당시를 풍미한 히피운동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즈키 순류 선사가 미국의 수행 공동체에서 진행한 법문을 정리해 엮은 책이 스티브 잡스가 즐겨 읽었다는 책 <선심초심>이다. 현재 세계 25개 언어로 번역돼 일본 선불교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서구불교는 19세기 말 서구 강대국의 동양진출과 함께 보급되기 시작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 역설적이게도 영국은 불교의 존재를 서구에 알리는 가교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설립된 최초의 불교모임은 1885년 D.라이즈 박사에 의해서 발족된 팔리경전학회다.

이 학회의 역경사업은 서구인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다리가 됐다. 성공회가 국교로 인정받고 있지만 영국내 불교도의 숫자가 적지 않다. 전체 인구 5800만 명 가운데 불교신도로 추정되는 수치는 약 120만 명. 480여개의 불교센터가 운영중이며, 영국불교협회(The Buddhist Society)를 비롯해 많은 불교단체와 학회가 활동하고 있다.

영국불교를 대표하는 기관은 영국불교협회이다. 100여년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불교협회는 처음엔 주로 학문적으로 접근했고, 지금은 수행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데스몬드 비덜프 부회장은 “2차대전 후 동양인들이 영국에 오면서 수행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며 “1990년대 이후 수행하는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불교협회는〈The Middle Way(중도)〉라는 정기간행물을 발간하고 있다. 1층에 도서관과 작은 법당이 있으며, 2층에는 큰법당과 참선실이 있다. 평상시에는 불교에 관심을 지닌 영국인들이 찾아와 참선 수행도 하고 불교서적을 탐독하기도 한다.

프랑스는 이미 유럽불교 중심을 넘어 세계불교의 한 축으로 자리를 옮아가고 있는 추세다. 프랑스 특유의 엘리트 불교는 프랑스 불교역사의 시작인 16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 지역의 식민지 개척을 진행하면서 만난 불교는 초기부터 학문적 연구에서 출발했다.

18세기 볼테르나 몽테스키외 같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동양사상에 관심을 갖고 논문을 쓰기 시작한 것. 특히 19세기에 들어서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교경전을 불어로 번역했던 어젠 뷰르누프(1801~1852)와 같은 프랑스 불교학자들의 연구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선사상과 티베트불교는 프랑스인들의 정신세계를 매료시켰다. 일본 선불교의 다이센 데쉬네루 스님과 베트남 접현종(임제종의 한 유파)의 틱낫한 스님,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라마 스님과 칼라 린포체 스님과 같은 엘리트 불교지도자들이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대승불교의 인기는 한층 더 상승했다.

특히 틱낫한 스님이 주창해 설립한 ‘자두마을(플롬빌리지, Village des Pruniers)’에선 지금도 베트남인과 유럽인이 어우러져 선농일치의 가치관을 내걸고 불교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프랑스에는 프랑스 불교연합(L’Union Boud dhiste de France), 국제 선협회(AZI), 유럽불교연합(European Buddhist Union) 상설 사무국이 운영되고 있어 유럽불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75년 결성된 유럽불교연합은 지난 1979년에 파리에서 제1회 유럽 불교도 대회를 열었다.

2000년에는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새천년, 유럽에서 불법(佛法)의 공헌’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파리에는 유럽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의 유럽불교대학교(UBE, 1995년 설립)가 일반인들을 위한 불교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소르본느 대학교 종교철학부에서도 매주 한번씩 일반인들도 수강할 수 있는 불교강좌를 매학기 개설해 성황리에 진행하고 있다.

독일불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881년 영국에 팔리경전협회(Pali Text Society)가 생긴 이후로 독일에도 1909년 성격이 비슷한 ‘독일 팔리회(Deutsche Pali-Gesellschaft)’가 설립되어 주로 학문적인 활동을 하였으며 불교 출판물, 특별히 불교 초기경전의 번역에 주력했다. 특히 독일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진 ‘불교의 집(Buddhis tisches Haus)’이 유명하다.

독일인 파울 달케(Paul Dahlke, 1865~1928)가 창건한 이 사원은 대지 3만평의 숲 속에 법당, 도서실, 요사채 등이 갖춰져 있다.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독일의 주요도시에 일본 조동종이나 임제종의 선원이 세워졌고 독일인들은 선의 매력을 맛보게 되었다. 1975년 독일 전역에 공식 등록된 불교 단체는 45개였지만 1990년대 말에는 400여개로 늘었고, 2000년대에는 500여개의 불교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유럽불교는 소승불교와 대승불교를 넘어 신앙보다 학술과 철학적 정신세계에 치중하고 출재가 경계없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승·수행불교’로 변화·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불교신문3104호/2015년5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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