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자리 찾는 만큼

편안함과 안정감 유지

언행에도 부드러움 묻어나

10년은 젊어졌다고 듣기도

■ 참선으로 집안 어려움 극복

박경자 조계사 신도

“IMF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중, 시댁 장조카인 수좌 스님의 제안으로 참선을 시작했어요. 참선은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발휘해요. 본래성불(本來成佛)을 믿고 곧바로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지난 4월28일 서울 조계사 자율선원에서 만난 박경자 조계사 신도는 간화선 수행을 통해 힘든 나날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씨는 1980년대 한국불교연구원에서 이기영 박사로부터 신심나게 불교를 배웠지만 머릿속으로만 불교를 알았지, 실생활 속에서는 적용하지 못해왔다고 털어놨다. 조계사 대웅전을 참배할 때마다 깨달음을 얻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던 박 씨는 수좌 스님이 참선 수행을 제안하자 1998년 참선수행에 입문했다.

인천 용화선원을 찾아 송담스님으로부터 ‘이뭣고’ 화두를 받고 정진하고 있는 박 씨는 틈나는 대로 제방의 선지식을 찾아 자신이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수행을 점검받고 있다. 또 3년전부터 조계사 자율선원으로 수행처를 옮긴 박 씨는 안거기간에는 오전8~9시부터 오후4시까지, 산철에는 오전9~10시부터 오후4시까지 매일같이 선원을 찾아 정진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전10시마다 조계사 자율선원 지도법사 스님으로부터 실참을 점검받고 있다. “간화선 수행은 선지식의 수행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개인이 화두를 든 채 계속 정진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해요. 틈나는 대로 선원장 스님 등 선지식을 찾아 점검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간화선 수행을 통해 편안함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상 뭔가를 갈구하는 세간의 일과는 달리, 본연의 자리를 찾는 수행인 만큼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간화선 수행을 함으로써 어떠한 것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의 힘과 심리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참들이 많이 정진하고 계신데 저는 아직 수행이 덜 돼 이렇게 말하긴 부끄럽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두를 든 뒤부터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편안함,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겨났어요. 가족은 물론 지인들에게도 간화선 수행을 권하고 있지만 다들 이런저런 핑계부터 대고 있어요. 하루 속히 이 길을 함께 가고 싶네요.”

 

■ 마음은 물론 얼굴도 밝아져

김형주 안국선원 신도

김형주 씨는 자신의 모든 일의 근본은 바로 ‘선(禪)공부’라고 강조했다. 15년째 안국선원을 다니고 있는 김형주 씨는 참선을 통해 삶 자체가 변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인생은 답이 없고 무질서한 것 같지만 화두 공부를 하다보면 분명히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두 공부를 하면서 마음은 물론 얼굴도 밝아졌다고 밝혔다. “화두 공부를 한 뒤부터 덜 늙는 게 느껴져요. 제 자랑 같아 부끄럽지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어요. 안국선원에 가서 정진중인 신도들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얼굴에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화두 공부의 효과가 얼굴부터 바로 나타나지요.”

안거 때마다 안국선원에서 정진하던 김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 일을 돕기 위해 서울과 서천을 오가다보니 안거에 동참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일주일 가운데 절반정도를 서천에 내려가 생활하는 김 씨는 서울에 올라 올때마다 어김없이 안국선원을 찾아 정진하고 있다. 김 씨의 남편도 안국선원에서 화두를 받고 정진하는 도반이다. 지난해부터 고향인 서천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각종 학회와 세미나 참가 등으로 김 씨와 함께 안거 정진을 할 수는 없지만 틈나는 대로 불교신문과 불교TV를 보며 참선 정진도 갖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들어 참선 공부를 지인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있다. 김 씨의 소개로 타종교인이지만 안국선원에서 불교를 처음 접한 친언니도 “불교 공부가 좋은데 부처님오신날에 가도 되니”라고 물을 만큼 불교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동안은 적극적으로 화두 공부를 권하지 않았어요. 제가 공부가 덜 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주위 지인들에게 화두 공부를 많이 권했고, 하신 분들 대다수가 좋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죄송하지만 몸과 마음 모두가 확실하게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화두 공부를 해보세요. 적극, 강력히 추천합니다.”

 

■ 화두 든 뒤 ‘제2의 인생’ 걸어

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장

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봉화 축서사 문수선원장 무여스님으로부터 참선수행을 지도받고 있다. 매일 새벽4시30분 기상해 1시간동안 참선한 뒤 부인과 함께 새벽예불과 108배를 올리며 하루일과를 시작할 만큼 독실한 불자다.

지난 2008년 5월부터 축서사 대구신도회장 소임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봉화 축서사를 찾아 철야참선법회 고급반에 참가하고 있다. 오후7시부터 시작되는 예불과 법문, 철야참선, 새벽예불, 무여스님과의 1문1답으로 이어지는 철야용맹정진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큰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참선으로 여래상사상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도 얻을 수 있다’는 무여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정 회장은 참선을 만난 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두를 든 뒤부터 번뇌와 앞날에 대한 걱정,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희망은 승진이나 입신양면이 아니다. 부처가 되는 게 꿈이다.

“참선을 통해 현실 속에서도 집중하는 힘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얼굴은 맑아지고 언행에도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표출되지요. 특히나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실천도 강조하셔서 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장불자회 활동을 통해 구복이나 힐링 차원에서의 불교활동을 뛰어넘어 법스승으로부터의 가르침을 통해 모두가 성불할 수 있도록 터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제가 맡은 소임인 만큼 열심히 해나갈 것입니다.”

 

■ 참선하는 명사 누가 있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정재계 법조계 인사 다양

간화선(看話禪)은 화두를 참구하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종단 정통 수행법이다. 화두에 집중하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잡념과 망상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 명사들 가운데서도 참선에 매료된 이들이 많다.

독실한 불자로 알려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인천 용화선원 시민선방에서 참선 정진한다. 박한철 소장은 지난 2009년 11월 노인요양시설 건립불사금으로 사용해달라며 자신의 아파트를 불교계에 희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교는 무엇을 말하는가>, <인류의 스승, 붓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등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윤수 전 사법연수원 교수도 변호사로 일하던 중 불교를 접한 것을 계기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탐구하면서 수행을 하고 있다. 여성 최연소 대법관으로 유명한 오른 김소영 대법관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참선을 즐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리로만 판단해 내리는 기계적 판결과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다. 가톨릭 신자인 이홍훈 전 대법관도 불교의 선과 물리학에 조예가 깊다. 이홍훈 전 대법관은 평소 지론으로 “법관으로서 사회현상을 볼 때도 물리학, 법학, 불교철학을 두루 생각하려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불자회장을 역임했던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는 중앙일보 해직 기자 시절 미국 유학에서 참선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 도지사 재직시절 박준영 전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참선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지혜를 증득하는 시간을 찾아갔다”도 밝힌 바 있다. 불자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최문순 강원도시자는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불경’을, 취미를 ‘참선’이라고 소개할 만큼 참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불자회장을 지낸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 역시 불교와 참선에 정통했다. 엄상호 건영육영재단 이사장은 30년째 매일 아침 333배와 참선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이밖에 박윤흔 전 환경부 장관,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우명규 전 서울시장,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도 참선 수행에 매진하는 명사들로 알려져 있다.

명사들이 참선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에 대해 박희승 한국문화연수원 교수는 “참선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법이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인 현대사회는 잡념이 많다”며 “화두라는 한 생각에 집중하는 참선을 통해 잡념이나 스트레스를 비울 수 있고 집중력과 통찰력이 키울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특히 엘리트들이 참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103호/2015년5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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