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스님 <허공처럼 살아라> 출간, 空 사상으로 행복론 전해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이 주지 퇴임을 앞두고 생애 첫 저작물을 내며 “아미타불 염불하면서 무량수 무량광, 시공을 초월해 항상 행복함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저서 <허공처럼 살아라>을 출간하며 통도사 주지실에서 27일 기자들과 만난 원산스님은 <기신론>을 인용하면서 경허스님의 세계일화를 넘어 ‘우주 일가론’을 제기하고 교학의 은사이며 전강 전수자인 직지사 관응스님의 가르침인 ‘불교의 근본은 참선이 아닌 염불이다’는 글귀를 통해 “주지 퇴임 후 백련암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인동참 만일염불’을 지속하며 통도사요양병원을 완공해 정상적인 운영까지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원산스님은 이날 “53년간 출가생활 중 통도사를 떠나 7년간 공부하고 강사 소임을 살던 직지사의 관응스님이 92세에 세필로 장문의 서신을 시자 도진스님을 통해 보내왔을 때 서신에 ‘불교의 근본은 참선이 아닌 염불이다’고 가르침을 주셨던 본뜻을 다시 보게 된다”면서 “은사를 잘 만나 선교(禪敎)를 겸해 좋은 공부를 하고 많은 소임을 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개혁종단 출범 초대 교육원장을 지낸 스님은 “은해사 승가대학원을 설립해 전통 강사를 배출하게 만들고 토굴 수행을 위해 백련암을 건립하며 3년간 홀로 수행하면서 아미타불 염불에 대한 진면목을 보게 됐다”면서 ‘교육제도 개혁’과 관련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계율을 스승으로 삼으라 한 것은 사회의 윤리도덕에 불교의 계율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며 계율을 따르면 절제에 의핸 지혜가 생긴다”고 말했다.
책의 주제인 ‘허공’에 대해 스님은 “부처님이 도를 깨치고 보니 모든 물질적 정신적 요소가 공(空)이었고, 공한 이치를 알고 보니 괴로움이 없더라는 얘기”라면서 “누구나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반야심경>의 근본사상인 공의 이치를 깨달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4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에 대해 “본래 자리로 되돌아 감으로써 마음을 허공과 같이 맑히고 깨우침의 참 소식을 불교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서 “행복을 주제로 해 좋고 나쁨도, 옳고 그름도, 높고 낮음도 둘이 아닌 하나라는 평범한 얘기를 통해 공은 무소유이면서 전체를 소유한다는 진리까지 평이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책은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걸림없이 타인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나는 물론이고 산과 하늘 우주가 모두 ‘하나’임을 일깨우는 것이 불제자라고 강조한다.
“마음은 내 몸 안에도 있고, 바깥에도 있고, 어디에든 항상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언제 어디에나 계시듯 마음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바로 이 마음을 찾는 것이 불교이고, 그 자리를 깨친 분이 부처님이고 깨치지 못한 이들이 중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일까. 책은 “중생과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은 부처에게도 있고, 중생에게도 있고 모두에게 있다”면서 “기도의 근본 목표는 내가 내 마음을 개달아 아는 것”임을 일깨운다.
‘행복’을 풀어가는 책은 구체적 방법도 제시한다. ‘행복하려거든 믿고 실천하라.’ ‘행복하려거든 기도하라.’ ‘행복하려거든 허공처럼 살아라.’ ‘행복하려거든 하나가 되라.’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책은 의상대사 <법성게> 첫 구절인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양이 아니네(法聲圓融無二相)’를 인용하면서 접근한다. “법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우주의 진리를 일컫는 불교의 법은, 이 세상 만물은 법칙에 의해 존재하며 법칙에 따라 생멸함을 말한다. 법칙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없다. 우주에 살면서 진리를 알지 못하면 중생이고, 깨닫게 되면 부처라고 하는 것이며, 우주의 진리는 둥글고 원만해 두 가지 모양이 없다.”
이를 접근하는 다음 대목이 더 흥미롭다. “여러분과 내가 분별이 있다면 이 법문을 알아듣지 못한다.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의 마음인 것이다. 불이(不二)의 ‘둘이 아니다’는 도리 역시 하나 속에서 다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참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결론은 이렇다. “법성의 이 자리는 증득한 지혜라야만 알 바이며 나머지는 알 수 없다. 선방의 참선을 통해 도를 깨치면 바로 이런 이를 다 알게 된다. 글로, 말로 설명을 하지만 이는 말도, 글도 끊어진 자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자리이다. 그러기에 부처님의 지혜라야만 알 수 있다는 얘기이다.”
<허공처럼 살아라>는 원산스님이 통도사 주지 소임을 시작하면서 법회를 통해 염불을 집전하고 법문을 진행하던 총 기록이다. 경봉스님을 은사로 통도사 극락암에서 출가 수행을 시작해 반세기 동안 강원(통도사 범어사 동화사) 경전 수학과 선원(극락암 송광사 봉암사 칠불사) 수선안거를 성만해 온 스님은 직지사 통도사 강주,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초대 교육원장 등을 역임하고 복지법인 자비원 이사장 통도사 평생교육원장 등을 소임 중이다.
통도사=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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