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재가자들 종단관 적절한가 〈上〉

33대 총무원 집행부

용산참사 피해자 위문으로

공식행보 시작

과거와 다른 모습

 

34대 들어선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통해

불교중흥 설계

개혁회의 주도 사회 부응

승가교육 체계 확립

30여년 현장 누빈

교육원장과 포교원장

 

어린이 농촌포교 상징

템플스테이 기반 다진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

누가 권승이란 말인가

바른불교재가모임이 지난 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종단 집행부를 권력만을 추구하는 ‘권승’으로 규정했다. 포교와 불교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집행부 스님들의 면면은 권승과는 거리가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원스님, 총무부장 지현스님, 기획실장 일감스님. 불교신문 자료사진

 

지난 3월31일 창립한 바른불교재가모임이 종단 집행부를 ‘권승’으로 규정했다. 지난 7일 바른불교재가모임 대표단이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된 김영국 공동대표의 사퇴와 불교계 세월호 활동 왜곡 발언에 대한 사과를 담아 발표한 입장문에는 재가모임이 스님들과 종단을 바라보는 종단관을 엿볼 수 있다. 입장문에서 재가모임은 종단 집행부를 ‘권력 지향적 정치승려’, ‘종단 핵심 고위권력층’, ‘오물냄새 진동하는 총무원의 권승들’ 등으로 비판하며 권력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규정했다. 과연 종단 집행부 스님들이 ‘권승’인가.

종헌에는 “본 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한다”고 총무원장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총무원장은 전국 교구본사 선거인단과 본사 및 선원, 율원, 강원, 비구니 스님 등을 대표하는 종회의원들의 공의를 모아 선출하며, 교육원장과 포교원장은 총무원장의 추천으로 중앙종회에서 선출한다. 재가모임이 ‘권력 지향적 정치 승려’로 규정하고 있는 종단 집행부는 종헌과 종법에 따라 절차를 거치고 선출된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제33대 취임 당시 용산 참사 피해자들을 위문하는 것으로 공식행보를 시작했다. 과거 집행부와 달리 변화를 예고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행보는 시민사회 영역, 이주민 단체, 복지시설 등 매월 자비나눔 방문으로 계속되고 있다. 적극적인 대사회 활동으로 불교의 위상도 높아졌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올해 종단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단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역시 불교중흥과 신뢰 회복을 위한 종단 집행부의 의지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승가교육과 포교 역시 이 같은 종단의 흐름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승가교육을 이끌고 있는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1986년 해인사 승려대회를 주도하고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기획조정실장을 맡는 등 현재 종단의 틀을 갖추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교육원장 취임 이후 ‘자비를 구현하고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승가교육’을 모토로 사회 참여를 위한 종단의 행보에 발맞추고 있다. 현응스님은 취임 이후 교육 개혁에 집중해왔다. 승가교육 단계별 정착, 교육 교재의 한글화, 연수교육 안착, 법계별 연수교육 도입 등 승가교육의 틀을 전면 개편했다.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을 책임질 수행자들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넘게 포교에 매진해 온 포교원장 지원스님도 마찬가지다. 지원스님은 1980년대부터 어린이, 중고생, 대학생 등 계층별로 포교프로그램을 구축하며 도심 속 생활불교 실천에 앞장서 왔다. 포교원장 취임 이후에도 수도권 포교 활성화, 포교방법 다변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미디어 발전, SNS 등 변화하고 있는 사회 흐름에 따른 포교정책 수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집행부 스님들의 면면도 재가모임이 주장하는 권승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님들은 집행부 소임을 맡으면서도 어린이 포교와 산사음악회, 템플스테이와 수련회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불교 위상 제고와 포교 활성화에 앞장서 왔다. 총무부장 지현스님은 첩첩산중 시골마을 절인 봉화 청량사를 어린이 포교와 문화 포교의 중심도량으로 일궈냈다. 1980년대부터 어린이 포교에 뛰어들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교와 문화를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침체된 어린이 및 지역 포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시 지현스님의 원력에서 출발한 어린이 포교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조용했던 시골 절은 주말마다 어린이들의 웃음이 넘쳐나고 있다.

기획실장 일감스님 역시 해인사 수련회 및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불교문화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왔다. 뿐만 아니라 금산사에서 실시한 ‘내비둬 콘서트’를 불교계 대표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금산사 수련원장 재임 당시 템플스테이를 통한 불교문화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했으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철학가, 시인, 음악인, 의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하는 이들이 게스트로 출현하는 콘서트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재미와 감동을 전했다. 불자들은 물론이고 종교가 없는 일반인에게 마음의 위안을 전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재무부장 보경스님은 비구니 스님 최초로 재무부장을 맡아 소임을 다하고 있으며, 문화부장 혜일스님은 직전까지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으로 불교의 사회적 기여와 자비나눔 확산에 기여했다. 사회부장 정문스님도 사회갈등 해결을 위한 대사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집행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가모임이 종단 고위층과 집행부를 ‘권승’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이유는 종단 흔들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종단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무분별한 폭로를 일삼고 있는 특정 스님들과 집단의 시각에서만 집행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동국대 문제를 거론하며 동국대 이사 스님들의 거취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등의 주장은 재가모임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도박이나 음주 등 몇몇 스님의 일탈, 범계 행위의 책임을 모두 종단 집행부로 돌리고 있는 그들의 주장도 문제다. 범계 행위의 경우 비단 최근 종단 집행부에서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발생해 온 고질적인 문제다. 과거 에도 스님들 일탈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불교 외호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재가모임의 주장과 같이 종단을 매도하거나 특정인을 끌어내리는 식의 비판이나 문제제기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불교계 연구소 한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종단의 위상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커지는 등 종단 체계가 갖춰지면서 종권이라는 개념이 확립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집행부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좋은 의지를 갖고 열심히 활동하는 집행부 스님들 전체를 권승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승가와 재가의 지나친 대립 의식을 낳는다”고 말했다. 불교계 단체 한 관계자도 “권승은 과거 정치권력과 결탁해 불교 자주성을 스스로 포기했던 스님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종단 집행부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가모임의 주장과 같이) 종단 내 주요 소임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권승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불교신문3097호/2015년4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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