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말하는 인간관계의 지혜

타가미 타이슈 지음/ 원영스님 옮김

문예출판사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

NHK 강의내용 엮은 책

‘육방예경’ 가르침 통해

관계의 어려움 극복방안

현대에 맞게 쉽게 설명

인간관계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사진은 충북파라미타가 지난 2월 개최한 연날리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1990년대 후반에 생긴 신조어 가운데 ‘왕따’라는 말이 있다. 집단 내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은따(은밀하게 따돌림)’ ‘반따(반에서 따돌림)’ 외에 ‘카따(카카오톡 따돌림)’로까지 점차 확대되는 형국이다.

학교는 물론 직장 내에서도 문제가 되는 ‘따돌림’의 원인을 찾아들어가면 관계의 문제다. 학교에 다닐 때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토로하는 어려움을 들어보면 공부하기 일하기 힘든 것만큼 친구와 잘 지내지 못해서, 혹은 직장 상사나 후배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옆자리 친구와 대화 대신 문자를 주고받는 요즘 세대들에게 SNS에서 새로운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를 현실로 확장해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부처님께서는 이미 2600년 전에 관계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셨다.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가 NHK 라디오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일본 코마자와대학 불교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코마자와대학 젠 연구소장을 역임한 저자는 <육방예경> 속 부처님 말씀을 인용해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어판 번역은 조계종 교육아사리 원영스님이 맡았다. 일본 하나조노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스님 역시 원서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쉽고 간결한 문체로 번역했다.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육방예경>은 팔리어로는 ‘싱갈로와다 수단타’로 ‘싱갈라 청년에게 준 가르침을 모은 경’이란 뜻이다. 부처님께서 자산가의 자식이었던 싱갈라 청년에게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일러준 것이다. 경전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와 실생활의 지침이 담겨 있다.

불교가 가르치고 있는 여덟 가지 악과 여섯 가지 파멸하는 생활방식 외에도 동서남북상하 등 여섯 방향에 부모, 자식, 스승과 제자, 부부, 친구, 경영자와 직원, 출가자와 재가자를 배치해 각각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다섯 가지 항목이 소개돼 있다. 각 방향에 배치된 내용은, 그런 신앙이 실제로 있었던 게 아니라 편의적으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숫타니파타> <법구경> 등 초기경전을 인용해 보충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쉽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어떻게 하면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저자는 “남남에서 시작된 부부관계는 ‘물과 기름’ 같아서 죽을 때까지 섞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기본은 “선악의 분별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핵심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구분해내는 것이 아닌 악행을 짓지 않고 선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은 어떻게 해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팔리어 원전에 나오는 말을 풀어보면 “누군가의 옆에서 최선을 다해 돌보는 것, 헌신적으로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연기법을 이해하고 사섭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내 형제자매처럼 여기고, 나누어 베풀고(報施), 서로 존중하고(愛語) 서로 도와주고(利行) 함께하는 노력(同事)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부처님 가르침이 아직도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지혜를 줄 수 있는 이유는 평등과 자비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 부부, 스승과 제자, 경영자와 직원 사이가 평등하지 않다면 남편은 아내를 자기 소유물로, 스승과 경영자는 제자와 직원을 함부로 대할 것”이라며 부처님께서는 경전을 통해 우리에게 이를 환기시켜준다.

역자 원영스님은 “이 책에 담긴 지혜는 중국 당나라 때 도림선사의 말씀처럼 ‘세 살 먹은 어린애도 다 알지만, 여든 살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라고 말할 정도로 쉽다”며 “많은 독자들이 급하게 내달리는 현실을 잠깐 내려놓고, 얽힌 문제들의 이면을 살펴보며 마침내 사람 사이에 따뜻한 마음이 통해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살기를” 희망했다.

[불교신문3091호/2015년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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