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동안거 재가수행 현장’을 가다 ⑧ <끝> 부산 혜원정사

‘이 뭣고’ ‘나는 누구인가’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묘봉산 기슭에 자리한 혜원정사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석주(石柱)에 쓰여 있는 글이다.

봄을 눈앞에 둔 지난 2월27일 혜원정사(주지 원허스님)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량을 참배하고 기도하기 위해 찾아오는 불자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마침 설을 지내고 정초기도 회향일을 맞아 정사(精舍)를 찾은 불자들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같은 시간 대웅전 옆 명심전(明心殿) 선원에는 동안거를 기해 매일 집에서 오가며 정진하는 20여명의 재가불자들이 화두를 타파하기 위한 ‘자신과 씨름’에 한창이었다.

동안거에 맞춰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 정진한지 80여일을 넘어섰다. 동참 불자들은 점심공양 시간을 제외하고 오직 참선에 전념했다. 명심전 선원에는 고요만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반드시 의단(疑端)을 찾고 말겠다는 결의만이 충만했다.

혜원정사의 재가불자들의 참선수행은 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수진스님)가 부산지역 사찰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동안거 재가안거’의 일환이기도 하다. 사실 혜원정사가 동안거 참선수행을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는데, 10년 넘게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에 참선수행을 실천한 불자들도 여럿이다.

부산 지역사찰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재가안거에 동참한 혜원정사 불자들은 100여명에 이른다. 명심전 선원에서의 참선수행 외에도, 각자 여건에 따라 염불, 108배, 사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거에 동참하고 있다.

혜원정사 주지 원허스님은 “안거에 맞춰 수행에 집중하면 공부에 효과가 있다”면서 “이 기간만이라도 되도록 반연을 줄이고 마음의 움직임을 스스로 관찰하는 수행을 통해 신심이 더욱 견고해 질 것”이라고 했다.

10년째 안거 때마다 참선정진을 하고 있는 최수마나 불자는 “선방에 들어오기 전에는 몸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집에서 선방을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화두를 타파했는지) 느낌은 잘 모르겠고, 그저 건강을 위해 왔다 갔다 한다”고 수행 소감을 겸손하게 밝혔다.

4년째 선방에 다니는 한지수행 불자는 “지금까지 딱딱한 나무나 쇠를 뚫으려고 애써왔다는 느낌이 컸다”면서 “그런데 이번 철에 정진을 하니, 그 딱딱한 자리가 물컹해져, 뚫으면 뚫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부에 진척이 있음을 전했다.

명심전 선원에는 ‘해인삼매(海印三昧)’라고 쓴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혜원정사 조실)의 친필 휘호가 걸려있다. ‘일인장락(一忍長樂)’이란 글씨와 부처님 고행상 그림, 달마대사의 진영도 선원을 장엄하고 있다. 참선 수행하는 불자들의 정진을 독려하는 방편이다. 90일간의 동안거 회향을 눈앞에 둔 불자도 초발심(初發心)을 돌아보며 더욱 정진에 전념했다.

최수마나 불자는 “다른 분들도 안거 기간에 수행에 집중하길 바란다”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공부에 동참하는 것은 환희심 나는 일”이라고 정진을 권했다. 최수마나 불자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공부하겠다”는 원력을 밝혔다.

한지수행 불자는 “선방에 다니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면서 “사바세계 모든 존재가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한지수행 불자는 “다른 불자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면서 “부처님께서 간 길을 끝까지 따라가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발원했다.

혜원정사 주지 원허스님은 “앞만 보고 살다보면, 내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거꾸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가끔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돌아봐야, 내가 걸어온 길이 바른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정진과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교신문3087호/2015년3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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