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우리 안에는 배우지 않아도, 따로 전수받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본능적 프로그램들이 있다. ‘불안’은 언제든지 작동될 수 있는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자연스러운 프로그램 중에 하나이다.

철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불안’을 다양한 수준에서 정의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본 글에서는 정신과적 증상으로서 몸으로 느껴지는 신체의 불안에 국한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이 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불안한 우리 몸의 상태를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불을 인지한 동시에 끄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하고 위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몸은 자동적인 빠른 반응을 시작한다.

혈액 순환의 증가를 위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빨리 뛸 수 있도록 호흡수가 증가하며, 온 몸의 근육에 혈액이 모이며 근긴장도가 증가한다. 주변의 위험을 더욱 민감하게 잡아낼 수 있도록 평소에 편안하게 바라보던 주변을 더욱 날카롭게 위험의 가능성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며, 머릿속으로는 위험에 의한 최악의 상황을 기반으로 생각이 돌아간다.

인지행동요법으로 다스리기도

위험 알려주는 신호로 여기면

더 나은 인생 만들 계기 돼줘

이것이 바로 ‘몸의 불안’이다. 이런 불안 반응은 우리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가 위험 순간에 빠르게 작동해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렵과 채집을 위주로 하며 자연 속에서 인류의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와 같은 신체의 반응은 지금보다 훨씬 유용하게 활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현대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반응이 얼마나 자주 작동할 일이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시험을 보거나 하는 때에 불안을 느낀다. 불안이 이유 없이 또는 특정 상황에서 과도하게 반복되며 이로 인해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모두 모아서 ‘불안장애’라고 한다.

꽉 막힌 도로의 차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지되며 불안이 시작되기도 하며, 주사기, 뱀, 칼 등의 특정 물건에 대해서 불안이 반복되기도 하며, 시험, 발표 상황에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불안으로 제대로 수행을 못 하기도 하며, 아무 이유 없이 막연한 불안의 상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를 공황장애,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등으로 명명 하지만, 이 모든 질환들은 우리 몸에 내재된 신체반응으로서 불안을 그 기반으로 한다.

‘불안’은 우리에게 위험을 인식시켜주는 ‘신호’이다. ‘불안’의 시작은 주변을 다시한번 살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의 몸과 마음 어딘가에 존재하는 부조리함의 위험 가능성을 알려주는 신호로서 불안을 잘 이용한다면 불안이 시작되기 전보다 더 나은 이후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전문가를 찾아 약제, 인지행동요법 등의 도움을 함께 받는다면 몸의 불안을 다스리는 동시에 내 마음 속의 위험 요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불안은 이 과정을 시작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불교신문3084호/2015년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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