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 소유권 판단에 있어선 법적인 전문성 없어"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 대신에
법률 전문가 해당 문화재 전문가
관계기관 의견 청취하도록 개선

사찰 경내지에서 출토된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귀속이라는 결정을 내려 소유권 판정 논란을 빚어온 매장문화재 제도가 올해부터 개편, 시행된다.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조사로 출토되거나 발견ㆍ신고된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 판정 절차를 개선했다. 지금까지는 발견 또는 발굴된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 문제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판정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 대신에 해당 문화재 전문가, 법률 전문가, 이해관계자, 관계기관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개선했다. 문화재의 소유권은 가치 판단이나 유래 등에 관한 문화재적 가치 조명 사항과 더불어 법률적 판단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개편의 세부내용은 그동안 조계종에서 요구해왔던 사항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소유권 판단에 있어 문화재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문화재 전문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소유권 판단에 있어서는 법적인 전문성이 수반되지 않았으므로 신뢰성이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도 있는 법리적 검토와 해당 문화재에 대한 전문가, 관계기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할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종단의 주장에는 사찰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두고 법정까지 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의 경우 2002년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해 ‘월정(月精)’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지만 국가 귀속 결정이 내려졌다. 종단과 불교계는 소유권을 반환받기 위해 수년에 걸쳐 법적 대응 등 노력을 기울여 2013년에 승소했다. 하지만 소송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지난 2013년 서울 진관사에서 출토된 유물 272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사안을 푸는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원에서는 출토 유물이 진관사의 역사를 드러내는 성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소유권을 부정해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문화재위원회는 진관사가 국가예산으로 신창 중수했으므로 국가소유로 판정을 내렸다. 이에 조계종 문화부와 진관사는 이같은 판단 근거가 비상식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시대 국가가 나서 사찰을 운영한 사례가 없거니와, 국가 예산으로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나라 소유가 된 사찰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진관사 관계자는 “소유권에 관한 한 비전문가 집단인 문화재위원회 대신 해당 법률 전문가가 참여하게 돼 유물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매장문화재 제도와 관련된 사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총무원 문화부는 앞으로 승탑이나 부도 등에서 나온 성보를 놓고 소유권을 판정하는 절차 자체가 무의미한 규제임을 정부에 피력할 방침이다. 사찰에서도 역사적 연속성이 명백한 경내지 출토 문화재에 대해서는 당해 사찰 소유로 확정하라는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밖에도 사업면적 3만㎡ 미만의 지표조사에 대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할 것과, 매장문화재 발굴현장과 발굴조사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골자로 한 일부 조항도 함께 개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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