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지 신이치 지음

김경인 옮김

달팽이 출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도 모자라 이제는 인간관계와 내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가 등장했다. 맹목적 경제성장과 물질숭배, 무자비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줄 책이 나왔다. 생태철학자를 만나 삶의 방식이 달라진 이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로 일본 메이지 가쿠인대학 국제학부 교수인 스지 신이치가 2010년 18명의 학생들과 자신의 정신적 스승인 사티쉬 선생을 만나 함께 지낸 1주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사티쉬 쿠마르는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환경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다. 1936년 인도 라자스탄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자이나교 수행승이 됐다. 열여덟에 환속한 그는 2년 반동안 세계 4대 핵보유국을 순례하며 ‘핵무기 폐기’를 주장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에른스트 슈마허를 만나고 1973년 영국에서 살면서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하틀랜드에서 생태교육의 요람 ‘슈마허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책은 7개의 장으로 이뤄졌는데, 첫날부터 7일 동안 그가 학생들과 나눴던 교감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각 장의 주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했을 법한 삶의 화두들이다. 첫날엔 사티쉬 선생의 삶과 슈마허 대학을 소개하고 이튿날부터는 청년들이 끙끙댔던 인생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자연과 마주하는 방법과 돈의 의미,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외에도 부모와 자식 관계, 행복,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어느 하나 지나칠만한 것들이 없다.

사티쉬에게 진정한 풍요로움은 돈이 아니라 벗들이고 깨끗한 물이고 아름다운 숲이다. 그는 돈을 줄이고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삶에 있어 돈은 수단이다. 의자를 만드는 사람, 구두를 만들고 빵을 굽는 장인, 채소를 가꾸는 농민은 각자 만든 것을 필요한 것과 교환하기 위해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만들지 않고 소비하는 사람만 많다. 그 결과 돈은 뭔가를 교환하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됐다.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돈을 소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만 것”이다. 사티쉬는 “돈을 다시 한번 ‘수단’으로 돌이켜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생산자가 돼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판다면 돈은 교환을 위한 단순한 수단”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청춘들을 향한 사티쉬 선생의 당부는 새겨둘만 하다. “아직은 묘목인 여러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물도 주고 가능한 모든 것을 해서 잘 키우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길 바랍니다. 모든 자연계에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분의 인생도 틀림없이 충만해질 것입니다.”

[불교신문3077호/2015년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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