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재일 철야참선 통도사서 대중 400여명 ‘수행점검’

 

 
 
 
자기 점검하기에 참 좋은 성도절 아입니까포근하다 갑자기 더 추워진 음력 128(127) 성도절(成道節) 철야 참선정진을 위해 울산 남구에서 시외버스로 양산 통도사를 맨손으로 찾은 이종순 씨(61)는 설법전 입구에서 참선을 많이 해봤지만 성도절 철야참선은 처음이라 저녁 단단히 먹고 왔다면서 3년 전부터 통도사 성도재일 정진을 지속해 온 아내 김미애 씨(60)가 옆에서 보온물통을 들고 가볍게 계단을 오른다.
 
전국적으로 성도재일 철야법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원산스님)의 설법전에서는 철야정진을 위해 재가불자 400여명이 전국에서 차분하게 모이고 있었다. 이미 26일 정오 12시경 도착해 준비에 들어간 부산 진구의 한선묘 씨(72)20여년간 꾸준히 성도재일에 동참해왔다며 정중앙 줄에 자리를 잡는다.
 
울산 동구에서 상하 회색 수행복을 입고 참석한 최여림성 씨(56)는 참선회에서 활동해 왔는데 오늘은 개별적으로 철야정진에 들어간다면서 “20여년 통도사에 다니며 익숙해진 만큼 성도재인 참선이란 힘들었던 참선수행을 그냥 편안하게 해줘서 좋다고 말한다. 그는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해 설법전에 좌복을 놓고 안내를 돕는 등 자원봉사에도 열심이다.
 
부처님오신날·열반절·출가일과 더불어 불교 4대명절의 하나인 성도절 철야정진은 유독 홀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설법전 입구에서 참선이 시작된 저녁 9시 이전 4시간 동안 출입구를 지켜 본 기자는 혼자 작은 배낭과 가방을 들고 조용히 참선에 동참하는 참석자들이 많음에 놀랐다. 그것도 대부분 시외버스 등으로 찾았고, 단체 관광버스가 없었다.
 
확실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成道)를 기념하는 성도재일 법회는 자신의 신행(信行)을 확인하기 위한 재가자와 스님들의 차분한 잔치였다. 이날 철야 참선정진을 주관한 교무국장 마벽스님은 시종 뒷굼치를 들고 참선을 지도하기 위해 설법전을 순회한다.
 
철야참선에 앞서 부주지 항조스님은 선은 정과 혜를 균등하게 보는 것이라며 실참에서 참선은 자세를 바르게 하므로써 호흡이 저절로 자연스레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조스님은 대중들의 좌선 자세를 바로잡는 것을 지도하며 좌복 두 개에 뒤를 겹으로 포개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것이 오히려 자세 잡기에 방해가 되는 이치를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씩 두 차례 참선이 진행된 심야 시간 11시부터 정오 12시까지 주지 원산스님의 법문이 이뤄졌다. 원산스님은 부처님은 근본진리를 깨달아 중생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의 인과응보를 일시에 알았다면서 행복하려면 깨달음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불교 가르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호로도 모든 어려움이 없어질 수 있게 한다면서 오늘 참선은 이 뭐꼬화두참구로 철야 용맹정진하며 중생제도의 큰 인연을 만나는 자리이다고 말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후원에서 마련한 잣죽 공양으로 잠깐의 휴식이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온 이유미 씨(43)통도사 성도재일을 몇 년전부터 참석하며 친숙해졌다면서 이번 참선철야도 기쁘게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야참선의 습의사는 해인승가대 학인 담정스님이 이끌었다.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참선이 지나가고 새벽예불이 있기 한 시간 전에는 교무과장 정진스님의 <천수경> 독경이 이어졌다.
 
6시간의 철야 참선정진이 끝나고 새벽예불을 위해 자리를 정돈하는 과정에 설법전 입구에서 시작전 만났던 성도재일 첫 참석자 김영민 씨(35)를 27일 새벽 다시 만났다. 경북 영덕에서 혼자 통도사를 찾은 그는 소감을 묻자 많이 차분해졌다면서 처음에는 압도적 분위기에 눌린 듯한 무거움이 컸으나 시간이 지나며 한결 가볍게 철야참선을 즐길 수 있었고 지금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4대 명절 중 하나인 성도절은 부처님오신날(불탄절) 다음으로 성대한 행사를 가져야하나, 부처님오신날은 사원 밖에서 사회적 행사가 비중이 크고 성도재는 수행의 의미를 강조한 법회로 사찰 안에서만 행하는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 철야정진이었다.
 
 
 
1월26일 철야참선에 앞서 통도사 부주지 항조스님이 대중들의 좌선 자세를 바로잡는 것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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