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사업단 2030템플스테이 ‘滿娜珠吾’

365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날이지만, 맞을 때마다 새로운 게 새해다. 누구에게나 오는 이 시간을 맞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가 하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단장 진화스님)이 지난해 12월20일과 21일 이틀간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개최한 2030세대를 위한 마음치유 템플스테이 ‘만나주오(滿娜珠吾)’에 참석한 이들은 후자 쪽이다.

지난 12월20일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2030 마음치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촛불을 밝히며 새해 서원을 세웠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지난 12월20일 연수원에는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수원으로 20대, 30대 청춘남녀 100여 명이 함께 했다. 저 멀리 강원도 평창에서부터 서울, 의정부, 대구, 진주 등 각지에서 모여든 청춘들이다.

연말연시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친구나 부부. 연인들이 대다수로, 이 가운데 10%가량은 지난해 치유템플스테이에서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온 이들이다. 한 해를 정리하며 몸에 배인 나쁜 습관을 버리고 아름다운 나 자신과 마주하자는 취지에서 1박2일간 마련된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참가자들은 스트레스는 날리고, 스스로를 빛낼 계획을 하나씩 세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향긋한 아메리카노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요. 몸에서 안 좋다는 신호도 와서 그만 마셔야되는데 쉽지 않네요.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커피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내년 목표는 금연인데, 담배 값도 올라서 이번엔 진짜 끊어보려고요.”

“전 직장상사의 잔소리와 이별하고 싶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스트레스만 쌓이네요.”

“그동안 일에 중독된 것처럼 몸 생각도 안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회의가 들어요. 이제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겠어요.”

자신을 망치는 나쁜 습관인

커피, 담배, 일중독 벗어나

아름다운 나 찾자는 취지로

2030세대 위한 행사 마련

명상 통해 자신 들여다보고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있는

토크콘서트서 위안 얻으며

쌓인 스트레스도 훌훌 날려

새해엔 무엇에 의존하기보다

내 자신에 ‘HOLIC’되자 격려

커피나 담배만 중독되는 게 아니다. 20대 30대 청춘들이 털어놓은 중독들은 다양했다. 쇼핑을 하며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에 치여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워커홀릭, 심지어 회사에서 상사의 잔소리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일상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한 해 동안 누구보다 고생한 자신의 몸과 마음에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 마음치유 템플스테이를 찾아왔다.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한 동국대 강사 효록스님은 커피나 담배, 알코올 등 뭔가에 중독돼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 원인은 자신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중독자를 상담한 적이 있는데 중독의 원인을 찾아보니 결국엔 외로움 때문”이라며 “외로움과 공허함을 술, 돈으로 풀어내려고 한다면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뭔가에 의존하려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원인인지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스님은 직장동료나 친구들로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카더라 통신’으로 인해 불행하다는 참가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실험을 했는데 17%만 제대로 전달되고, 나머지는 말을 전하는 사람의 의도로 조사됐다”며 “누군가로부터 ‘카더라 통신’을 들을 때는 내용에 연연하기보다 저 사람이 지금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할까 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스님의 사회로 진행된 ‘마음주오 콘서트’는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지친 청춘들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20대 때 8년이란 시간동안 무명시절을 지내오다 올해 케이블방송에서 ‘의리 의리’와 식탐송 ‘호로록~’을 연발하며 인기가도를 달리는 인기 개그우먼 이국주와 이정재와 전지현이 불러서 유명세를 탄 CM송 ‘잘생겼잖아’의 주인공 ‘갈릭스 밴드’가 게스트로 방문해 또래의 청춘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긴 무명시절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냐는 참가자 질문에 이국주 씨는 “처음 개그를 시작할 때는 주변에서 오래 못 버틸 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아 오기로 더 열심히 한 것도 있다”며 “돈을 따라 가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돈 때문에 억지로 행사에 참여해 텔레비전에서 보여준 상황극을 반복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해 친구와 나눠먹는 것으로 행복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남의 시선 때문에 늘 주눅 들어 사는데 안 고쳐진다”며 당당하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 씨는 “스무살 때는 오리궁둥이 콤플렉스가 심해 계단을 올라갈 때 누가 뒤따라오면 멈췄다가 뒤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올라갈 정도였다”며 “지금도 살이 많이 쪘지만 예전보다 당당할 수 있는 건 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게 직업이지만 그에 앞서 한 사람, 또 여성이기에 뚱뚱하다고 놀리면 속상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선뜻 인정하고 되받아칠 수 있는 배짱까지 키웠다. 타인의 말에 상처받는 자신이 안타까워 끊임없이 격려해줬다는 그는 처음엔 힘들지만 노력하다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뭔가에 중독되는 건 좋지 않지만 자신에게 ‘홀릭(Holic)’되는 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이 좋아 10여 년 이상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해오다가 올해 CM송 ‘잘생겼잖아’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갈릭스 밴드도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청춘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신의 얘기를 전했다.

드럼 퍼커션을 맞고 있는 강인중 씨는 “14년 째 음악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야 밴드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어 행복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갈 길이 더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참가자들은 깊이 공감했다. 일감스님은 “지금 조금 힘들어도 주저앉아 마냥 있지 말고, 벌떡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신나게 하자”고 격려했다.

둘째 날에는 마음치유명상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효록스님의 ‘내안의 소년 소녀만나기’와 보현데이케어센터 준오스님의 몸, 마음 말을 바르게 하는 ‘뫎 바루기’ 성부현 명상상담사의 ‘삼봤다 마음 발견하기’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역할놀이와 춤테라피, 활동명상등을 통해 평소 잘 살피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주오 콘서트’ 게스트들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일상을 떠나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 참가자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환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했다는 강증구(35, 진주)씨는 “1회 참가자들과 네이버 카페를 통해 교류하다가 템플스테이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며 “일도 많고 대인관계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컸는데 이번에 명상과 토크콘서트를 하며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이 기세를 몰아 새해에는 생각했던 일들을 모두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창원(35, 대전)씨는 “일을 하는 건 좋지만 정작 중요한 자신을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며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고 있는 스스로를 변화시키자는 마음에 템플스테이에 왔다”고 한다. “1박2일이란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일감스님을 비롯해 스님들의 좋은 말씀과 토크콘서트 게스트로부터 받은 좋은 에너지로 한해를 잘 마감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늘 마주쳐야 하는 가정과 사회, 친구들 사이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온 정성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치유템플스테이 같은 자리가 자주 마련돼 청년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마련한 2030 마음치유 템플스테이가 청년들의 마음자리에 쌓인 먼지를 쓸어내는 ‘위로’의 템플스테이였다면, 올해는 ‘해소’와 ‘희망’의 의미를 더 해 한층 진화했다”고 자평하며 “내년에도 2030세대에게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071호/2015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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