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사’이자 명상교사 린다 그레이엄, ‘마음챙김 수행법’ 펴내

시련이 닥쳤을 때 잘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너무나 허망하게 무너지는 사람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 두 부류의 차이를 ‘회복탄력성’의 유무에서 찾는다. 회복탄력성을 충분히 갖춘 사람은 인생의 굴곡을 무난하게 넘어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장벽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이야기다.

회복탄력성이란 스트레스와 비극에 신속하도고 유연하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심리치료사이자 명상교사, 워크숍 지도자, 저술가로서 오랜 세월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린다 그레이엄은 이번 책에서 뇌과학과 대인관계 심리학, 마음챙김 수행법을 통해 우리안의 회복탄력성을 일깨우는 82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마음챙김 수행에서 ‘나’는 고정적이거나 영구적인 실체가 아니라 끝없이 변하고 펼쳐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나’가 아무리 매혹적이어도 ‘마음작용’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진은 조계총림 송광사 수련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모든 정신활동은 새로운 신경경로를 생성한다. 모든 경험은, 어느 정도 뇌를 재배선한다. 만약 뇌의 재배선 과정을 주도하고 싶다면 새로운 신경경로를 생성하고, 오래된 경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재배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회복탄력성을 목표로 뇌를 재배선하고 싶다면 회복탄력성과 연관된 신경경로를 새로 닦아줄 회복탄력적인 경험들을 선별해서 체험해야 한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되살리는가.

이는 일상의 스트레스에 의연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는 회복탄력성을 되살리기 위한 마음챙김 수행에서 ‘자아’는 매우 중요한 자각의 대상이다. 자아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들이 하나로 묶인 덩어리로서, 우리는 그것을 ‘나’라고 믿는다.

전통적인 마음챙김 수행에서 ‘나’는 고정적이거나 영구적인 실체가 아니라 끝없이 변하고 펼쳐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그 ‘나’가 아무리 매혹적이어도 그것은 불교심리학에서 ‘마음작용’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엄청난 시련이 닥칠 때

잘 딛고 일어서는 사람

허망하게 무너지는 사람

‘회복탄력성’에 따라 달라

이처럼 마음챙김을 꾸준히 수행하면 우리의 개인적 자아를 구성하는 ‘물질’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생각, 판단, 자아의 반응들 사이의 빈 공간을 알아차리고 흐름의 가능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 물질에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추던 뇌가 그 물질들 사이의 빈 공간을 자각하고 수용하면 자신이 자아라고 믿고 있는 것을 이루는 수많은 부분들 간의 흐름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자아를 명사, 즉 확고한 경계를 지닌 한 대상으로 보는 대신에 동사, 즉 끝없이 변하는 한 과정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렇듯 자아를 보다 유연하게 이해할 때 우리는 긴장을 풀고 개방성과 명료함과 고요를 경험한다. 겹겹이 싸인 물질을 뚫고 들어가 그 속의 공간, 일종의 공(空) 또는 무(無)에 닿는다. 이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드넓은 자각, 일종의 충만감을 경험한다.

“이 새로운 자각대상인 무아(無我)를 불교전통에서는 참된 본성(true nature)으로 부르고, 그밖의 전통에서는 현존이나 본질로 부른다. 견고하게 조건화된 수많은 반응 양식이 참된 본성을 아무리 덮어 가려서 모호하게 만들어도, 무아는 어디까지나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중심이 잡히고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완전하고 온전하다고 느낀다. 참된 본성의 표현으로 여겨온 신뢰, 평정, 활기, 성실, 완전, 관용 등이 동시에 참자아를 이루는 특성임을 깨닫게 된다.”

불교 마음챙김 수행은

회복탄력성 향상 목표

인간의 뇌 재배선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초석

현대심리학과 불교 지혜

신경생물학까지 접목해

내면의 힘 깨우는 82가지

불교와 힌두교의 전통수행법인 마음챙김의 자각과 수용은 서양으로 전해지면서 점차 세속화되었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이제 마음챙김 수행은 심리치료의 자기성찰 도구로, 공립학교의 주의 훈련과 병원의 스트레스 및 통증 완화 프로그램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경영대학원과 로스쿨 학생들도 집중력 향상을 위해 마음챙김을 배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둘 것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마음챙김은 ‘마음을 훈련시켜서 뇌를 바꾸고, 그 결과 마음을 더 낫게 바꾸는’ 도구 그 이상이다. 지난 2500년동안 마음챙김 수행은 깨달음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으로 간주되어 왔다. 깨달음은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해탈’로 이어지며, 궁극의 회복탄력성을 가르친다. 즉 어떤 일이 닥치든 현명하고 자비롭게 대처하는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도록 해준다.”

오랜세월 마음공부를 이어온 사람들을 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보이는 것도 이러한 현상이다. 모든 존재와 모든 사건의 상호관련성을 직접 체험하고, 유쾌하거나 불쾌하거나 중립적인 모든 현상이 공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그 모든 것을 가볍게 간직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충분히 수행할 경우 궁극의 회복 탄력성을 경험할 수 있고 그때마다 뇌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음챙김 수행이 회복탄력성 향상을 목표로 뇌를 재배선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초석이 되는 이유다.

린다 그레이엄 지음 / 불광출판사

저자 린다 그레이엄은 신경과학과 마음챙김 명상, 대인관계 심리학을 통합하는 내용으로 미국 전역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로널드 D. 시겔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는 추천사에서 ‘휘어지는 대나무가 꼿꼿한 참나부돠 강하다’는 일본속담을 빗대며 “린다 그레이엄은 현대 심리학과 불교의 지혜, 신경생물학에서 얻은 혜안을 통합해서 명료하고 쉬운 말로 우리에게 대나무를 닮는 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받아들임>의 저자 타라브랙 역시 “명료하고도 자애롭게 쓰인 이 책은 우리가 모든 것에 준비된 마음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고 추천사를 전했다.

[불교신문3062호/2014년11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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