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민속문화의 현장론적 고찰

김용덕 지음 / 민속원

현존하는 불교민속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구 성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교수불자연합회 창립준비위원으로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불교민속학회 부회장 및 조계종 성보위원인 김용덕 한양대 교수가 사찰에서 전해지는 불교민속문화를 직접 조사하고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김 교수는 불교민속의 개념을 정의하고 불교의례, 사찰법당장엄, 연등회, 불보살신앙 등 불교민속 전반에 걸쳐 해설했다.

저자는 불자이기에 앞서 40여 년간 강단에서 민속학과 고전문학을 강의하며 비교민속학회, 한국언어문화학회 학회장을 역임한 학자다. 또 한국 최초로 2000여 쪽에 달하는 <민속문화대사전>을 간행한 민속학 대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뒤늦게 불교민속 연구에 뛰어든 이유는 유형문화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3년 전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와 불교민속 연구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불교민속학회를 창립,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연등회와 수륙재’의 가치를 규명해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의례부터 사찰법당 장엄

연등회, 불보살신앙까지

불교민속 일목요연 정리

유형문화재 70% 불교

무형 120개 중 불교 3개

다비 점안 복장의식 등

연구과제 산적해 있어

그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불교가 가져다 준 문화유산은 위대하다”며 “불교가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음은 ‘인연’ ‘다반사’ ‘아수라장’ ‘야단법석’ 같은 불교에서 나온 말이 일상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유형문화재 역시 불교를 빼놓고 논할 것이 없다.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70%가량이 불교문화재로 불교의 위상을 보여준다.

무형문화재로 시선을 돌리면 불교의 존재는 한 없이 미약하다. 불교무형문화재는 전체 120여 종 가운데 영산재, 연등회, 수륙재 등 겨우 3가지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등회와 수륙재는 최근에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저자는 “불교 무형유산은 전승되고 보존될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조사도 이뤄지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 많다”며 “무형문화재 발굴과 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는 그가 3년여 간 현장을 뛰어다니며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석예불, 공양의례, 불공의례 기도나 수륙재 등의 불교전통의례에서부터 설날, 입춘, 추석, 단오, 백중, 동지, 제석풍속 등 세시풍속과 연계한 의례들에 대해 상세히 해설했다.

저자는 “농경세시풍속과 습합이 가장 잘 이뤄진 날은 초파일 풍속과 백중날의 우란분재일 풍속”이라며 “우란분재일은 불교와 유교의 효 사상이 서로 융섭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사찰의 문을 장엄하는 꽃살문, 사찰벽화의 설화그림에 담긴 의미도 풀어놨다. 특히 ‘불교 지화의 전승’과 관련해서는 지화의 전승계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 설행관련 학문적 연구 성과도 담겼다. 미륵신앙, 관음신앙, 지장신앙, 문수신앙, 나한신앙 등 각종 신앙의 기원과 성격 등도 고찰했다. 저자는 미륵신앙이 암석숭배신앙과 습합됐다는 견해를 밝히며 “미륵불에게 아들을 비는 신앙은 그 원류가 암석숭배 신앙에 있다”며 “민간의 암석숭배와 불교의 미륵신앙이 쉽게 습합할 수 있던 데는 소재가 바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덕 불교민속학회 부회장은 “상당한 불교 무형유산은 전승되고 보존될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조사도 이뤄지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김형주 기자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불교민속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종합적으로 내용을 다룬 저술이라는 점 때문이다. 불교민속연구는 그동안 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황무지 같은 분야다.

홍윤식 교수의 <불교민속학의 세계>와 편무영 교수의 <한국불교 민속론> 외에 불교민속을 심도 있게 다룬 연구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최근 연등회와 수륙재가 잇따라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관심이 급증했지만, 아직까지 불교민속 전반을 다룬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몇 안 되는 불교민속 연구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데, 무엇보다 이 책은 학술서적이라는 한계를 넘어 딱딱한 서술보다 친절한 해설로 가독성 있다. 저자는 전국의 사찰을 일일이 방문해 현장을 조사하고 찍은 사진자료를 첨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불교민속은 불교와 민속을 동시에 알아야 해석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연구의 난해함을 토로하며 “민속일반 지식으로 불교민속에 접근하면 겉모습만 볼뿐 의미해석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교와 민속을 아우른 학자들이 꾸준히 배출돼야 함을 역설했다.

“불교민속연구는 이제 시작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저자는 다비 점안 복장의식 같은 불교의례, 지화 등공예 같은 불교예술, 선무도 사찰음식 같은 불교 생활, 탑돌이 삼회향놀이 같은 놀이풍속 등 묻혀 있는 민속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일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종단에서 무형문화재 발굴과 전승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교무형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복원하려면 관련 분야의 연구역량을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며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보다 많은 학자들이 불교무형문화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종단의 행정적 지원도 당부했다. “불교의례의 경우 공개도 안 되고 사찰촬영도 어려워 연구하기가 순탄치 않다”고 토로하고 “종단 차원의 협조가 없다면 불교무형유산을 전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연구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종단의 관심을 부탁했다.

[불교신문3062호/2014년11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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