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재 부근

안병준/ 문학시티

내일신문 편집국장,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저자는 베테랑 신문기자다. 국문학과나 인문학 쪽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40 여년을 ‘신문쟁이’로 산 그가 지난 2012년 <문학미디어>로 등단했다. <무악재 부근>은 그가 시인으로서 낸 첫 시집이다. 그의 시에는 생활이 담겨 있다. ‘옥돔에 맥주 한잔’ ‘프레스센터 구두닦이’ ‘어느 상가(喪家)’ ‘노인 냄새’는 일상에서 흔히 부딪히는 장면들이다.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느껴진다. 오래전 작고한 아버지, 구순을 코앞에 둔 어머니,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애틋함은 필부의 모습 그대로다. 특히 막 세상에 태어난 손자 손녀에 대한 애틋함은 독자로 하여금 빙그레 웃음짓게 만든다. 한편, 불교를 공부하던 시인은 5년 전 혜명(慧明)이란 법명도 받았다.


진주의 옛 건축

고영훈/ 알마

알마출판사는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삶의 현장이자, 뿌리인 ‘지역’이 품은 가치를 주목하고, 지역의 문화를 톺아보는 ‘한국문화’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진주문화를 찾아서’이다. <진주의 옛 건축>은 지역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48곳을 톺아보는 책이다.

불교 전래 후 1600 여년에 걸쳐 유지해온 청곡사, 의곡사, 응석사, 호국사, 연화사, 성전암 등 사찰이 소개돼 있다. 두 줄기 물길이 한 곳에 만나서 생긴 못 위에 학이 알을 품은 형상의 터에 창건된 청곡사, 진주성 전투에서 패한 뒤 모여든 승명들이 모여 왜적과 맞서 싸웠다는 의로운 골짜기의 절 ‘의곡사’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밖에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촉석루 등도 만날 수 있다.


고사성어 인문학

최정준 지움/ 비움과 소통

20여 년간 주역과 동양고전을 연구한 저자가 고전에서 만나는 고사성어를 풀이했다. 고전에는 수많은 일화나 도리가 기록돼 있는데, 그 중 유독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재구성된 것을 고사성어라 하고, 네 글자로 완성하면 사자성어라고 한다. 그러나 고사성어는 압축돼 있어 풀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뜻을 잘 새기면 한자를 배우면서 고전을 읽어 일석이조다. 책에는 고전에서 엄선한 103개의 사자성어가 수록돼 있다.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부터 <회남자>에 나오는 ‘화복상전(禍福相轉)’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한자도 배우고 고전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차 한 잔의 맛이라도 전해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오선민/ 작은길

프루스트의 대표작이자 그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다. 4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인데, 하염없이 긴 문장으로 독자들은 난독증을 호소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완독에 도전한다. 이 책의 저자가 그렇다.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뭔가에 끌리듯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펼쳐 들었다. 처음 읽을 땐 시간낭비란 생각이, 두 번째 읽을 땐 구절구절 이해 안가는 곳이 없었다.

근데 다 읽고 보니 하나의 예술 작품을 조각내 취향에 맞는 부분만 선택했음을 절감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프루스트가 쓰려했던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한 인간이 작가로 거듭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라는 것이다. 원작의 주인공 ‘마르셀’처럼 작가도 자신을 아름답게 조각하는 작가로 나선다.

[불교신문3060호/2014년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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