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이전의 중국선

형운 지음 / 정우서적

저자는 남북조시대 양나라 때 혜교스님(497-554)이 지은 <고승전>에 담긴 선 용어를 분석해 초조 달마 이전의 중국 선사상을 밝혀내고 있다. ‘선종’이라는 종파적 의미가 가미되지 않은 용어들을 찾아내 더욱 쉽게 선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동국대 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중국의 선종 성립 이전에 선(禪)이 어떻게 중국에 전파됐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과제를 연구하던 중 선종 출현 이전의 불전들 속에서 선과 관련된 언어들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그 추이를 살펴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승전>은 당시 선을 도입한 인도에서 온 천축승과 역경승, 중국 고승들의 수도와 교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선정과 깨침, 삼매와 관련된 선어들을 추출해 초기 중국불교에서 ‘선’이 어떻게 이해됐는지 알아본다.

혜교스님은 ‘습선편’의 논평에서 선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다.

“선이란 만물을 미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인연하지 않는 법이란 없고, 살피지 못하는 경계란 없다. 그러나 법에 인연하고 경계를 살리자면 오직 고요함으로써만 밝힐 수 있다. 그것은 마치 깊은 곳에 물결이 멎으면 물고기와 돌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마음의 물이 이미 맑아지면, 뚫어지게 비추어서 숨겨지는 것이란 없다.”

<고승전>에는 ‘사유수’를 지칭하는 선과 선사 등의 용어가 여러 번 등장하지만 관(觀)이나 지관 등 관법에 대한 용어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까지 선나 혹은 선사 등 사유적 용어가 사용됐지만, 관을 기반으로 한 행법들이 활발하게 소개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관법은 혜교스님 이후 활동한 천태대사 지의스님의 강술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고승전>을 편집할 당시 ‘총림’ 이외에 ‘선림’이나 ‘선원’의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선을 위한 당우나 편의시설은 물론 선을 하려는 수행자나 일반인들이 많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82년 도문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저자 형운스님은 삼선승가대학과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아뢰야식의 전의와 오상 연구’로 석사학위를, 선학과에서 ‘고승전의 선법연구, 선어 분석을 통하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선학과 강사와 조계종 교육아사리 등을 맡고 있다. 주유 논문으로는 ‘고승전의 선정 및 삼매에 대한 분석적 고찰’ 등이 있다. 

[불교신문3058호/2014년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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