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웅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장

중2때 시각장애 장벽 만나

대전맹학교로 전학

‘아나율불교학생회’ 창립

종실스님 지원으로

자부심 갖고 신행활동 매진

 

대전불교대학 졸업한 뒤

108배로 하루일과 시작

15년 간 자원봉사활동하며

산하시설만 10곳 이르는

시각장애인연합회 이끌어…

 

 

컴퓨터가 점자 찍어주고

단말기를 통해

원고 읽어주는 기능도 생겨

시각장애인들이

불교 접할 기회 많아져

 

편의시설 자원봉사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관심과 지원 늘어났으면” 

지난 4일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김연웅 관장은 불교계가 시각장애인, 더 나아가 장애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처님 10대 제자 가운데 아나율(阿那律) 존자는 시각장애인이다. 부처님의 법문을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 든 아나율 존자는 부처님의 경책에 ‘몸이 썩어 부서질지라도 다시 잠을 자지 않겠다’고 원을 세운 뒤 수마(睡魔)와 싸워가며 쉼 없이 정진했다. 부처님의 만류와 명의사 지바카의 진료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던 아나율은 결국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대신 아나율은 지혜의 눈(心眼, 天眼)을 떠서 ‘천안제일(天眼第一)’의 불제자로서 존경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아나율 존자는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불자들에게 멘토로서 큰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1급 시각장애인 불자인 김연웅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장도 아나율 존자의 후예로서 대전지역 시각장애인들의 복지 증진과 권익 옹호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연웅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장은 공주중학교 2학년 재학시절,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시력을 점점 잃었기 때문이다. 용하다는 전국의 병원은 다 찾아다녔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도 했지만 결국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김 관장이 앓은 질병은 망막이 안구 내측 벽에서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다.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원대한 꿈을 키워나가던 사춘기 중학교 2학년생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도 높은 장벽이었다. 중도 장애인이 된 김 관장은 3년간의 방황을 접고 1986년 대전맹학교로의 전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중2는 사춘기를 맞아 한창 예민할 나이잖아요. 지금도 당시의 상황이 생생이 기억나고 가끔씩 그때의 울분이 생각나기도 해요. 하지만 울분만 토하고 있을 수는 없어 맹학교로 전학 가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됐지요.”

맹학교 생활에 차츰 적응해 나가던 김 관장은 불교와 인연을 더욱 견고히 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갔다. 학생회 주축 멤버들이 친불교인사들로 구성되면서 개신교 모임에 이어 불교학생회 모임도 결성해 보는 게 어떠냐고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이다. 10여 명의 불자 선후배들은 1986년 12월16일 아나율 불교학생회를 창립했다. 공립학교라 법당을 둘 수 없어, 교실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매주 학생과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모여 정기법회를 이어가며 부처님 법을 배워 나갔다. 특히 아나율 회원들은 맹학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당당하게 배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신행활동에 매진했다.

서울과 부산, 대전맹학교를 제외한 대다수 맹학교가 타종교가 운영하는 종립학교였던 만큼 맹학교에서 불교를 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 연화사 주지 종실스님은 창립 때부터 아나율 지도법사 소임을 맡아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법회를 꾸준하게 지원했다. 또한 아나율 창립 초기에는 제대로 된 불교점자책이 없어 어려움이 컸지만 1987년 부산지역 신행회가 불교점자책을 제작해 지원해줌으로써 그 점자책을 갖고 불교공부에 매진했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맹학교 학생 수가 줄어들고 그 여파로 불교학생회도 신입 회원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어요. 하지만 아나율 동문들은 지금도 매년 성지순례를 함께 다니며 신심을 증장하고 선후배간의 화합을 도모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답니다. 매번 성지순례마다 졸업동문과 가족, 자원봉사자 등 40여 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인도와 네팔로 해외성지순례를 다녀올 예정인 만큼 다들 기대감에 넘쳐 있어요.”

김연웅 관장은 지역사회복지사업에 매진하는 종실스님의 영향으로 사회복지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종실스님으로부터 음성꽃동네를 다녀온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 관장은 고3때 후배들과 함께 음성꽃동네로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맹학교 졸업 후 안마원에서 일하다가 직접 운영까지 하던 김 관장은 종실스님이 당시 관장 소임을 맡던 대전 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압과 침을 놓는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15년 동안 자원봉사한 공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할 만큼 자원봉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전문 지식이 필요했던 김 관장은 대전대 경영행정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대전시시각장애인연합회장에 당선되면서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장 소임도 맡아 사회복지사의 길도 걷게 됐다.

사단법인 대전시각장애인연합회는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은 물론 대전시장애인심부름센터, 대전시장애인콜택시, 산성복지관주간보호센터, 대전시안마사경로당파견사업, 시각장애인직업재활센터, 대전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대전장애인정보화교육센터, 빛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전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등 10곳의 산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산하시설인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은 전국 18곳에 불과한 시각장애인전문복지시설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지만 비장애인도 회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복지관이다. 하루 평균 400~500여 명의 복지관 이용자 가운데 비장애인이 절반 정도에 이를 만큼 일반지역주민들의 복지관 활용도가 높다. 비장애인도 복지관의 헬스장과 수영장 등의 시설은 물론 비즈공예와 오카리나연주 등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시각장애인들의 원활한 복지관 이용을 위해 활동도우미를 통한 이동서비스 제공과 점자 및 보행교육 등 시각장애인 전문복지시설로서의 특화된 다양한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관내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김 관장의 최근 화두는 시각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사업이다. “사회복지사나 특수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안마사예요. 하지만 이마저도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사회가 발전되고 세분화되면서 틈새시장이 있는 만큼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업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관장은 1년 과정의 대전불교대학을 졸업한 뒤 매일 108배로 하루일과를 시작할 만큼 불심이 깊다. 매일 아침 6시 불교TV를 켜놓고 108배를 함께 올림으로써 불심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키면서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있다. “대전시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10개 시설에서 400명이 넘는 정직원이 근무할 뿐만 아니라 연합회 회원도 1000명이 넘다보니 스트레스가 적지 않지만 매일 108배로 하루일과를 시작해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과 안녕도 지켜나갈 수 있지요.”

김 관장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과 단말기 등이 보급되면서 불교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지만 불교계가 시각장애인, 더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 확대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점자를 찍어줄 뿐만 아니라 단말기를 통해 원고를 읽어주는 기능도 생겨 예전보다 시각장애인들이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획기적으로 좋아졌지요. 또한 불교TV도 시각장애인들의 신행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요. 하지만 사찰의 시각장애인용 편의시설 설치와 운영은 물론 불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하는 등 대자대비심을 실천하는 방법이 적지 않은 만큼 적극적으로 실현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관장은 안마와 침 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자원봉사를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는 12월 실시되는 대전시시각장애인연합회장 선거에 도전해 3년간 소임을 더 맡은 뒤에는 편한 마음을 갖고 자비심을 펼쳐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 더 8000여 명의 대전지역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 뒤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안마와 침 치료센터를 설립해 무료로 안마와 침 치료를 제공하며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불자로 살고 싶어요.”

김연웅 관장은…

 

김연웅(법명 신행) 관장은 공주중학교 2학년 재학시절, 망막박리로 시각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이다. 1968년 8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뒤 대전맹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거쳐 대전대 경영행정사회복지대학원에서 경영학과와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를 잇따라 취득했다. 대한안마사협회 대전지부장을 역임했으며 대전시시각장애인연합회장과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장을 맡고 있다. 대전 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15년 넘게 지압과 침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고 대전시장상도 2차례 차지했다. 특히 대전맹학교 재학시절, 아나율불교학생회 창립멤버로 활약한 김 관장은 대전불교대학을 졸업하고 108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만큼 불심도 깊다.

[불교신문3057호/2014년1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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