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7기념관 관련 인터넷 매체 보도…불교계 안팎에서 비판 여론 확산

‘조계종, 국민세금으로 종로에 금싸라기 땅 산다’는 인터넷 매체 조선비즈의 보도와 관련해 불교계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 매체는 10월29일 “국가예산으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 수 백 억 원대 땅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정부가 국고를 지원해 민간에 토지를 매입해 준 전례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불교계 뿐 아니라 각계에서 10ㆍ27법난 문제의 본질까지 왜곡하고 있다며 즉각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4교구본사 월정자 부주지이자 10ㆍ27법난 피해자인 원행스님은 해당 매체에 공식사과와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문건을 오늘(10월30일) 중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스님은 법난 당시 월정사 국장 소임을 맡던 중 신군부에게 연행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원행스님은 요청문을 통해 “이 기사는 34년 전 벌어진 10ㆍ27법난 사건과 불교계를 모욕하는 보도”라며 “이 기사를 보도한 기자와 해당 매체는 2000만 불교도와 대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며, 참회가 없을 경우 불매운동과 함께 그에 상당한 전불교도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10ㆍ27불교법난 사건이 발생하고 18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국가가 공식사과하고 28년이 지나서야 피해자를 위한 명예회복 법률이 제정됐다”며 “이는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과 오류의 국정을 국민통합으로 묶어내려는 활동을 이간질하는 책동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10ㆍ27법난 피해자들은 34년 전 국가 공권력에 의한 교단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념관 건립계획이 마치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처럼 보도한 부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스님도 “조선시대 억불숭유 정책보다 더 잔인했던 사건이 바로 10ㆍ27법난”이라며 “불교계와 피해 스님들에 대한 보상은 물론이고 기념관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남기는 일 또한 매우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론직필을 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잘못된 시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미 조선일보는 극우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번 보도 또한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지적했다.

10ㆍ27법난 당시 조계종 전국신도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건호 조계종 방생회 회장은 “50년 이상을 수행한 중진스님들이 끌려가고 이로 인해 불교가 쑥대밭이 되는 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봤다”며 “미래세대에 법난의 부당함을 알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기념관 건립사업은 반드시 완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 단체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장은 “분명한 피해사실이 확인된 만큼 기념관 건립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 그 이상을 보상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계에서도 해당 언론이 “특정종교에 대한 혜택”이라고 보도한데 대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정각회장)은 “10ㆍ27기념관 건립불사는 특정종교를 위한 사업이 아니고, 국가공권력에 의해 짓밟힌 인권과 역사적 사실을 바로 세우려는 것”이라며 “기념관은 10ㆍ27법난의 명예회복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을 근거로 진행하는 ‘역사 정상화 사업’임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ㆍ27법난은 1980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3만2000여명의 군경 합동병력을 동원해 전국 5700여 개 사찰을 일제히 수색하고, 2000여명의 스님과 신도들을 강제 연행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벌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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