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의 길 직지심경 상중하

백운스님 초록/ 덕산스님 역해 / 비움과 소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잘 알려진 <직지심경>은 고려 백운경한(1299~ 1374)스님의 저술이다. 원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여러 문헌에 수록된 선(禪)의 깨달음에 관한 구절을 모아 놓은 책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공안집으로 고려 선종사에서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는 <직지심경>을 알기 쉽게 우리말로 풀이한 해설서가 나왔다. 청주 혜은사 주지 덕산스님<사진>이 <돈오의 길 직지심경> 전3권을 펴냈다.

스님은 지난 2006년, 2009년과 2010년에 지역 시민과 불자들을 대상으로 <직지> 강의를 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우왕 4년(1378년) 간행된 여주 취암사(鷲巖寺) 목판본을 저본으로 했다.

청주 혜은사 주지 덕산스님

백운스님은 전라도 정읍 고부 사람으로 동진출가해 40여년간 운수납자로 지냈다. 스님은 입적하기 2년 전인 1372년(공민왕 21)에 <직지심경>을 썼다. 이후 1377년 청주목 흥덕사(興德寺)에서 인쇄됐는데, 이 책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하다. 상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직지심경>은 세계인쇄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을 오롯이 담고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직지’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뜻하는 것으로, 스님은 이 책에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는 손짓, 즉 마음을 바로 보고 본래 마음자리를 깨닫는 것을 보여줬다. 이 책이 선불교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유는 과거7불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됐기 때문이다.

청주 혜은사 주지 덕산스님

3년간 대중강연 ‘직지심경’

과거7불부터 중국 조사까지

‘정각의 역사’ 우리말로 풀어

염불선 주창해온 수행자로서

간화선 외 수행법 통해서도

깨달음 얻을 수 있다 ‘강조’

‘직지심체’는 사람의 본래심성이 곧 부처님 마음(佛心)임을 깨달아 완전한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는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덕산스님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비광명, 고귀한 삶의 깨달음이 켜켜이 담겨 있는 민족의 고전인 <직지심경>을 역사교과서나 박물관에서만 마주할 게 아니라 오늘날 되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말로 풀어냈다”고 한다.

덕산스님은 <돈오의 길, 직지심경>에서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이 말하는 깨달음의 이야기를 현대의 언어로 풀어냈다.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돼 있다. 상권 ‘과거7불과 인도 조사’편에서는 과거 7명의 부처님과 석가모니부처님의 법을 이은 가섭, 아난존자와 달마대사까지 인도 조사의 게송과 선문답 일화 외에도 삽화를 함께 수록해 이해를 도왔다.

중권 ‘마음의 해탈을 얻은 중국 조사들’편으로 <직지심경> 원문에 등장하는 중국 조사 110명의 법거량과 선문답, 일화 등이 해설돼 있다. 하권은 ‘영원한 행복을 노래한 선사들’편으로, <직지심경> 하권에 등장하는 중국 조사 90여 명의 게송과 선문답 모음이 담겨 있다.

백운화상의 직지심체요절을 역해한 덕산스님은 “본래면목, 일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진여자성에 마음을 두고 수행할 경우 참선이나 염불, 사경과 같은 다양한 수행법이 모두 불조의 안심법문을 체득할 수 있는 방편”임을 강조했다. 사진은 염불하는 스님들 모습.불교신문 자료사진

하권에는 그간 금기시 돼 왔던 선문답에 대한 해설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 스님은 깨달음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간화선 수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 수행자나 바빠서 수행할 시간도 없다는 재가자들에게 깨달음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게 아니라 밥 먹고 차 마시는 가운데 늘 함께 하는 것”임을 전했다.

오랫동안 염불수행을 해 온 스님이 간화선 외에 근기에 따라 수행하는 여타 불자들의 수행을 격려하는 구절도 찾아볼 수 있다. “본래면목, 일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진여자성에 마음을 두고 수행할 경우 참선이나 염불, 절하기, 사경과 같은 다양한 수행법이 모두 불조의 안심법문을 체득할 수 있는 방편”임을 강조하며 간화선 외에 수행을 통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밝혔다.

덕산스님은 1982년 조계종 원로의원 월탄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92년 염불선을 제창했던 청화스님을 만난 뒤에는 3000일 정진을 입재하고, 원만 회향했다. 현재 스님은 청주 혜은사에서 출재가 수행자들에게 염불선을 지도하고 있으며, 염불 및 참선수행자를 위한 무문관 건립도 계획 중이다.

저서로는 <달마는 서쪽에서 오지 않았다> <염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자유인의 길 직지심경> <영원한 행복의 길 직지심경> 등이 있다.

[불교신문3052호/2014년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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