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하루 빨리 우리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계절은 두 번이나 변하는 동안 무심한 바람도 제법 쌀쌀해졌다. 진도 팽목항과 진도군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봉사자들도 하나 둘 진도를 떠났다.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를 비롯해 가톨릭과 원불교 등 일부 종교계만이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7월18일 294번째 희생자가 수습된 이후 실종자 숫자 10명은 아직까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족들의 기약없는 기다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실종자 귀환을 기원하는 ‘기다림 버스’를 타고 진도를 찾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진도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매서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리본들만이 세월호의 아픔을 대신하고 있었다. 참사 초기 발 디딜 틈 없었던 진도군실내체육관은 시신을 수습한 가족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이제는 7가족 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 2가족은 진도 팽목항에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 버스를 타고 진도를 찾은 이들은 50여 명. 조계종 종무원조합 조합원 10여 명을 비롯해 서울과 인천, 충북에서 달려 온 50여 명이 체육관을 찾았다.

이들의 방문으로 휑했던 체육관에 모처럼 온기가 돌았다. “어서오세요. 고맙습니다.” 제 한 몸 추스를 힘조차 없는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들을 위해 먼 길을 달려 온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았다.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렸던 이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도, 가족을 잃은 슬픔도, 국가에 대한 분노도 모두 다 토해 낸 그들이 기댈 곳은 점점 줄어들었다. 매주 기다림 버스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는 그 자체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갈수록 진도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다림 버스를 타고 오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많은 국민들께서 힘을 주시니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단원고 2학년 고 김동영 군의 아버지 김재만 씨의 말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진도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진도로 내려왔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다.

김재만 씨는 “세월호 참사 수습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말로만 해결해준다고 해놓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하루 빨리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인 단원고 2학년10반 학생의 어머니는 “여러분들이 마음을 보태 주셔서 큰 힘이 된다. 마음으로 애도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는 마음과 함께 몸으로, 행동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체육관을 찾은 기다림 버스 참가자들은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풍등을 만들고 편지지를 채워나갔다. 편지를 쓰는 동안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 눈에 띄었다.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참가자들을 팽목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팽목항을 찾은 참가자들은 꽃다운 이들을 집어 삼킨 바다를 향해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준비한 풍등도 밤하늘로 날려 보냈다.

“조은화 님, 허다윤 님, 남현철 님. 박영인 님, 황지현 님, 양승진 님, 고창석 님, 권재근 님, 권혁규 님, 이영숙 님. 어서 돌아오소서.” 참가자들은 바다를 향해 실종자들의 이름을 외치며 귀환을 기원했다. 이어 종무원조합 참가자들은 팽목항 법당을 찾아 세월호 기도문을 올렸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발원이었다.

성만제 결사추진본부 행정관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종무원조합 차원에서 기다림 버스를 타고 진도를 찾게 됐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함께 하겠다. 이번 기다림 버스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차게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간절함 바람에도 불구하고 수색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겨울이 다가오면서 ‘수색이 중단되지 않을까’, ‘행여 가족들이 못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어 차츰 변해가는 진도 군민들의 민심과 이제 수색을 그만하라는 일부 국민들의 여론도 실종자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이나마 수습한 유가족들이 부럽다”고 털어놓았다. 동생 권재근 씨와 조카 권혁규 군을 기다리는 권오복 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16일 이후 한번도 진도를 떠나지 않았다. 권오복 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 빨리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며 “기약없이 체육관에 있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다. 실종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국민들도 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한웅 기다림 버스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나면서 기다림 버스로 진도를 찾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며 “실종자 가족이 남아있는 한 끝까지 기다림 버스를 운행하며 가족들에게 힘이 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진도의 밤은 깊어갔지만 끝날 줄 모르는 기다림은 이날도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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