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원 성파스님 옻칠민화전

원로의원 성파스님

영축총림 통도사의 산내암자 서운암은 불교문화예술의 보고다. 팔만대장경을 도자기에 새긴 16만 도자 대장경이 있고, 5500여개 장독에서는 된장이 익어간다. 옻칠과 천연염색, 금니사경에 쓰이는 감지도 만든다.

봄이면 6만평 부지에 피는 야생화가 들꽃축제를 열고, 5월에는 하늘꽃천연염색축제가 펼쳐지는 곳이다. 불교문화예술이 꽃피는 서운암의 중심에는 원로의원 성파스님이 있다. 성파스님은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민화’가 그것이다.

혼란스런 조선 말기에

단청 벽화 그리던 화공들

먹고 살기위해 민가로…

원로의원 성파스님은 불교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1980년대 통도사 주지 당시 <법화경>을 금니 사경한 ‘금니법화경’을 재현하겠다는 원력을 세웠지만 사경에 사용되는 감지(紺紙)를 구하기 어렵자, 일본까지 답사를 다닌 끝에 감지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성파스님은 잊히거나 사라지고 있는 문화예술, 특히 불교문화를 복원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옻칠, 천연염색 등도 스님의 손에서 다시 탄생할 수 있었다.

올해 76세의 연세임에도 스님은 영원한 현역이다. 이번에 스님이 도전장을 낸 분야는 ‘민화’다.

“민화는 불교미술에서 비롯됐다.”

원로의원 성파스님은 민화가 불교미술에서 유래했다고 확신하며 사회적으로 공인될 때까지 작품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사진은 성파스님의 민화 작품 가운데 ‘호랑이’.

민화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180여년 전이라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이때는 조선의 르네상스라 일컬어지는 정조 시대가 막을 내리고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 시기였다. 정세는 당쟁이 격화되면서 사화(士禍)가 잇따라 발생하고 탐관오리들의 백성에 대한 수탈이 극에 달했다.

이에 따라 궁궐이나 사찰 조성 등 대규모 토목사업도 침체일로에 빠졌다. 당연하게도 단청이나 불화를 그려 먹고 살던 사람들의 일도 없어졌다. 민화는 그런 역사적 정치사회적 이유로 발생했다는 것이 성파스님의 진단이다.

화공들은 먹고 살기 위해 민간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요청하는 그림들을 그려냈다. 미술사조는 창안자가 있고 제자들이 이를 발전시켜 확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민화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특징이 있어 기존 미술사조와 궤를 달리 한다.

민화의 색채 소재 모두

사찰 불사서 사용된 것

까치호랑이가 대표적

“세상이 공인할 때까지

작품 활동 계속 하겠다”

또 민화가 가진 색채와 소재가 모두 단청이나 벽화에서 썼던 것이라는 점도 민화의 뿌리가 불교미술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민화 소재로 많이 쓰이는 까치호랑이는 사찰 벽화에 많다. 민화의 호랑이가 무섭지 않고 해학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 것도 사찰의 산신각에 그려진 호랑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성파스님이 민화 전시회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파스님은 “이번 전시를 계기 삼아 민화와 사찰 불화를 대조해 연원과 출처를 제시할 것”이라며 “학계와 언론에서 민화가 불교미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공인받을 때까지 작품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이 선보이는 옻칠민화는 모두 200여 점에 이른다. 가장 큰 규모는 10폭 병풍으로 가로 8m, 세로 2m30cm에 이른다.

스님이 민화 가운데 옻칠민화를 내놓은 이유도 뚜렷하다. “일반 민화를 그리면 더 잘하는 사람들이 있어 따라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잘 하는 옻칠을 민화에 도입해 독창성을 살리는 속에서 민화가 불교미술에서 유래됐다는 것을 확정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옻칠을 한 민화는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중후함과 미적 감각이 탁월하며 일반물감이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옻칠을 선택한 주요 이유가 됐다.

성파스님은 “창작 예술의 새 장을 여는 새로운 조형언어로서 전통적 소재와 천연재료인 옻으로 제작한 친환경적인 작품을 도출해 21세기 한국 전통예술과 시대가 요구하는 창작세계의 저변 확대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성파스님의 옻칠민화전은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성파스님의 민화 작품 ‘혼성도’.

[불교신문3046호/2014년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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