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교를 말한다’ 제59차 포교종책연찬회

지난 9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9차 포교종책연찬회. 문화포교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사찰 ‘올레길’ 만들자

천도재 간소화해야

출판 전문 스님 키우자

불교문화진흥법 현실화

 

“주말인데 불국사나 놀러 갈까?”라고는 해도 “날씨도 좋은데 순복음교회 한번 가볼래?”라고 하진 않는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사찰은 특정종교 시설을 넘어, 탈(脫)종교적 문화공간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불교문화재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부상한 템플스테이도 ‘불교는 곧 문화’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그러나 문화의 개념 자체가 너무 광범위해 문화포교라고 하면 딱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은 ‘감성과 감동의 시대, 문화포교를 말한다’를 주제로 지난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59차 포교종책연찬회를 개최했다. 낯설고 막연한 문화포교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고 내용을 채우자는 취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종교가 되려면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연찬회의 요지였다.

사찰의 문화포교를 주제로 발표한 자현스님(월정사 교무국장)은 대중과의 친숙성 강화를 화두로 내세웠다. “사찰 전체를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면서 ‘명확한 동선처리’와 ‘친절한 설명’을 제안했다. 대다수의 유서 깊은 사찰은 산속에 위치해 있다. 영역이 넓고 건물 또한 많지만, 어디로 움직이면서 어떻게 구경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동선에 관한 안내가 전무한 편이다. 자현스님은 “대학들이 캠퍼스 맵을 활용하듯이 사찰에서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전각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전체적인 조감도를 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찰 내 문화재에 대한 딱딱하고 형식적인 안내문도 문제 삼았다. “지금까지의 사찰 안내판은 해당 문화재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과 해당 문화재만을 설명하는 분절적인 방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불교문화재임에도 문화재만 있고 불교는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쉽게 이미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는 불교의 정확한 전달과 친연성(親緣性)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걷기문화와 관련된 순례길을 구성하자”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교구본사급 사찰의 경우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산내암자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규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산사의 길은 자연경관을 넘어 종교 및 인문학적 요소가 가미됐다는 점이 매력이다.

문화포교의 지향점을 주제로 한 고명석 포교연구실 선임연구원의 발제문에선 천도재 문화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솔깃했다.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죽음 관련 의제로 부상한 49재에는 불자들뿐 아니라 비불자들도 많이 참석한다.

고명석 연구원은 “천도재의식이 너무 길고 복잡한 데다 한문으로 진행되어 재에 참석한 사람들이 너무 지루해하고 종교적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며 한글화와 간소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용절감도 요구된다. “49재 미사를 지낼 때 최소 2만원이고 아무리 많아도 100만원을 넘지 않는” 가톨릭을 예로 들며 합리적 가격 설정을 주문했다.

책은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다. 특히 혜민스님을 위시한 베스트셀러 스님들이 일반 대중의 각광을 받는 상황이다. 토론자로 나선 동국대 강사 정운스님은 ‘출판 전문 스님의 양성’을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굳이 불교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이고 힐링을 선사하는 책을 꾸준히 발간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중국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한 현대판 속강승(俗講僧)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2011년 11월 제정된 불교문화진흥법의 구체적인 집행을 요청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재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종단 내외의 다양한 불교문화 관련 콘텐츠를 축적시키는 작업을 통해 종합정보 아카이브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구미래 동방대학원대 연구교수는 “불교에는 유무형의 문화재가 수없이 많지만 이를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종교적 엄숙주의를 벗어나 대중에게 마음을 활짝 열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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