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주어사지 원형복원 현장’ 차지한 천주교

지역 천주교계가 여주 산북면의 주어사지 원형복원을 위해 설치한 연등에 대한 철거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불교계는 “이 땅에 천주교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불교가 도왔다는 사실을 천주교계도 올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주 주어사지는 조선 후기 정부의 박해를 피해 천주 학자들을 보호해준 역사적 현장이다. 지난 14일 이곳에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지역의 한 성당에서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60여명의 신도들이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 14일 여주 주어사지에서 지역의 한 성당이 주관한 순교자 관련 행사가 있었다. 이날 천주교 관계자는 “특정종교 상징물은 거둬가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같은 시각 조계종 제2교구신도회 관계자들도 주어사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연등이 무사히 달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2교구신도회 측은 지난 10일경 지역의 한 관계자로부터 연등과 불교 관련 상징물을 거둬갔으면 한다는 지역 천주교계의 요구 사항을 전해 듣게 된다. 중요한 종교의식을 앞두고 있으니 설치물들을 제거하라는 내용이었다.

2교구신도회 관계자들이 천주교 행사날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당초 정기 순례기도가 다음 주로 예정돼 있었지만, 연등 훼손에 대한 우려와 상황 파악을 위해 급히 현장을 찾은 것이다. 다행히 입재식 때 설치한 연등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시절

스님들 서학자 보호했는데

‘천주교 발상지’라 운운하며

불교 상징물 거둬가라니?

하지만 신도회 관계자들은 기도 현장을 지켜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어사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라는 것만 강조할 뿐 불교의 보호로 천주교가 싹틀 수 있었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의식을 주관한 천주교 수원교구 산북성당 최덕기 주교도 “이웃종교 입장에서는 특정종교를 상징하는 시설물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거둬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최 주교의 이같은 발언에 민학기 제2교구신도회장은 “스님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서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장소까지 제공했다. 원래 사찰이 있었던 자리에 연등을 다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며 “상징물을 제거하라는 말은 복원을 중단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법수 전 대한불교청년회장은 “이번 사안을 공론화 해 천주교 전래 과정에서 한국 불교의 큰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며 “성역화 사업으로 불교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주어사 암자였던 천진암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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