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스님과 입적한 학봉스님의 인연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도반 스님의 진료비로 1억원을 쾌척하는 등 40년 넘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스님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 1일 입적한 학봉스님(조계종 전 재심호계위원)을 묵묵히 지원해 준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63년 해인사에서 행자생활을 함께 하며 첫 인연을 맺은 일면스님과 학봉스님은 평생을 함께 한 50년지기 도반이다. 학봉스님은 1968년 해인사승가대학을 2등으로 졸업할 만큼 뛰어났지만 대중과 화합하지 못한 채 늘 혼자 정진했다.

1967년 해인사에서 자운스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은 일면스님(사진 오른쪽)과 학봉스님(사진 왼쪽).

하지만 일면스님은 평생동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조차 듣지 못했지만 도반인 학봉스님을 40년 넘게 물심양면으로 챙겼다. 다른 도반 스님들도 학봉스님을 각별하게 챙기는 이유를 묻곤 했지만 일면스님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행자 도반으로서 평생동안 스님으로 살고 있는 게 고마워서”라는 게 일면스님의 설명이다.

일면스님은 1973년 불암사 총무 소임을 맡자마자 수행처가 마땅치 않았던 학봉스님에게 방사를 내주고 생활비를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도반을 챙기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광동학원 소유의 포천 백운계곡 내 폐사지에 보문사를 창건할 수 있도록 인가해주고 불사비도 지원해줬다.

개인적으로 1000만원을, 화주를 통해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보문사 불사비로 마련해줬을 뿐만 아니라 공간이 협소해 해체한 불암사 동축당 목재를 보문사 대웅전 불사에 사용하도록 건넸다.

행자시절 함께한 도반

생활비 지원부터

보문사 불사 앞장서

진료비도 1억원 쾌척

보문사 불사 이후에도 신도가 거의 없어 운영이 어렵게 되자 일면스님은 기름값을 보태는 등 여건이 되는 대로 보시를 이어갔다. 해마다 학봉스님의 생일이면 지인들까지 초청해 함께 공양을 나누며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등 수십년 동안 학봉스님의 생일을 거르지 않고 챙겨줬다.

이와함께 지난해 학봉스님이 위암 판정을 받자 일면스님은 2개월 시한부판정을 받은 뒤 되살아난 당신의 간경화 극복이야기를 전하며 용기를 북돋워줬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1억원의 진료비를 전달하며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일면스님의 도반 챙기기는 학봉스님의 입적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일면스님은 학봉스님이 입적하자 영결식에서 유골함을 직접 들어 법구를 이운했으며 학봉스님의 문도들과 논의해 49재 중 2재를 불암사에서 엄수했다. 또한 49재에 맞춰 보문사에 부도도 제막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면스님은 “50년 넘게 인연을 맺어 온 행자 도반으로서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기에 여건이 되는 대로 지원하며 함께 했을 뿐”이라며 “환속과 입적 등으로 도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학봉스님마저 먼저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도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밝혔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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