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로 깨치는 불교

종단의 승가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가섭스님이 재가불자들을 위한 불교입문서를 펴냈다. 지난 2012년 중반부터 1년간 본지에 연재한 ‘가섭스님의 불교이야기’를 정리해 엮은 것으로, 자주 쓰는 불교용어 49개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스님은 불자라면 한번쯤 들었을법한 불교용어를 골라 경전 속에 담긴 뜻을 풀이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지를 설명했다. 책을 읽다보면, 일상에서 사용했던 불교용어의 원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가섭스님은 “인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불교는 교리적, 사상적 체계를 갖췄지만 번역에 번역을 거듭하면서 불교용어는 점점 난해해졌다”며 이번 책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부처님은 정각을 얻은 뒤 45년간 진리를 설했다. 듣는 이들의 근기에 맞게 말씀해주신 부처님 덕에 당시 사람들은 듣는 자리에서 그 뜻을 이해했다. 총명하지 못했던 주리반특가도 아라한과를 얻을 정도로 부처님 가르침은 쉽고 명확했다. 그러나 2600여년이 지난 지금 불교는 어렵고 무거운 종교가 됐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불교는 결코 쉽지 않다. 경전이나 의례의식문, 불교용어 등 어느 하나 생소하지 않은 게 없다. 절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뜻을 알지 못하는 말들은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조차 다가가기 힘든 게 불교용어다.

인도와 중국을 거치면서 거듭된 번역으로 뜻 전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초심자들에게는 한번만 읽어도 부처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가 절실하다.

스님은 “인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불교는 교리적, 사상적 체계를 갖췄지만 번역에 번역을 거듭하면서 불교용어는 점점 난해해졌다”며 “우리 곁에 계시는 부처님의 존재가 언제부터인가 아득해지고, 쉬웠던 가르침은 심오한 세계의 말씀이 돼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우려했다.

조계종승가교육 담당자의

‘정말 친근한 불교입문서’

두 글자 불교용어 49개

경전에 근거해 뜻 풀고

현대적 관점에서 해설

이는 신해행증(信解行證)을 수행기반으로 하는 불교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 불법(佛法)을 믿고, 잘 이해하고 수행해 과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전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을 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이 아닐 수 없다.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진한다면 깨달음은 요원하다. 스님은 “출재가를 막론하고 신행의 시작은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교 현장에서, 승가교육 현장에서, 지역사회와 나눔을 실천하는 복지관에서 어김없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불법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스님은 “불자 외에도 불교를 믿지 않는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부처님을 가르침을 전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오늘날 부처님 가르침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제안도 함께 있어 ‘눈길’

이 책은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법을 전할 때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선택해 가르침을 설했던 것처럼, 스님도 오늘의 언어로 부처님 가르침을 풀어냈다.

책에는 사찰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두 글자로 된 엄선된 불교용어 49개가 수록돼 있다. 번뇌, 방생, 염주, 자비, 공양, 보살 등 친숙한 용어부터 대승, 가피, 법신, 오안, 도인, 장로, 회향 등 교리와 수행, 신행 관련 용어들이 대다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입문서 답게 쉽게 써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용어에 대한 사전적 해설과 더불어 적절하게 경전을 인용해 불교가 어떤 종교이고 사상적 토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했다. ‘공덕’을 말할 때 <대승의장> 9권을 인용해 “공의 공능을 말하니, 선을 쌓는 등의 복되고 이로운 공적과 재능을 공이라고 한다. 이 공을 통해 이루어진 선행에 따른 덕이 공덕”이라고 설명했다.

‘염주’에 대해서는 <목환자경>을 인용해 유래를 전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늘 사용하던 불교용어에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굳이 외울 필요 없이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면 유용하다.

가섭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풀이도 돋보인다. ‘출가’에 대해서는 종단이 20대 젊은 청춘들에게 출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청년출가학교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출가자 상을 전한다. 사찰에서 인사법인 ‘합장’을 설명할 때는 행자시절 기억을 함께 소개했다.

“합장할 때 잠시라도 새끼손가락이 벌어지면 망상을 피운다고 꾸중을 듣던 시절이었다. 바른 자세가 익숙해질 때까지 합장을 곧추세우며 몸과 마음을 단속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합장으로 수행자의 길을 열었던 것 같다”며 흐트러질 때마다 행자시절을 떠올리며 합장한 손을 바로 세운다는 얘기다.

출가자로서 첫 관문인 ‘행자’를 말할 때는 종단의 출가현황과 출가종책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해 출가자 확대를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담은 해설은 부처님 가르침이 결코 이상이 아닌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불교의 가치를 담고 있는 ‘자비’를 설할 때 스님은 “사회적 약자들은 인간적 소외로 인해 눈물짓고 있다.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고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부처님의 자비심을 전해야 한다”며 “이들과 함께 손잡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이 시대의 수행이자 최상승 법”이라고 설명했다.

‘신도’를 설명할 땐 종교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스님은 “불교에서 자주 쓰는 용어를 쉽게 풀이하면 부처님 가르침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며 “2500여 년 전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어로 전하는 것은 부처님을 우리 곁에 머물게 하는 장엄한 불사나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스님은 “절에서 날마다 주고받는 불교용어에 대한 풀이가 현대인들의 불교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주길 기대한다”며 “책을 통해 불자들이 부처님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지혜와 자비로 가득한 풍요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가섭스님은 1994년 태현스님을 은사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교육원 교육국장과 성남 한솔종합사회복지관장,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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