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서울 봉은사 25일 특별전 개막

추사 김정희가 자신의 마지막 생애 3일전에 쓴 봉은사 판전 현판 글씨.
서울 봉은사 판전(板殿)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죽기 사흘 전에 쓴 ‘판전’이란 편액이 걸린 곳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순간에 추사가 심혈을 기울여 쓴 판전 글씨는 추사체의 완성이라 할 만큼 중요한 유물이다. 숭유억불 시대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서예가이자 유학자로 칭송받은 김정희는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 글씨를 남기게 됐을까.

추사 김정희와 봉은사와의 숨은 인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불교중앙박물관(관장 화범스님)과 봉은사(주지 원학스님)는 19세기 불교와 유교의 소통을 조명하기 위해 ‘봉은사와 추사 김정희’ 특별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오는 25일 오후3시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12월까지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조선말 봉은사와 추사의 만남을 통해 불교와 유교와의 교류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사찰에 소장된 김정희 관련 유물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 대표적인 문화재가 바로 봉은사 판전 현판이다. 사실 김정희 집안은 대대로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화암사를 원찰로 둘 정도로 불교와 관련이 깊었으며, 그의 부친인 김노경은 당대 최고 선지식이었던 대흥사 해붕스님과 교유했다.

집안 영향으로 김정희는 이른 시기부터 스님들과 소통했으며, 만년에 함경도 북청으로 유배를 다녀온 이후 경기도 과천에 은거하며 자연스럽게 인근의 봉은사 스님들과도 교분을 쌓았다. 당시 봉은사는 주지 호봉응규 스님 주도로 화엄경을 판각하는 판전 불사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여기에 추사도 참여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판전 현판 글씨다. 무심에 경지에 오른 추사를 보는 듯 하면서, 불교와 유교의 원융한 만남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영천 은해사의 편액 불광. 추사와 은해사의 혼허 지조스님과의 교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김정희와 관련된 불교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김정희가 33세에 쓴 ‘해인사 대적광전 중건 상량문’을 비롯한 보물 3건과 지방문화재 124점이 전시된다.

은해사의 편액 ‘불광’과 ‘대웅전’ 등은 서울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며, 대흥사 성보박물관 소장 일로향실 현판, 화악대사영찬현판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유물을 통해 김정희가 유학과 불교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희는 잘 알려진 대로 초의스님과 40여년 동안 교유했을 뿐 아니라 은해사 혼허 지조스님 등과도 교류하며 사상적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갔다.

도심 속 천년 고찰로 조선시대 불교사의 중심에 있었던 봉은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물도 대거 공개된다. 봉은사 청동 은입사 향완(보물 제321호), 봉은사 대웅전 홍부 25년명 동종(서울유형문화재 제76호), 봉은사 대웅전 삼장보살도(서울유형문화재 제235호) 등이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이다. 또 봉은사의 근현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도 준비돼 있다.

이분희 불교중앙박물관 학예팀장은 “기존에 추사 관련 전시는 연대별 구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전시는 추사와 스님들과의 교류 관계를 밝히고, 불교와 유교가 어떻게 소통했는가에 초첨을 맞췄다”며 “조선시대는 억불숭유의 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관념을 뛰어넘는 조선후기 유학자와 스님 간의 교류가 얼마나 빈번했는가를 이번 전시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고 강조했다.

옛 봉은사 모습.

지금의 봉은사.

봉은사 청동 은입사 향완.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