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경계 500m서

300m로 지정범위 변경

정부 시행령 예고 ‘물의’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

총무원 입법예고안 반대

“현 규정대로 시행” 촉구

 

 

최근 정부가 전통사찰보존지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였던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범위를 300m 이내로 축소하도록 규정을 변경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현행 전통사찰보존법에는 사찰 주위에 역사문화보존구역을 지정해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조계종은 수행환경 파괴를 우려하며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개발 위협으로부터 전통사찰을 보호하자는 본래 취지를 정부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문화선진국으로 세계에 널리 알리고, 문화를 통해 여러 나라와 소통, 교류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인 ‘문화융성’ 정책과도 배치된다.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스님은 11일 “전통사찰의 역사적 가치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현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곧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9일까지 의견서를 받는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역사문화보존구역은 사찰 외곽으로부터 300m 이내로 지금보다 200m 축소하고, 지정하려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대로 역사문화보존구역이 축소되면 전통사찰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다. 이 구역은 사찰 부근에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정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이 문제를 놓고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500m 이내를 보존구역으로 지정한 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 시범 운영한 뒤 이에 따른 문제점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과정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문화부장 혜일스님은 “현 규정대로 각 시도에서 강력하게 시행을 촉구해 문제점 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지 앞뒤가 잘못됐다”며 “전통사찰과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법예고 안은 원천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르면 보존구역 지정은 시ㆍ도지사의 직권 또는 전통사찰 요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전통사찰 관계자들도 “현재로서는 사찰 코앞에 고층빌딩이 들어선다고 해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당기관은 “국민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한 규제 완화 차원”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문화재 보호구역 500m 안에서는 개발행위를 제한한다는 문화재 보호구역 규정을 차용한 것일 뿐 (500m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전통사찰 가운데 역사문화보존구역이 지정된 사찰은 거의 없다. 때문에 전통사찰 보존 보호를 위해 정부 차원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와 종단이 어떻게 보존구역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있다.

[불교신문3041호/2014년9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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