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장삼 갖추고 합장…성지순례서 위의 법도 갖춰

# 지난 3월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에서는 가사 장삼을 수한 40여명의 한국 스님들이 등장해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지안스님과 함께 하는 인도성지순례’ 부처님 발자취를 좇아 인도 8대 성지 순례에 나선 스님들이다.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스님들은 부처님이 정각을 얻은 보리수나무 아래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드는 시간을 가진 뒤 일몰 후에는 초를 들고 마하보디사원을 돌며 부처님의 정각의 의미를 되새겼다.

# 5월 중순 티베트의 사원 곳곳에서는 가사 장삼을 하고 안행하는 한국 스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혜총스님과 함께 하는 티베트 성지순례’에 동참한 스님들이다. 고산증으로 산소통을 목에 걸고 다녀야 해도 스님들은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의복을 갖춰 입고, 사찰에 들어설 때면 줄을 서서 입장했다. 합장한 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스님들은 부처님을 따라 안행하던 비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티베트 불자들도 한국 스님에게 합장을 잊지 않았다.

외국 성지순례에서도 위의와 법도를 잃지 않은 스님들의 모습은 불자들의 신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스님들의 해외성지순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이 스님을 대상으로 한 연수교육에 순례과정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의 불교성지에서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예불하고, 기러기처럼 길게 줄지어 걷는 스님들의 모습은 불자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스님들의 해외성지순례에 대한 불자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다수의 사람들은 외국에서 편안한 동방(승복 중 윗저고리가 반두루마기와 같은 옷) 차림을 하고 여행을 다닌다는 인식이 크다. 간혹 보이는 ‘일탈’은 이런 편견을 굳히는 매개가 된다. 그러나 여러 불교국가에서 불교문화를 체험하고 유적을 돌아보며 견문을 넓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교육원 연수교육 순례과정은 시작부터 다르다. 교육원이 연수교육에 순례과정을 도입한 것은 2013년이다. 스님들의 호응 덕에 올해는 인도, 중국 외에 티베트, 실크로드, 미얀마 등으로 순례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향하는 나라는 다르지만 첫 순례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입재식을 한다. 일반 관광객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서서 걷고, 도착한 성지마다 예불을 올린다. 푹푹 찌는 동남아의 날씨에도 스님들은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의식을 봉행한다.

뿐만 아니다. 성지 특성에 맞게 특별한 의식도 봉행한다. 인도 나란다 사원에서는 7세기부터 불교의 원류를 찾아 목숨을 걸고 온 구법승들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을 기리는 천도재를 봉행했다. 또 정토회가 불가촉천민을 위해 세운 수자타 학교에 지원금을 전달했고, 또 중국선종사찰 순례 중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추모 다례재를 봉행했다.

가사와 장삼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참가 스님이나 인솔한 어른 스님이나 반응은 뜨겁다. 누구보다 스님을 존경하는 현지 불자들과의 만남이나 어른 스님과 함께 불교유적을 돌아본다는 환희심 때문이다. 실제 한 스님은 티베트에 이어 실크로드 순례까지 참여하는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교육원 연수팀 관계자는 “종단이 주최하는 연수교육이기 때문에 참가한 스님들 모두 위의를 갖추고 법도에 맞게 순례를 하고 있다”며 “한국 스님들의 모습은 현지 불자들과 한국인, 외국 관광객들에게까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먼 길을 떠난 순례객임에도 여법함을 잃지 않는 스님들은 불자들의 존경을 사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관광객들에게도 불교와 스님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불교신문3040호/2014년9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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